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양산형 판타지 소설을 좋아합니다 [만화]

판타지 환생물의 범람을 즐기는 사람의 이야기
글 입력 2022.01.3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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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환생물 이야기



평범하게 현시대를 살고 있던 주인공은 어느 날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게 된다. 새로운 다음 생은 정말 낯설게도 한 제국의 백작가 첫째 딸 발레리. 심지어 죽음에 대한 예언을 듣게 되어 평범하게 오래 살 수 있는 것에 온 힘을 다해 조용히 살아가지만, 제국 내 최연소 공작 카일러스와 약혼을 진행하게 된다. 어떻게든 파혼한 후 집으로 돌아가 평범한 삶을 사려는 발레리와 그런 그녀의 생각은 모른 채 마주하게 된 카일러스. 다른 세계에서 만난 둘이 예상할 수 없는 일들에 얽히는 이 이야기는 카카오 웹툰에서 연재 중인 <흔한 환생녀의 사정>이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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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웹툰 좀 보는 편이다- 하는 사람이라면, 앞서 늘어놓은 이 줄거리를 보며 떠오르는 작품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자가 사고를 당해 죽거나, 혼수상태에 놓인 채로 새로운 세계에서 눈을 뜬다는 플롯. 새로운 세계의 배경은 주로 중세 봉건사회이고, 그 세계는 실제로 다른 차원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보통은 판타지 소설이나 게임 속 세상이라는 이야기. 이 요소들은 근 2, 3년 사이 해일이 몰아치듯 쏟아져나온 로맨스 판타지 장르 웹툰의 공통점이다.


 

 

우후죽순 나타난 환생물?



어디가 원조였을까. 환생물의 시작부터 관심을 두지 않았던 터라 잘 모르기도 하지만 현재도 이러한 소재의 웹툰 사이에 표절 논란이 다수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그만큼 대부분 플랫폼에서 많이 연재되고 있으며 동시에 인기를 얻고 있는 신장르라 할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 비슷한 서사에 비슷한 인물 등 유사한 설정에 흥미를 잃기도 쉽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작품의 가치를 빛내는 작품들이 있다. 유명하고, 좋은 평이 많은 작품을 살펴보면, 클리셰를 부수고 인물 각자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전개해나간다는 특징이 돋보인다. 앞서 언급한 <흔한 환생녀의 사정>을 예로 들어보자. 많은 환생물에서는  당찬 여자 주인공이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우당탕 좌충우돌기의 느낌을 강하게 받는데, <흔한 환생녀의 사정> 주인공 발레리는 새로운 삶에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태도를 유지하려 한다. 낯선 세상에 떨어진 게 하룻밤 꿈이 아니라, 진짜 인생이라는 것을 느끼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일관성 있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인물의 감정과 생각의 서사는 독자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어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한다.


환생물이나 회귀물이 인기를 얻는 현상에는 우리가 한 번쯤은 상상해 본 "판타지 세상에 주인공이 된 현실의 나"를 투영해볼 수 있는 점이 작용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판타지 세계관 자체도 촘촘하고 완벽해야 하지만 새로운 세상에서 살게 된 캐릭터의 "현실적인 반응, 적응의 모습"이 얼마나 디테일한지에 따라 독자를 끌어들이는 매력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명석한 판단력과 강인해지려 노력하는 감정선의 주인공, 다른 세계의 존재를 증명하는 또 다른 등장인물이나 사건 등의 요소가 강력하게 존재감을 돋보일 때 독자는 판타지와 현실 그 적절한 사이에서 여행할 수 있다.

 

 

 

웹툰에서 웹소설로의 역유입 일등공신


 

이 부분은 꼭 판타지 환생물에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다. 다만 내가 처음으로 웹툰을 보고 원작이 궁금해져서 소설을 찾아 떠난 케이스의 대부분이 이 '로맨스 판타지' 장르라서 적어본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소설이 웹툰으로 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웹툰이 영화, 드라마와 같은 더 넓은 대중 매체로 전환되는 붐이 한창 일고 있었을 때다. 하지만 이제는 네이버, 다음, 카카오페이지 등 메이저 웹툰 플랫폼에서 연재 중인 작품들을 보면 웹소설이 원작인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더 흥미로운 점은 웹툰을 보고 그 뒤 내용이 궁금해서, 혹은 웹툰이 너무 마음에 들어 원작까지 섭렵하고 싶어 소설까지 찾아보는 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웹소설과 웹툰의 독자 수는 글과 그림이라는 매체의 차이점인지 이용자의 수가 현저히 차이 나는데, 이제는 이러한 경계선 또한 무너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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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웹툰은 아예 소설원작 분류탭을 따로 하고 있다. / 카카오페이지에서 흥행한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은 단행본 출간은 물론 웹툰까지 흥행런을 이어간 작품이다.

 

 

나 역시 좀 더 보기 편하고, 빠르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웹툰을 80%이상의 비율로 소비하는 편인데, 웹툰으로 이미 이 콘텐츠의 재미를 보장받았다는 생각에 소설로 진입하는 게 어렵거나 망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만화로 만들며 생략되어버린 대사나 디테일한 요소를 비교해보며 읽는 재미까지 느낀다. 또 웹툰이 연재 중이라면 소설은 완결이 났을 확률이 높아서, 뒤에 얘기를 소설로 먼저 보고, 상상했던 이미지를 웹툰으로 다시 2차 감상까지 하는 루트를 밟고 있다.


특히 판타지 환생물은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양식의 건축물, 화려한 레이스와 장신구가 달린 의상 등 시각적인 부분의 상상력이 크게 요구되는데, 독자는 웹소설과 웹툰 두 가지 버전을 모두 읽으며 구체적으로 세계를 떠올리며 몰입할 수 있다.


 

 

혹시 아직 양판소 안 읽어봤다면



작품을 읽는다는 건, 작가가 창작한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어 낯선 세상의 이야기를 구석구석 즐기는 일이다. 그런데 이 판타지 환생물 장르의 작품은 주인공 또한 갑작스럽게 새로운 세계에 덩그러니 떨어져 고군분투하는 설정이다 보니 독자의 처지와 똑같아서 더욱더 쉽게 빠져들 수 있는 것 같다. 특히나 그 세계가 어릴 적 동화에서 본 왕국, 황제, 마법, 기사 등 서양식 판타지 요소로 범벅되어 있으니 소녀 감성 죽지 않은 이들이라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혹자는 양산형 판타지 소설로 인해 웹툰의 작화, 스토리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낮아진다며 비난하기도 하는데, 그건 결국 승자의 법칙에 따라 차츰 정리되어가며 사라질 문제라고 생각한다. 누가누가 더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주인공과 세계관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냐의 싸움은 장르 불문하고 모든 웹툰의 흥망을 정하는 문제니까.

 

그러니 작품성에 대한 걱정은 뒤로하고 유명한 작품 한 번쯤 골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감성을 깨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죽어있던 동심과 사랑,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모험 이야기가 한가득인 양질의 판타지 소설이 잔뜩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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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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