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미디어에 미디어를 더하다
글 입력 2022.01.2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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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N에서 방영 중인 <불가살>이 인기로 알고 있다. 본인도 호기심이 생겨 한번 보았는데, 1화부터 ‘조마구’나 ‘목광’, ‘두억시니’처럼 모습은 좀비나 요괴 같으면서 이름이 낯선 귀물이 많았다. 그 와중에 나는 ‘불가살’이 무엇인지 몰라 검색도 했다. 불가살은 정확한 생김새는 모르겠으나 대략 코끼리 코를 달고 있는 짐승 형태의 귀신이었다. 검색한 결과를 읽다보니 나는 호기심이 생겼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요괴의 이름은 흔히 듣던 것들이 아니었고, 미디어에서 쉽게 보는 요괴의 모습도 아니었다. 물론 드라마나 웹툰은 작가의 해석이 들어간 창작물이기 때문에 실제 생김새와 설명보다 조금 다른 부분은 있다. 코끼리처럼 생긴 짐승 괴물이 그렇게 이쁘고 잘생길 수 없지 않은가? 미디어는 대중이 괴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의인화를 시켜 더 친숙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 효과의 증거처럼 나는 드라마를 보며 알게 된 귀물의 이름을 검색하며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신화 속 동물에게 흥미를 가지게 됐다. 바로 이것이 미디어 매체의 힘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때마침, 비슷한 소재의 전시회를 발견했다.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열린 미디어 전시회인데, 우리의 전통 설화와 민담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신, 괴물, 전설 속 동식물을 소재로 그래픽과 AR 기술을 접속해 총 12개의 미디어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회였다. 전시회는 마치 미디어 속에서 미디어를 더한 느낌이었는데, 나는 전통적인 소재와 미디어가 결한합 공간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그들의 미디어 기술에 호감을 느끼게 됐다.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는 ‘신도울루가 지키는 상상의 문’을 시작으로 ‘돌과 나무에서 시작된 이야기’, ‘시공간의 초월’, ‘달 토끼 그림자 이야기’, ‘우리마을 소원의 나무’, ‘기원을 지나 별을 만나다’, ‘도깨비 불을 만나다’, ‘꿈의 도서관’, ‘기(분신)’, ‘무시무시 기담’, ‘우리는 가택신과 함께 살고 있다’, ‘나만의 수호신’을 마지막으로 나는 실시간 시간 체험을 통해 주최사가 강조한 인터랙티브한 미디어 아트를 느낄 수 있었고, 그들이 내세운 매력인 ‘그래픽과 AR 기술을 접목한 몰입형’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체험형’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전시회에서 특징으로 내세운 특징보다 내가 느낀 ‘공간감’에 더 마음이 쏠렸다.

 

 

 

기묘한 무게 속 안정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속 우리를 지켜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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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나무에서 시작된 이야기

 

전시는 거대한 문을 열고 시작한다. 입장하자마자 신비롭게 깔리는 자욱한 안개와 웅장하고 평온히 울리는 음향은 높은 천장을 자랑하는 전시회의 규모와 어울렸다. 문 앞에 자리한 ‘신도’와 ‘울루’는 전통적으로 문을 지키는 신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덩치가 크고 쌍둥이는 아니지만, 쌍둥이처럼 행동하며, 사극 속 대감집 대문에 양쪽에 큰 붓글씨로 붙여져 있는 부적 같은 것이 신도와 울루를 뜻한다고 한다. 그런 신도울루를 지나 처음 들어온 공간은 우리가 가상 세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돌과 나무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방은 거울로 만들어졌고 그 속에는 여러 돌상과 신수와 수호신처럼 생긴 이미지를 볼 수 있었다. 길고 넓게 뻗어져 있는 공간감은 세계관에 빨려 들어갈 수 있는 집중력을 나에게 안겨줬다. 묵직한 무언가가 나를 짓누르는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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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의 초월

 

형형색색의 색깔로 점칠 된 공간에서 새하얀 순백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그 순간은 마치 개안한 기분이었다. 시야가 뒤바뀐 공간을 인식하는 동안, 뒤이어 들려오는 정갈한 에밀레종 소리는 일정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소리를 내며 청각에 불규칙한 파장을 일으켰다. 전시회가 전체적으로 천장이 높아 탁 트인 시야를 대중에게 제공하는데, 색감과 거울 그리고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여러 개의 큰 거울은 신비로움 분위기를 빚는데 한몫했다. 자칫 잘못하면 조금 기괴해 보일지도 모르는 공간을 음향으로 부담감을 줄여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곳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평온함을 찾을 수 있었고 가만히 서서 한동안 공간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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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소원의 나무


달 토끼의 빈백에서 휴식을 취하다 다음 공간으로 넘어오면, 우리는 다른 공간을 느껴볼 수 있다. 시공간의 초월에서 말 그대로 신비하고 기묘한 안정감을 속으로 삼키며 느꼈다면, 우리마을 소원의 나무에서는 긍정적이고 내일을 기대하는 안정을 감탄하며 입 밖으로 탄성을 자아낸다. 공간은 조명의 대비를 통해 우리가 테마의 특징을 더욱 극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배치되었다. 어두운 숲 같았던 ‘달 토끼 그림자 이야기’와 달리 ‘우리마을 소원의 나무’는 마치 궁궐의 정원에 놀러 온 것 같았다. 풍경처럼 빛나는 계수나무 잎으로 꾸며진 길옆에는 큰 계수나무가 자리 잡았고, 흩뿌려진 잎은 빛 색깔로 묶여 우리가 희망을 느끼게 한다. 잎은 옅은 보랏빛이 빛에 반사되어 여러 채도를 자랑한다. 오래전부터 나무 밑에서 소원을 빌던 우리의 풍습처럼, 마치 소원이 이뤄질 것 같은 소망이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이었다. 아름답고, 희망차며, 그리고 신비로웠다. 또한 내가 신도울루가 지키는 문부터 느껴졌던 무게감은 계수나무 앞에서 완전히 승화됐다.

 

나는 전시관의 시작부터 공간의 무게에 눌려 잠시 생각이 멈췄었다. 전시회의 묵직한 무게와 신비로운 분위기는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그 순간 온전히 감상할 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 망부석이 된 기분을 생애 처음 느껴보았다. 이것이 앞서 내가 말한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에서 느낀 매력에 대한 이유다. 독특한 소재로 관심 없는 사람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재미난 소재도 많았지만, 기묘한 무게 속에서 느낀 안정감을 통해 나는 편안해질 수 있었다.

 
 

 

호불호가 없는 이색적인 공간



전시관을 두르는 뼈대는 매우 균형적이었다. 보통 한 부분이 괜찮으면 다른 부분은 미흡한 경우가 많은데, 뼈대뿐만 아니라, 그 속의 내용도 알찼다. 각종 매체에 소개된 전시회의 특징은 관람객의 마음에 와닿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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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체험

 

보통 전시는 보고 읽고 감상하는 순인데, 이 곳은 체험할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체험은 달 토끼 그림자 이야기, 기원을 지나 별을 만나다, 꿈의 도서관 / 소환의 서, 기(분신), 나의 수호신 / 귀 그리기 전시관에서 느낄 수 있다. 나는 체험 기획이 요즘 트렌드를 정확히 캐치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사진 촬영이 있는데, ‘나’만의 기념적인 순간을 소유할 수 있도록 곳곳에 숨겨진 카메라와 포토존은 굿즈 대란을 살아온 MZ세대에게 익숙하며 어린아이가 있는 부부가 방문하기 좋을 만큼 촬영은 쉬웠고 편안히 즐기도록 공간의 여유도 많았다. 또한 나만의 수호신 그리기 등, 내가 직접 그린 수호신을 QR로 전송해 전시관 벽에 다른 수호신 일러스트와 함께 전시되며, 이 또한 사진으로 간직할 수 있다. 카메라가 없는 공간도 직접 사진찍기 좋은 포토존이 매우 많아 모두가 즐기기 좋은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2021년 키워드로 뽑혔던 ‘레이블링’의 요소로 별자리도 알 수 있다. MBTI로 자기소개를 하는 요즘에 알맞은 체험이었다. 한국의 전통 별자리 ‘천상열차분야지도’를 통해 알 수 있는데, 입장 시 나의 생년월일로 부여받은 바코드를 찍어 우리는 새로운 별자리를 알 수 있고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낼 수 있다. 본인은 전갈 자리인데, ‘천상열차분야지도’에 의하면 북방칠수 중 현무에 속하고 그중 미(牛)에 속하더라. 별자리에 재미를 느낀 것이 나뿐만이 아닌지, 전시회에 방문한 사람들이 꼭 언급하는 전시관 중 하나였다. 나의 바코드에 자동으로 저장된 내용은 전시 이후 굿즈 관에서 따로 인화할 수 있는데, 전시를 즐긴 사람 중에서 사진 인화를 안 하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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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연출한 몰입

 

그래픽과 AR 기술을 제일 먼서 느껴볼 수 있는 것은 아기자기한 귀신 일러스트를 가미한 ‘귀신 찾기’ 이벤트다. AR어플을 이용해 우리는 입장과 동시에 해야 할 퀘스트가 생기고 우리는 전시회의 세계관에 입성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공간 속 숨어져 있는 귀신 그림을 찾아 AR어플로 인증을 하면 해당 귀신의 스티커를 획득할 수 있다. 본인은 아쉽게도 핸드폰 배터리가 다되어 끝까지 참여하지 못했고 같이 간 일행의 핸드폰으로 완주했는데, 귀신뿐만 아니라 여러 신수의 일러스트도 볼 수 있었으며 그들에 대한 설명도 볼 수 있었다. 한번 할 일이 생기면 제대로 끝내고 마는 한국인의 특성을 자극하는지, 16가지 괴물을 찾기 위해 전시관을 헤맬 줄 몰랐다.

 

그리고 신도울루가 지키는 상상의 문, 돌과 나무에서 시작된 이야기, 시공간의 초월, 우리마을 소원의 나무, 도깨비 불을 만나다, 무시무시 기담, 우리는 가택신과 함께 살고 있다 섹션 곳곳에서 우리는 미디어 기술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데, 체험과도 밀접하게 연관됐다. 특히 도깨비 불을 만나다에서 더욱더 효과적이었는데, 불의 영롱함과 울렁거림을 미디어 기술로 독특하게 여러 파장의 형태로 구현하여 필터처럼 적용해볼 수 있었다. 더불어 ‘기(분신)’와 ‘우리는 가택신과 함께 살고 있다’에서 여러 가택신의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함께 어울려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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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안국역 근처 인사 센트럴 뮤지엄 B1층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는 신도울루를 지나기 전 개괄적인 설명을 담은 관이 있다. 그곳은 12개의 테마를 3가지의 주제로 추렸는데, 우리를 지켜주고, 우리가 상상하고, 우리와 살고 있는 신비로운 이야기로 분류했다. 지켜주는 신비로운 이야기는 집과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의 존재를 체감할 수 있도록, 우리가 상상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구전으로만 듣거나 신비롭지만 두려워 가까이 할 수 없는 동물들의 환상적인 존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공간을, 우리와 살고 있는 기담 속 귀신과 요괴, 신의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재치를 마지막으로 전시는 끝이 난다.


전시관에서 찍은 사진은 굿즈 판매처에서 인화할 수 있으며 AR 이벤트 리워드도 받을 수 있다. 전시는 즐겁게 즐길 수도 있고, 평온하게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호불호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전시회로 주최사인 ㈜디자인실버피쉬 홍경태 대표는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 설화 속 이야기들을 미디어 기술을 통해 새롭게 경험해 보면서 지금까지 기억하고 경험한 것들과 미디어로 구현된 가상공간에서의 체험이 어떤 다른 지각 경험을 가져오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즐거운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전시회는 안국역 근처의 ‘인사 센트럴 뮤지엄’ 지하 1층에서 개최됐으며, 주관사는 (주)디자인실버피쉬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컨텐츠진흥원의 후원하에 진행하는 실감형 미디어 전시로써 21년 12월 10일(금)부터 22년 7월 25일(월)까지 약 7개월간 열린다고 한다. 일정이 끝나기 전에 방문해 미디어 기술을 통해 전시의 재미를 느끼고 우리나라의 귀신에 대한 흥미도 가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미디어 전시 속에서 미디어의 힘을 빌어 긍정적인 경험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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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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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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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의모든뮤지엄
    • 안녕하세요~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어떻게 저리 흥미롭게 풀어냈는지 너무 재밌겠어요 ㅎㅎ
      아이와 함께 보기 좋은 전시회 소개를 하려는데 선생님의 게시글을 카카오뷰에 링크 첨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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