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커피 한잔' 마시며 읽고 싶은 책 - 커피 한잔

우리 삶 속 커피에 대한 이야기들, ‘커피 한잔’
글 입력 2022.01.25 17:29
댓글 1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커피”는 누군가를 만날 때 가장 무난히 찾게 되는 수단이다. 술은 알코올 때문에 취할 수 있다는 위험부담이 존재하고, 식사를 함께하는 것은 때로 너무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커피는 세계 만국에서 공용어로 통한다. 어느 나라에 가서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커피 한잔을 하러 가자고 하면 된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근황 얘기를 나누고 싶을 때도, 우리는 커피를 마시러 가자는 말을 자연스레 건넨다.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이토록 익숙한 ‘커피’에 대해 우리는 깊게 생각해본 적도, 잘 알지도 못한다. 권영민 교수가 쓴 ‘커피 한잔’은 바로 너무나도 익숙한 존재가 된 ‘커피’에 대한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커피의 기원이나 그 종류에 대해 딱딱하게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커피가 우리에게 주는 편안하고 느긋한 이미지처럼, ‘커피 한잔’은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곁에 두고 읽기 좋은 책이다.


권영민 교수는 ‘커피 한잔’에서 “커피를 제대로 즐기려면 그윽한 분위기가 더해져야 한다”라고 말한다. ‘커피 한잔’은 읽는 것만으로도 나를 둘러싼 주변 공기를 달콤하고 고소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커피 한잔’은 크게 제1장 ‘커피의 문화’, 제2장 ‘문학 속의 커피’, 제3장 ‘커피의 공간, 카페’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커피의 문화'


 

제1장 ‘커피의 문화’ 에서는 작가가 겪은 커피와 관련된 일화를 들며, 커피의 종류와 맛, 원두의 종류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커피의 향과 맛에 대한 묘사가 매우 자세하고 사실적이라, 처음 들어보는 원두라도, 독자는 활자를 읽으며 대략적인 맛을 그려내 볼 수 있다. 일본의 카페와 아들이 사 온 원두 등 각종 커피를 접하게 된 장면들을 묘사하는 글을 통해, 커피에 대한 작가의 기억을 공유받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커피 한잔’은 작가와 독자가 커피를 사이에 두고 대화하는 듯한 책이다. 작가가 맛 좋은 커피 한 잔을 대접하며, 독자에게 커피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 같다. 사전적인 설명이 아닌, 작가가 해당 커피를 좋아하게 된 계기, 해당 커피의 맛이나 향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 커피를 같이 마셨던 사람과 나눈 대화가 글 곳곳에 소소하게 스며들어 있다.

 

 

 

제2장 '문학 속의 커피'


 

제2장 ‘문학 속의 커피’는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파트이다. 해당 장은 커피 그 자체보다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카페라는 공간과 그 의미에 대해 다룬다. 해방 직후부터 일반인들에게도 기호품으로 자리잡은 커피 그리고 카페라는 공간은 문학인들과 예술인들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이들을 한데 모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시인 ‘이상’의 이야기와 그의 작품이 자주 등장한다. 한국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인 이상이지만, 사실 문학적 지식이 많지 않은 나에게 그의 시는 이해하기 너무 어려웠다. 항상 나의 흥미를 끌었던 것은 ‘이상’의 삶이었다. ‘커피 한잔’ 에서는 이상이 직접 운영했던 다방 ‘제비’의 이야기와 이상의 시 속에 등장하는 이국적인 일본의 카페에 대해 다룬다.


평소 합정동의 ‘제비 다방’ 이라는 가게를 자주 찾곤 했다. 요일과 시간을 맞추어 찾아가면, 다양한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을 코 앞에서 보며 맥주 한잔과 가래떡을 즐길 수 있다. 지하와 지상으로 두 층이 나누어져 있는 구조와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에너지가 좋아 자주 찾던 곳이었다. ‘커피 한잔’을 읽으며 발견한 뜻밖의 이야기는, 이 ‘제비 다방’이 실제로 이상이 유년기를 보낸 그의 백부의 집이 위치했던 자리라는 것이다. 다양한 우여곡절을 거쳐 현재의 문화 향유공간으로 남을 수 있었다고.


그렇게 자주 찾고 좋아했던 가게건만, 여태 이러한 사실조차 몰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제비 다방’은 낮에는 술집이 아닌 카페로 운영된다. 조만간 날씨가 조금 풀리면 책 한 권을 들고 낮의 제비 다방을 다시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되도록 시집을 한 권 들고, 커피 한 잔을 시킬 거다.


제2장 ‘문학 속의 커피’ 에는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이나 정지용의 시 등 이상의 작품 외에도 다양한 작품이 등장하고, 작품들 내에 등장하는 카페들의 이야기와 작품을 쓴 문학가의 삶에서 찾은 커피의 흔적에 대해 말한다. 각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국어학적 요소에 대한 분석도 짤막하게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큰 흥미가 있는 부분은 아니었지만,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들에 대한 해설을 듣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껴 열심히 읽었다.


2장에 등장했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여성 작가 ‘이선희’가 ‘낙랑 파라’에 대해 적은 글이었다. 1930년대에 쓰여진 글이지만, 카페라는 공간을 찾는 이들의 심리와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이들이 가지는 약간의 허영심 등의 심리 묘사가 독창적이고 사실적이라 접어두고 여러 번 읽었다.



“나는 도화의 딸이다. 아스팔트의 딸이다. 티룸 이것의 탄생은 퍽이나 유쾌한 일이다. ...(중략)

 

한 푼에 두 개짜리 값싼 인텔리 그중에도 팔자에 없는 허영을 찾는 나 같은 계집애 – 그 머릿속이란 대중을 잡을 수 없는 것이다. 유쾌하고 즐거울 때면 세상은 차차로 ‘보가쓰’ 되어 오는 것이다. 서울은 파리와 같이 생각되고 조고만 다점도 세계에서 제일 큰 사교장같이 생각된다. ...(중략)

 

찻집! 이것은 우리에게 현대의 감각을 자극시키는 매개장이 아니야. 이만한 데만 와도 훨씬 명량한 기분을 맛보는 소득이 있다. 그리하야 그 귀중한 돈 이십 전이나 오십 전을 아낌없이 내놓는 것이다. ...(중략)


차 한잔 또 청했다. 나는 단연히 이 사교장의 여왕이나 된 것 같은 자부심이 생긴다. 그리고 미칠 듯이 기쁘다. 레코드가 돌아간다. 나는 언제까지나 심야파가 되고 언제까지나 이 다당 여인으로 행세할 것인가.”

 

p107

 

 

[포맷변환][크기변환]커피한잔_평면표지.jpg

 

 

 

제3장 '커피의 공간, 카페'


 

제3장 ‘커피의 공간, 카페’ 에서는 많은 대문호가 찾아 현재는 관광지가 되어버린 카페부터, 고흐의 그림에 등장한 카페, 이상 백부의 집이 있던 자리에 생긴 ‘제비 다방’부터 작가의 시골 본가 동네에 있었던 작은 다방까지 다양한 카페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나는 가고 싶은 장소를 구글 지도에 꾹꾹 저장해 놓는 습관이 있다. 이미 역사 속의 장소가 되어 사라진 카페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책에 소개된 카페 중 영업 중인 카페들은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어김없이 지도에 위치를 입력하고 저장했다.


UC 버클리에서 교수로 재직한 작가는, 제3장에서 버클리 대학 근처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스트라다를 소개한다. 사실 카페 스트라다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이름을 자주 접했던 카페이다. 작가가 책에서 묘사하는 카페 스트라다의 등교하는 대학생들로 분주한 아침 풍경부터, 교수 옆에 학생이 자유롭게 앉아 각자의 할 일을 하는 저녁의 풍경까지 – 읽으며 나는 대학생의 입장으로서 약간의 부러움마저 느꼈다. UC 버클리의 학생은 될 수 없겠지만 카페 스트라다에 가서 오스카 와일드를 읽고 싶다. 영어로 된 전공 서적을 펼쳐놓은 학생들 속에서, 한글 번역본 책을 든 채로 카페 스트라다 속에 잠시나마 섞이고 싶다는 상상을 했다.

 

‘커피 한잔’은 커피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커피는 무엇인가?” 책을 덮고 기억을 되짚어 본다. 떨리는 마음으로 누군가와 처음으로 커피를 마시러 가던 길, 커피를 마시며 나누었던 좋은 대화,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에서 찍었던 사진, 너무나도 맛있어 아직까지 그 맛이 잊히지 않는 커피, 스페인에 여행 가 야외 테이블에서 마셨던 조금은 썼던 맛을 가진 커피. 커피는 실로 나의 많은 순간에 함께했다.

 

 

 

박소현.jpg

 

 

[박소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63685
댓글1
  •  
  • 전가람
    • 리뷰에 오류가 하나 있습니다. 합정동 제비 다방은 이상 백부의 집이 있던 터가 아닙니다. 진짜 이상 백부의 집 터는 현재는 통인동에서 이상의 집이란 이름으로 운영 중인 곳 일대입니다. 정정을 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 0 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E-Mail: artinsight@naver.com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Copyright ⓒ 2013-2022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