[Opinion]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너에게 [도서]

조용한 힘에게 보내는 찬사
글 입력 2022.02.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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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향적인 사람이다. 어릴 적부터 혼자 노는 것을 좋아했다. 엄마가 외출을 하자고 해도 집에 있겠다고 하며 혼자 블록을 쌓거나, 과학잡지를 보고 있었다. 놀이터에서 여러 친구들과 노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한두 명의 친구들과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그만큼 좋았다.

 

시간이 지나 여러 사람과 어울려야 하는 상황이 많아졌다. 자신을 잘 표현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빛났다. 자기 계발서에서도 외향성이 성공의 요인임을 강조했다. 많은 친구들과 허물없이 관계를 맺는 친구들을 보며 그렇게 되지 못하는 나의 성격이 잘못되었나 생각했다.

 

인간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았을 때부턴가 소심한 나를 들키지 않기 위해 가면을 썼다. 당연히 그 가면은 나에게 맞지 않았고 가면을 쓰는 것이 나 스스로에게 불편하다는 걸 느꼈다. 이런저런 시도 끝에 고유한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이런 나를 인정하고 살기로 했다.

 

그제서야 비로소 편해졌다. 그저 물 흐르는 대로 흘러가며 굳이 바꾸려 들지 않았다. 더 이상의 욕심도, 관계 속의 스트레스도 거의 받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 중요한 것들이 보였고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대로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법이었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과의 거리도 필요한 사람이었다. 주말에 모임에 나가기보단 넷플릭스를 보거나 독서, 혼자 달리기를 했다.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 좋았다. 많지는 않지만 서로의 내면을 존중해 주는 몇몇의 친구들이 좋았고, 잔잔한 나의 삶이 좋았다.

 

그리고 어느 날 이런 성격을 가진 나의 삶에 공감과 위로를 주는 책을 만났다.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너에게


 

그림책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너에게>는 조용함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귀여운 거북이는 내성적이다. 얼핏 보면 아무것도 안 하며 게으르게 살고 있는 것 같았지만 누구보다 충만한 삶을 살고 있었다.

 

 

[크기변환]거북이.jpg


 

나는 거북이야. 나는 내가 좀 내성적이라고 생각해. 때로는 누군가와 어울리는 게 좀 힘들고 지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언제 말하면 좋을지도 잘 모르겠어. 어떨 때는 정말로 상자 안에 꼭꼭 숨어 버리고 싶어.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너에게>, 3p

 

 

거북이는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들려준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귀여운 일러스트와 함께 간단한 대사로 진행되는 이 책은 보는 내내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귀여운 거북이의 태도와 말투에도 웃음이 났지만, 일상이 공감되어 더 웃음이 나고 몰입되었다.

 

이 작가는 의심할 여지없이 분명한 내향형이었다.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들이 느끼게 되는 감정과 겪게 되는 상황을 아주 잘 파악하여 설명하고 있었다. 어디서 말 못 한 사소한 상황들을 그림책이 대신 말해주니, 공감이 되며 기쁨이 되었다.

 

 

[크기변환]나 오늘 바빠.jpg


 

나는 나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 나는 혼자서 궁금해하고 혼자서 생각할 때 힘이 솟아. 나는 사람들과 멀찌감치 떨어져서∙∙∙ 천천히 느긋하게 걷는 게 좋아. 나는 소소한 수다를 좋아하지 않아. 쌀쌀맞거나 대화하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냥 억지로 하는 느낌이 들어서야.

 

하지만 친한 친구나 가족과 있을 때에는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생각을 따라가는 게 즐거워. 그때에는 겉만 보기 좋게 꾸미려고 하지 않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아. 반짝이는 아이디어, 오래 한 생각, 여러 가지 감정들.

 

때때로 사교적이 되는 것은 힘들어. 재충전을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해.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너에게>, 14p

 

 

내성적 사람이 조용하고 사람과 잘 만나지 않는 이유는 혼자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 좋을 뿐이다. 사람과 대화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대화를 하고 싶은 것이다.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에너지를 쏟기 때문에, 중요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 에너지를 아껴둔다.

 

그리고 그런 친한 사람과 대화할 때는 조용하든, 재잘재잘 떠들든, 미래를 고민하든, 치부를 이야기하든 어떤 상황에서도 편안하다. 꾸미지 않은 나를 온전히 보여줘도 괜찮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참 좋아한다.

 

 


 

나는 내성적이어서 내면의 생각과 느낌에 이끌리곤 해. 나는 멍하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곤 해. 다른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지난 일을 떠올리고, 미래의 계획을 세우지. 막연한 생각에 빠지다 보면 상상력이 뭉게뭉게 일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너에게>, 40p

 

 

내성적인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면. 내성적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나조차도 설명하지 못했던 '내성적'의 특성을 쉬운 언어로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다.

 

귀여운 그림체와 편안한 글로 재미와 선선한 공감을 주는 책이다. 이러한 내성적의 아름다움을 다룬 그림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이러한 말을 자주 들었다. '친구들이랑 친하게 지내~'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는 외향적인 성격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리고 많은 동화책과 아동을 위한 콘텐츠들도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인물을 주로 다루고 있다. 내성적인 성격에 대한 좋은 시선을 담은 콘텐츠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내성적인 사람들이 '이런 성격의 나도 괜찮다.'라고 자신을 받아들이게 말이다.

 

이 책의 거북이는 '자신감은 항상 겉으로 넘쳐흐르는 것이 아니라 조용하고 은은하게 표현될 수있다.'라고 한다. 다시금 나의 성격과 내가 걸어온 길에 확신을 갖고 더욱 나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내성적인 이의 삶엔 어떤 힘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내성적인 성격이 이상하다 생각된다면, 멋진 당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해줄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너에게>를 꼭 추천한다.

 

 

 

[아트인사이트] 이소희 컬쳐리스트.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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