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원어민 화상영어 2년차 생생 후기 [문화 전반]

회화만 해도 영어가 늘 수 있을까요? / 네니오!
글 입력 2022.01.2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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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영어.JPG

 

(나의 화상영어 수강 기록들)


 

우리는 영어를 갈구한다. 한국인은 어딘가 영어에 미쳐있음이 틀림없다. 당장 영어는 돈 벌어 먹고 살기 위한 ‘생존’과 연관돼 있다. 개인의 기호가 아닌 생존 필수로 배워야 하는 영어. 알면 알수록 골 아픈 이것을 좀 더 쉽고 가벼운 맘으로 배울 방법은 없는 걸까?


그래서 지난 2년 간 꾸준히 화상영어 수업을 들었다. 난 남들처럼 토익 시험을 위해 영단어를 외우거나 심지어 수능 영어를 준비해본 적도 없다. 새하야리만치 깨끗한 노 베이스(No Base) 상태로 무작정 영어를 내뱉기만 했을 때, 과연 얼마나 실력이 늘 수 있을까? 솔직한 후기를 적어 본다.




1. 원어민 국적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업체 선정)


 

화상영어는 영어대기업(민*철이나 시*스쿨 등)에서도 꾸준히 밀고 있는 아이템이다. 그만큼 다양한 업체와 선택지가 있다. 매일 10분 전화영어나 주 1회 30분 대화 코스처럼 말이다. 내 경우는 따로 업체를 비교해 추리진 않았다. 대학교를 다닐 시절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곳을 이용했다. 소위 듣보잡의... 작은 업체였다(그만큼 커리큘럼이 엉성하긴 했다).


가격과 코스를 비교할 땐 강사의 국적도 확인해야 한다. ‘현지 원어민’이라곤 하지만 비교적 저렴한 수업일 경우 필리핀 강사를 배정해주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필리핀은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나라기 때문에 전 국민의 영어수준이 매우 높다. 다만 한국인이 지향하는 ‘미국식 영어 발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발음 연습이 잘 되어있지 않은 경우엔 미국 발음을 사용하는 강사를 채용하는 곳으로 찾는 것이 좋다. 조금 우습지만 내가 다녔던 업체는 필리핀 강사와 미국인 강사 코스 별로 수업료 자체가 달랐다.




2. 전화영어 vs. 화상영어


 

얼굴을 마주봐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전화 수업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경우 단호하게 ‘화상’ 수업을 추천한다. 통화는 상대의 표정을 볼 수가 없다. 내가 우물쭈물할 동안 강사가 얼마나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을지 덜컥 겁이 날 수도 있다(눈치 챘듯 나는 I다). 하지만 화상으로 마주한 강사는 생각보다 온화하고 친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봐주고 있을 것이다. 수십만 리 떨어진 낯선 외국인에게서 느끼는 따스한 눈빛, 그게 은근히 큰 힘이 된다.


또 상대의 표정과 제스쳐를 살피는 것이 더 원활한 대화를 만들어주는 건 당연하다. 적어도 내가 누구와 말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보단 아는 게 훨씬 낫다. 대화의 적극성과 편안함을 불러 일으킨다.


 

 

3. 교재는 그닥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회화 수업은 교재의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일상 표현을 연습하기도 하고, 짧은 칼럼을 읽고서 의견을 주고받는 경우도 있다. 아마 수업이 얼마나 체계적인지 고민할 땐 난이도별 교재를 살펴보는 게 선택의 길잡이를 할 것이다.


다만 중요한 건, 실제 회화 수업에선 책의 구성이나 진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재를 절대적으로 지킬 필요는 없다. 핵심은 하나의 물꼬를 통해 이어나가는 자유 대화(프리토크)다.


교재에 그려진 그림 하나를 가지고도 대화를 발전시킬 수 있다. 음식 사진을 보고 나의 식습관, 음식 취향, 요리 능력, 최근 식사약속까지 말하다보면… 어느새 가장 친한 친구와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일화까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해진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내 안에서’ 얘깃거리를 찾아가는 것, 내 실제 경험을 영어로 변환시키는 것이 회화수업의 가장 큰 매력이다.


 

 

4. 영어강사가 아닙니다. 친구입니다!


 

분명 저들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는 그것을 구매한 사람이다. 다만 사람이 부대끼는데 어찌 정이 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일주일에 두 세 번 씩, 20분 이상의 대화를 지속하는 사이는 실제 지인과 비교해도 꽤나 친근한 관계성이다.


그래서 강사와의 ‘티키타카’가 정말 중요하다. 각자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 강사의 타입을 나눠보자면 다음과 같은 예시가 있을 수 있다.

 

 

- 단어와 문장 하나하나 신경 쓰는 강사. 어휘가 틀렸을 때 다시 말해보라고 함. 문장 만들기를 도와주거나 스스로 생각날 때까지 기다려줌.

 

- 발음에 집중하는 강사. 어려워하는 발음을 여러 번 시킴.

 

- 편안한 분위기 조성을 중요시하는 강사. 어휘를 틀려도 지적하지 않고 계속 리액션 하며 말을 이끌어냄.

 

- 자기 말을 더 많이 하는 강사. 본인의 개인사, 최근 있었던 에피소드 등을 말해줌. 원어민 리스닝, 리액션 키우기에 도움 됨.

 

- 본인이 더 긴장하거나 낯가리는 강사. 천년의 침묵이 흐름. 어색함. 진공 상태. 타고난 외향성으로 강사의 적극성을 끌어내보고 싶다면 추천. 하지만 당장 내 영어가 더 급하기 때문에 쉽지 않음.

 

 

몇 회의 수업을 통해 나와 잘 맞는 강사를 찾을 필요가 있다. 내가 원하는 수업 방향성을 가진 강사인지도 중요하지만 뭣보다 부담 없이! 친구처럼 편하게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야 한다. 안 그래도 진땀 흐르는 영어, 관계의 어색함까지 지고 갈 여유는 없다!




5. 본사 서비스는 신속해야 합니다.


 

수강생에겐 변수가 많다. 각 잡고 영어해야 할 시공간적 여유가 없을 수 있다. 사실 주변 사람 눈에 띄지 않고 혼자만 있을 수 있는 곳을 마련하기가 꽤나 어렵다. (내 경우엔 홀로 방에 있더라도 문 너머로 내 목소리를 들으려 하는 가족들이 있었다. 왜 우리네 부모님들은 영어 조금만 해도 그렇게 감격해서 쳐다보시는지..!)

 

수업을 놓치게 되면 외국인 강사에게서 줄기차게 부재중 전화가 오기 때문에 그들의 기다림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수업 취소가 필요하다. 때문에 수업 주관 업체(이하 본사)의 서비스는 매우 중요하다. 신속하고, 간편해야 한다. 내 경우는 카카오톡으로 모든 처리가 가능했다. 수업 몇 십 분 전이라도 취소를 요청할 경우 바로 답장이 왔었다. 새벽 6시에도 말이다!


화상영어는 타인과의 실제 만남을 약속하는 것이므로 시간 조정과 보강 요청 등 생각보다 조율해야 할 상황이 많다. 본사 답장이 신속치 않으면 한 회 수업을 날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본사 서비스 연락망을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6. 그래서, 늘었습니까?


 

맹세컨대 화상영어 수업을 하는 것 외엔 그 어떤 공부도 하지 않았다. 단어 하나 외우지 않았으며 수업 때도 눈치껏 파파고(네이버 번역 프로그램)를 띄워 놨었다. 겨우 초등학생 수준이나 될 법한 노베이스 영알못은 과연 2년간의 화상영어 수업 후 얼마나 늘었을까?


답변은. 네니오!

(네와 아니오를 합친 말로 긍정과 부정 사이를 애매하게 표현하는 신조어. -설명충)


직접적인 영어 실력은 늘지 않았다. 시제 no, 관계사 no, 적절한 단어 no! 수준 낮은 어휘력엔 아무 변화가 없다. 인풋(input)이 없으니 아웃풋(output)도 없는 것이다. 영어에는 분명히 머리 싸매고 암기해야 할 것들이 있다. 무작정, 뭐든 말해야 해요! 라고 권유하는 공부법은 사실 기초 어휘 수준이 어느 정도 도달했을 때에 효과적인 것이다.


하지만 분명 영어가 더 편해진다. 외국인도 어려워한다는 수능 영어와 토익을 그렇게나 잘 치는 한국인들이 왜 유독 스피킹에 약한 건지. 배웠던 문법을 정확히 지키려 노력하다보니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라고 한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는 완벽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부족한 문장을 내뱉을 때의 쑥스러움과 머뭇거리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틀린 문장을 말해도 예쓰~ 굿굿~ 하며 칭찬받는 긍정적 경험을 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매주 뭐라도 말해야 하는 화상영어 수업은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수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영어에 대한 부담감이 훨씬 줄어든다.




사람들은 내가 영어 잘하는 줄 안다. 사실 속 빈 알맹이인데.


 

화상영어 2년차.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내가 영어를 잘하는 줄 안다. 누구나 알 법한 기초 문법조차 모르는데 말이다.


다만 얼핏 들었을 때 잘해 ‘보이긴’ 한다. 주 2~3회 씩 외국인과 독대하며 눈치껏 길렀던 리액션 스킬, 외국인 앞에서도 쫄거나 긴장하지 않고 웃음으로 무마하는 대처능력, 뭣보다 부족한 어휘로도 어떻게든 대화를 끌어나가는 태도가 그렇게 보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실상 내가 말하는 내용은 “어... 나는... 움직였다! 그 뭐지... 그거 컵 같이 생긴 거! 그래서... 잇 워즈 쏘 퍼니, 즐거웠어! 하하하 앤 유?” 정도다. 다만 저 모든 공백(…) 사이에 자연스레 너털웃음을 첨가함으로써 요상하게 여유 넘치는 영잘알의 모습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1. 따로 어휘 공부를 하지 않는 이상 실력엔 변화가 없다.

 

2. 다만 분명히 영어 말하기가 더 편해진다.

 

3. 전화보단 화상으로, 잘 맞는 강사를 만나고 그들과 친근해져라.

 

4. 개인적으론 아침 수업을 추천한다. 내 돈 주고 하는 자동 미라클 모닝. 늦잠을 자면 돈이 날아간다. 눈이 번쩍!

 

5. 맞장구 스킬 키우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부디 한국어 보급화가 되든, 영어 안 보는 기업이 많아지든, 둘 중 하나라도 빨리 이뤄지길 바라며 긴 후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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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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