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전시 -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글 입력 2022.01.2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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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통 설화가 좋다. 일상에서 튀어나오는 기이한 이야기들. 일상 속 비현실이기에 이보다 더 흥미로운 소재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도깨비는 장난도 좋아하고, 은혜도 갚는다. 일본의 오니나 서양의 다른 괴물과는 다르다. 한국만의 전통적인 이야기 좋은데, 아직 많이 알려지지도 않고,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도 최근 콘텐츠는 한국적인 요소를 꽤나 풀어내고 있다. 한국적이어서 익숙하지만, 아직은 어색한- 친해지고 싶은 한국의 전통 설화를 중심으로 한 전시가 열렸다.


일러스트부터 동화였다. 신비로운 이야기에 나온 모든 요괴들을 다 그렸다. 해태를 이렇게 귀엽게 그린다고? 현무 주작 청룡 백호 등 이렇게 귀엽게 표현되다니! 그래서 더 동화처럼 느껴졌나보다.

 

선과 색과 면이 자유분방하고 귀여웠다. 색깔도 뚜렷해서 더 눈이 끌렸다. 전시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면에 일러스트가 다 그려져있었다. 일러스트가 전시의 메인이었다. 어쩜 이렇게 귀엽게 잘 어울리게, 신비롭게, 기묘하게 그렸지? 신비의 동물들과 설화들에 맞는 그림이어서 더 행복했다. 각자 이야기를 다 갖고 있으니까.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는 12가지 세션으로 되어 있다. 공간이 많으면 헷갈리거나 혼란스럽기 마련인데, 이 전시에서는 구역을 명확하게 나누어 ‘다른 세계로 입장하는 경험’을 정확하게 선사했다. 신비로운 이야기로 빠져드는 몰입감이 대단했다. 점입가경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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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도울루가 지키는 상상의 문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면 입구부터 화려하다. 한국의 전통문양과 함꼐 일러스트, 화려한 패턴으로 어마어마한 공간에 당도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입장할 때 생년월일시를 입력해서 이 바코드로 출력해주었다.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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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돌과 나무에서 시작된 이야기

 

바닥에는 영상이, 벽면에는 전부 거울이, 크게 일러스트가 가득차있고, 가운데 돌석상도 있었다. 속도감 있는 영상이 마치 웜홀 속에 들어가는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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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공간의 초월

 

기묘했다 정말로. 인상이 깊었다. 하얀 공간에 거울 기둥들이 있다. 그리고 에밀레 종이 계속 울려서, 드디어 다른 세계로 도착했다는 암시를 주었다. 아까는 어지러이 빠져들어왔으니, 여기서는 대비되는 적막으로 -이제야 제대로 들어왔다는 극적인 경험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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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달토끼, 그림자 이야기

 

거울을 전체적으로 잘 활용했다. 어두운 밤하늘을 보는 듯했다. 전시 내 어디서 읽었는데, 달에 있는 토끼는 불로초를 찧고 있다고 했었다. 앞의 대비대는 경험의 피로도를 잠깐 쉬어주는, 누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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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우리마을 소원의 나무

 

이거야 말로 단짠단짠일까? 또 눈이 부신 공간이었다. 3장의 시공간 초월과는 다르게 화려했다. 거울 벽면에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가 있었다. 재질은 홀로그램처럼 다양한 색깔의 빛을 비추고 있었다. 반짝거렸다. 소원을 빌고, 이뤄줄 결과를 기대할 맛 나는 공간이었다. 이렇게 생소함을 줄 수 있다니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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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기원을 지나 별을 만나다

 

서양의 별자리처럼 동양의 별자리, 우리나라만의 별자리 해석법이 있었다. 내 생년월일시를 입력한 보람이 여기서 나온다. 나의 별자리는 남방 주작 영역의 들개였다. ‘불의를 싫어하고 끈기가 있으며 공평한 것을 좋아합니다. 목표를 정하면 앞뒤 가리지 않는 용감한 성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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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도깨비 불을 만나다

 

미디어아트 전시의 맛이지. 큰 화면에 미디어 아트 작품이 계속 나오는 것. 다양한 도깨비 불이 가득 차있어서 재밌었다. 그리고 손을 갖다 대면 또 모양이 바뀌기도 하고. 이것저것 인터렉션, 상호작용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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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꿈의 도서관, 소환의 서

 

본격적으로 동물들을 소개했다. 장산범, 불가살, 구미호, 묘두사, 인면조, 삼두일족응, 삼목구 등등.. 이미 앞에 몰입감을 극도로 올렸기 때문에, 다양한 신묘한 전설 속 동물들을 보여주어도 이제는 온전히 집중할 수가 있었다. 보면서도 내내 ‘와 저 일러스트 정말 뭐야..와…’ 엄청나게 감탄했다. 벽에 있는 일러스트 중, 달걀 귀신도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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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기 (분신)

 

음양오행의 오행 파트. 여기서도 내 생년월일시로 어떤 기운을 가졌는지 알 수가 있다. 화,수,목,금,토. 내 사주는 을목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 earth로 나왔다. 녹색의 이미지랑 잘 어울려서 신기했다. 이 화려한..미디어 아트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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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무시무시 기담

 

갑자기 왠 클럽? 정말 뜬금 없어서 웃겼다. 무서운 기담을 나름 현대적으로 풀어서, ‘여전히 우리 주위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EDM과 초록색 레이저, 그리고 화려한 조명이 날 감싸네… 에서도 일러스트가 너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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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우리는 가택신과 함께 살고 있다

 

집을 지키는 신들이 나왔다. 여기서도 신들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사진을 찍을 수가 있다. 재미있는 구석이 곳곳에 전부 있어서 너무 즐거웠다. 붉은색과 녹색, 파란색의 대비가 강렬해서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게 바로 환상적이지. 몰입형 전시의 끝 정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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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나만의 수호신, 귀신 그리기

 

상상력을 많이 자극시켰으니, 이제 내가 직접 표현하는 차례로 전시를 마무리한다. 그림을 그리면 벽에 다른 일러스트랑 같이 미디어로 뜬다. 마지막 체험까지 즐거웠다.

 

*

 

증강현실을 활용했다. 포켓몬고처럼 앱을 깔고, 어느 공간에 카메라를 대면 그 속에서 카드가 뿅 하고 튀어나온다. 카드캡터 체리가 된 것 마냥, 전시장 곳곳 구석에 숨어있는 신 이미지를 찾으면 카드를 모을 수가 있다. 카드를 다 모으면 전시 마지막에 선물을 받는다. 그리고 사주 입력한 바코드로 별자리도 볼 수 있고, 오행 중 어떤 힘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가택신들과도 사진찍을 수도 있고, 여러가지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화려한 공간을 꾸미는 색깔, 일러스트, 조명, 벽, 재질, 구성과 미디어 아트로 정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즐겼다. 심미적 활동으로 마음이 풍족했다. 전시가 이렇게까지 다양한 경험을 줄 수가 있구나. 복합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전시였다. 정말 즐거웠다. 엄청 추천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 좋아하는 것 = 복리로 더 좋은 것들만 가득찬 전시였다.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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