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미술사 한 걸음 더 [도서]

글 입력 2022.01.0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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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역사는 사람 사는 세상의 역사다.

우리는 미술 작품으로서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고,

인간과 삶, 사상, 문화를 배운다.


 

《미술사, 한 걸음 더》는 ‘미술사문화비평연구회’가 첫 번째로 내놓은 미술사 연구서다. ‘미술사문화비평연구회’는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김현화 교수의 지도를 받아 석사, 박사 과정을 지나온 제자들 모임이다. 연구회원 각자는 배움의 자리, 미술 현장, 교육 현장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느꼈던 즐거움과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거나 활용하고 싶었다. 그 오랜 고민의 결과물인 이 책에는 자신의 미숙함과 글쓰기의 두려움을 넘어, 미술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넘어, 대중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간 미술사를 전달하려는 마음을 담았다.


미술은 정도 차이가 있을 뿐 당대 사회와 불가분 관계에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술 작품을 통해 시공간 여행을 하면서 인간의 삶과 사상, 문화에 대해 배운다. 예술적 차원에서 생겨난 흥미와 관심으로부터, 그 배경에 놓인 인간과 세상의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로 나아간다. 이 책은 그 연장선상에서, 특정한 테마를 다루기보다는 가능한 한 다양한 범주의 다양한 시각을 포함하고자 노력했다. 미술의 역사는 언제나 열린 자세가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탄생시키고 발전적 변화를 가져왔음을 확인시킨다. 미술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가 학술적 관심을 가지고 미술사에 한 걸음 더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용기가 필요했던 이 걸음에 동행자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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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가 왜 매력적이었는지를 이 책을 읽으며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면 나의 소소한 도전이 조금은 성공한 것일까. 일을 시작하며 취미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어들기도 했고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일을 막 시작한 주니어에게는 꽤 힘든 일이라는 것을 몇 달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더 나답기 위해서는 취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전에도 시간을 만들어 좋아하는 일에 투자해왔으니, 일하는 것 이외에도 힘들더라도 꾸준하게 무언갈 한다는 것이 나라는 사람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더 느끼게 되었다. 그 투자 대상 중의 하나가 주말 동안에 전시를 보러 다니는 것이나 책을 읽는 것이었고 이제 절반쯤은 일이 되었지만 디자인이나 건축 소식을 웹진이나 SNS로 둘러보는 것까지도 나의 루틴에 포함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미술사는 오랜기간 다시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 같다. 예전엔 친했던 같은 반 친구와 서서히 연락이 끊어지는 것처럼, 더 궁금해하거나 공부하려 들지 않았다. 다른 중요하고 바쁜 것들이 생기면서 우선순위가 뒤로 치우쳐저 있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새로운 주제에 관한 미술사 담론들을 훑어볼 수 있어 반갑기도 했지만 반성하는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인상 깊게 읽었던 몇 챕터를 간략히 소개해보려 한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 기록물과 리퍼포먼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1960년대부터 행위예술을 꾸준히 진행해온 여성 미술가로, 행위 예술이 예술 장르로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전부터 창작활동을 펼쳐 온, 이 분야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퍼포먼스라는 매체가 작품이 된다는 것은 비교적 최근 예술의 새로운 장르가 된 영상 매체보다도 생소하게 느껴지는데 그것은 개인적으로 생각해보건대 초기 작품들의 일시성이나 휘발성 때문인 것 같다.

 

마리나는 작품 기록물의 그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퍼포먼스를 또 다시 퍼포먼스하는 ‘리퍼포먼스’ 프로젝트를 2005년 실행에 옮겼다. 사진이나 텍스트와 같이 정지된 형태의 기록물을 최대한 당시의 느낌과 의도를 살려 ‘세븐 이지 피시스’를 퍼포먼스하였다. 그리하여 다른 미술가들의 퍼포먼스 자체 기록물에 마치 고고학자와 같은 자세로 접근하여 선대 아티스트들의 아이디어의 본질을 탐구한 것이다.

 

이를 단순히 반복적 재현이라고 누구가는 말할 수도 있겠으나, 클래식 곡들이 오래도록 수많은 연주자들에 의해 매번 새로운 느낌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주듯 ‘세븐 이지 피시스’는 새로운 소통 경험을 그녀와 그녀의 관객들에게 선사하였다.


기록의 한계와 해석 및 재현의 한계를 차치하고서라도 리퍼포먼스 자체는 행위 예술을 장르로서 더 굳건히 자리매김하게 할 뿐 아니라, 작품의 지속성을 설명할 근거를 마련해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경계 허물기와 아이러니즘


 

갈수록 모든 분야에서 ‘경계 허물기’가 뜨거운 주제이다. 경계는 구분짓기와 명확화의 도구가 되지만 차별의 도구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더 나아가 전혀 다른 두 가지가 공존하는 것을 곧 아이러니즘이라고 한다는데, 확실히 요즘의 콘텐츠는 아이러니즘을 기반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책에서 말하는 흥미로운 사례 중 하나로 작년 큰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이 언급되었다. 캐스팅과 음악, 의상에서 아이러니즘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영국 귀족 영애의 혼인 서사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이지만 유럽 귀족 드라마 주인공의 전형이었던 백인 배우들 뿐만 아니라 흑인, 아시아인 배우들을 귀족으로 캐스팅하고 백인들을 오히려 하인 계급으로 캐스팅하는 것은 파격적인 시도였다. 특히나 비중이 꽤 컸던 왕비나 남자주인공을 흑인 배우로 캐스팅한 점은 무척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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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에서도 과거의 것만을 고집하지 않고 현대적인 요소로 네온 색상이나 레이스를 조금씩 첨가하였으며 음악도 최근의 팝송들을 클래식으로 편곡하여 ost로 이용한 점 등은 드라마 전반에 ‘혼종적’인 성격을 부여하였다. 이러한 시도들은 언론에서도 참신하다며 여러 차례 언급되었고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뜨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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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타마라 드 렘피카’라는 작가의 작품도 떠올려볼 수 있다. 타마라 드 렘피카는 아르데코 양식이 느껴지는 소프트 큐비즘과 금속적인 질감을 표현하는 화풍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녀가 주로 그렸던 대상들은 지금의 현대적인 여성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여성 간의 사랑, ‘남성적인’ 복장과 자세를 취하는 여성의 누드, 재산을 과시하는 직업 여성의 이미지 등을 그려낸 작품들은 당시 여성들의 주된 모습이 아니었기에 비난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유행을 앞서갔던 작가라 많이들 회고하지만 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그녀는 작품에서 섹슈얼리티의 표현에 굳이 경계를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생소하였겠으나 고정된 성적 이미지나 역할에서 탈피한 과감한 표현, 중성적인 인물상의 구축은 후대에 아이러니즘의 씨앗을 남겼다.


앞서 책 소개에서도 보았던 바와 같이 미술사는 사회와 같이 흘러간다. 미술은 사회를 반영하고, 사회에 크고 작은 파동을 일으킨다. 작품은 시장에서 작품성 혹은 대중성을 인정받으면 보다 더 많은 노출의 기회를 얻게 되는데, 이 작품성과 대중성에 사회상과 시대정신이 강하게 반영된다. 곧 관객의 공감이 작품의 의미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미술사가 사회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은 이를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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