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순적인 모든 것들이 삶을 창조한다 - 살바도르 달리전

삶 그 자체가 예술이었던 화가, 살바도르 달리
글 입력 2022.01.0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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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살바도르 달리전 ver.2.jpg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국내 최초 대규모 회고전 <살바도르 달리 : Imagination and Reality>가 DDP에서 개최됐다. 이번 기획전은 살바도르 달리 재단과의 약 7년간의 협업을 통해 기획되었으며, 생애에 따른 달리의 예술세계를 소개하고, 다양한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그의 천재성을 부각한다.

 

전시장의 첫 느낌은 복잡함이었다.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사람들로 꽉 차있었던 로비에서는 입장 전 표를 받는 데에만 해도 몇십분이 걸렸다. 로비에서 대기한 이유가 무색하게 전시장 내부의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자유관람임에도 줄을 서 한 걸음 씩 옮겨가며 작품을 감상해야 했다.

 

아마 내부 인원을 제한할 여유가 없을만큼 사람이 많이 몰렸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전시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사실 그게 달리의 전시였기 어느 정도는 용서가 되는 기분이기도 했다. 그와 묘하게 분위기가 어울리기도 했고, 밀리는 줄에 서서 한 그림씩 계속해서 뚫어져라 뜯어보고 있으니 자꾸만 새로운 생각들이 떠올랐다.

 

전시는 세분화된 10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의 전 생애를 아우르기 때문에, 작품의 양은 예상보다 많았고 그 범위 또한 다양했다. 살바도르 달리가 천재적 예술가라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전시의 기획은 관람자들이 그 의견에 더욱 강력하게 동의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전시는 어찌보면 내내 달리가 '이상한 사람'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그 '이상함'이 모두가 그를 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임을 증명했다.

 

 

 

천재의 탄생 : Birth of a Genius



1. Gerard Thomas d Hoste.jpg

Photo ©Gérard Thomas d’Hoste /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Figueres, 2021

Image Rights of Salvador Dalí reserved.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Figueres, 2021

 

 

살바도르 달리는 스페인 카탈루냐의 소도시 피게레스에서 태어났다. 달리에게는 그가 태어나기 전 일찍 세상을 떠난 형이 한 명 있었다. 형의 상실에 크게 상심했던 달리의 부모는 달리를 죽은 형의 환생처럼 여겼고, 이는 어린시절의 달리에게 강한 정신적 상처를 안긴다. 달리가 이 때 얻은 상처는 그가 평생 죄책감과 강박증, 편집증, 정신 분열을 갖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된다.

 

그래서 달리는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상해져야만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기 위해 온갖 일탈을 일삼았는데, 예를 들면 발작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웃기, 개미에 뒤덮인 박쥐를 입에 넣기, 왕관을 쓰고 왕 행세를 하기, 염소똥으로 만든 향수를 뿌리기 같은 것들이었다.

 

"사실 나는 일생 동안 '정상성'이라는 것에 익숙해지는 게 몹시 어려웠다. 내가 접하는 인간들,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인간들이 보여주는 정상적인 그 무엇이 내게는 혼란스러웠다. 내 생각에는 생길 수도 있는 일들이 절대로 생기지 않는 것도 의문이었다. 나는 인간이 언제나 가장 엄격한 순응주의 법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인간 존재가 개인화되지 않는 정도가 너무나 심한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1. 아버지의 초상화와 에스 야네르에 있는 집 Portrait of My Father and the House at Es Llaner, 1920.jpg

<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 Self-Portrait in the Studio>, c. 1919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초현실주의(Surrealism) : 손으로 그린 꿈 속의 사진들


 

2. Robert Whitaker.jpg

Photo ©Robert Whitaker /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Figueres, 2021

Image Rights of Salvador Dalí reserved.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Figueres, 2021

 

 

초현실주의

1. 세계대전의 폐허 위에서 탄생한, 산업혁명이 초래한 물질주의를 비판하는 예술가들이 뭉쳐 개척함

2.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영향을 받아, 무의식과 꿈의 세계의 표현을 지향하는 20세기의 문학 예술 사조

 

 

2. 지는 밤의 그림자 Shades of Night Descending, 1931.jpg

<다가오는 밤의 그림자 The Shades of Night Descending>, 1931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살바도르 달리는 자신이 "초현실주의 그 자체이다."라고 언급했다. 앞에서 얘기했던 일화들에 따르면 '괴짜'로 불렸던 달리가 현실성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다르게 말해 그가 초현실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달리는 현실을 초월하여, 새로운 차원을 연구한 화가였다. 그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이론인 잠재의식에 큰 영향을 받았고, 이 후 무의식과 꿈의 세계에 몰입해 그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펼쳤다.

 

달리는 그의 인생의 평생을 시달렸던 불안감을 독창적 예술 언어를 통해 밖으로 드러냈다.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기록하는 '자동기술법(Automatisme)'과 어떠한 사물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거나, 응시할 때 나타나는 왜곡을 표현한 '편집광적 비판(Paranoiac critic)' 기법이 그 중 대표적이다.

 

이러한 자신만의 기법을 통해, 그는 현실을 변형시키고 전복시키며 이상하고도 몽환적인 꿈의 세계를 가장 세밀하게 그려내는 화가로 거듭난다.

 

 

6. 후안 데 에레라의 입방체 연구에 대한 서문 A Propos of the Treatise on the Cubic Form by Juan de Herrera, 1960.jpg

<후안 데 에레라의 '입방체 연구'에 대하여 About the "Speech on the Cubic Form" of Juan de Herrera>

c. 1960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체계적으로 혼란을 창조해야 더욱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해진다. 모순적인 모든 것들이 삶을 창조한다."

 

그러나 달리의 초현실주의가 무작정 현실적이지 않은 것만은 아니었다. 달리는 비이성적인 환각상태도 객관화하여 사실인 것처럼 재현했다. 전통적인 회화기법과, 정밀한 소묘, 정확한 원근법을 이용했고, 기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착시 기법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그의 노력으로 달리의 무의식과 꿈에 대한 그림은 더욱 몽환적이고 기묘해졌으며 마치 실제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전설과 함께, 살바도르 달리 : Dali, the Legend


 

섹션 10_전설과 함께_전시전경, 2021.jpg


 

살바도르 달리는 '예술이 인생을 지배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달리의 예술적 천재성은 캔버스 밖으로도 계속해서 뻗어나갔다.

 

달리는 장르와 매체를 가리지 않고, 상업적인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는 코코샤넬, 크리스챤 디올 등의 수많은 패션디자이너, 월트 디즈니, 알프레드 히치콕과 같은 영화 감독, 다양한 배우, 가구 디자이너 등 이름을 언급하면 모두 알만한 화려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함으로써 끊임없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이같은 달리의 끊임없는 도전은 그를 항상 이슈를 만들어내는 전설적 예술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평균 이상의 내가 되기 위해,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한다. 예술에서도 삶에서도 모든 것에 있어서 말이다.”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 불멸하고 싶다는 달리의 바람은 그의 영향력이 모든 범위에서 살아있다는 점에서 이루어진 것 같다. 달리는 그래서 여전히 우리의 삶 속에 살아있다. 그리고 그의 천재적 영향력이 휘몰아쳤던 20세기의 한복판을 직접 경험하고 싶다면, 이번 기획전에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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