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도서/문학]

로맨스 소설은 인간의 감정 분석에 최적화된 장르
글 입력 2022.02.1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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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현재까지 제대로 유학적인 목적으로는 해외에 나갔다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사람이다.

 

2년 전 2020년에 해외 대학에 합격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한국에 2년 동안 있었다.

 

2019년 겨울, 코로나가 시작되기 직전, 스피킹에는 자신이 많이 없었던 나는 영어 회화 학원에 다녔다. 거기에서 제일 높은 반을 다녔는데, 거기 있는 백인 40대 남자 선생이랑 기싸움하는 재미(?)로 학원을 다녔다. 그 백인 남자는 전형적인 '난 깨어있는 백인이야' 컨셉을 가진 인간이었다.

 

영어를 일정 수준 이상 하시는 분들 중 외국인들과 실제로 대화해 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유형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알듯.

 

교묘하게 아시안 사람들 위하는 척하는데 사실 우리를 깔보는 류의 백인들이 있다. 자기가 선심 쓰는 듯, 어린애 다루듯 아시안 사람들을 대하는 백인, 특히 백인 남성이 아시안 여성이나 지 생각에 피지컬이 딸리는 아시안 남성 대할 때 이 특성들이 드러남. 개발도상국 출신 대하듯 대하는 그 기분 나쁜 느낌이랄까.

 

난 이 40대 초반 백인 남자한테 지기 싫어서 걔가 그런 뉘앙스 풍길 때마다 받아치는 재미로 학원 다녔다. 이때 나온 '주제' 중 하나가 바로 '로맨스 소설' 이였다.

 

영어 소설로 영어 배웠다고 하자 최근 읽은 소설에 대해 물었었다. 로맨스 소설이었다. 재미있었냐고 물었다. 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코웃음을 치는 것이다.


'로맨스 소설들은 거짓말투성이야. 알지? 여자들은 그걸 가지고 비현실적 기대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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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저렇게 말했음.

그래서 난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게 따지면 모든 종류의 소설들은 허구 아닌가? 님이 읽은 그 판타지 소설도 결국 실제로 있을법한 일이 아니잖슴'

 

아이러니한 것은, 그때만 해도 난 내가 로맨스 소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기싸움하면서 내가 로맨스 소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읽는 대다수의 영어소설은 로맨스 소설이더라. 로맨스가 메인 플롯이 아니더라도, 서브플롯에 어떤 방식으로던 그런 감정적 기류가 있는 소설을 꾸준히 읽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렸다. 그 꼰대 백인 아재로 인해서.

 

그 후, 학원에서 집으로 오면서, 내가 왜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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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필자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달달함을 쫓는 재미로도 읽는다.

 

마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호그와트에 대해 읽으며 즐거움과 설렘을 느끼듯, 현실에선 지나칠 정도로 로맨스와 벽을 쌓으며 살고 있는 나에겐 로맨스 소설의 달달함과 설렘 포인트들은 참 재미있는 간접 경험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어느 정도 잘 만들어진, 긴장감 넘치는 로맨스 소설일수록 인간의 심리나 감정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다.

 

로맨스 소설은 인간계에서 가장 비이성적인 감정인 '사랑'을 나름의 논리로 풀어낸다.

 

그래서 나는 로맨스 소설에 끌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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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선 때로 참 비논리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느끼기에 돈을 초월하는 엄청난 행복과 엄청난 짜증의 감정을 동시다발적으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로맨스 소설은 해당 두 인물의 분석을 통해 성립 과정을 '서사'라는 논리성으로 풀어준다.

 

서사를 통해 로맨스와 낭만은 개연성을 갖고, 감정은 위대함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이를 관찰자 입장에서 읽는 것은 참 오묘하고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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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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