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하루를 온전히 보내는 방법 - 365일 명화 일력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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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일력을 사용하게 된 건 작년이다. 책상에 앉으면 의례적으로 일력을 뜯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한참이나 일력을 뜯지 못 한 주간에는 한 장 한 장 일력을 찢으며 바빠서 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날들을 셌다.
1년간 사용한 후기를 말하자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의도치 않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책상 위에서 많은 일을 했다.
매일 가볍게 생각할 거리나 할 일을 던져주는 것도, 그날이 그날 같아 뭘 하고 보냈는지 구분하기 흐릿한 날들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좋아서 얼마 남지 않은 2021년의 일력을 뜯으며 내년에도 일력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65일 명화 일력>을 넘겨보며 한 생각은, ‘언젠가 거실 벽에 걸려있던 명화 달력 같다’ 였다.
동시에 매일매일 다른 명화가 있으니 좋다는 감상이 바로 떠오른 걸로 보아 그때의 나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한 달에 한 점씩 인쇄되어 있던 게 많이 아쉬웠던 모양이다. 내가 특정 달의 그림이 싫거나 질려도 한 달간은 꼼짝없이 같은 그림을 봐야 하니 말이다.
<365일 명화 일력>은 꽤나 사려 깊게 제작되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을 7가지 테마로 나눠 각 요일에 꼭 필요한 리듬과 감성을 가진 명화들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MON] 에너지: 하루의 시작이 좋아지는 빛의 그림 / [TUE] 아름다움: 눈부신 기쁨을 주는 명화 / [WED] 자신감: 나를 최고로 만들어주는 색채들 / [THU] 휴식: 불안과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시간 / [FRI] 설렘: 이색적인 풍경, 그림으로 떠나는 여행 / [SAT] 영감: 최상의 황홀, 크리에이티브의 순간 / [SUN] 위안: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그림
찢어서 쓰는 일력만 사용해 봐서, 처음에는 한 장 한 장 넘기는 스프링 방식이 낯설었다. 처음 넘긴 방향으로는 6월까지 볼 수 있고, 7월부터는 일력을 뒤집어서 사용해야 한다. 계속해서 몇 장 넘겨보니 오히려 이런 제본 방식을 사용한 게 더 영리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찢어 쓰는 일력은 ‘찢어야’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매일 종이 쓰레기가 발생하고 한 해밖에 사용할 수 없다. 그런 점과 비교하자면 만년형인 <365일 명화 일력>은 어쩌면 친환경적일 수도 있다.
처음 보는 그림과 작가가 많아서, 한 장씩 넘길 2022년이 더더욱 기대된다.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명화는 하루의 시작에 새로운 울림으로 다가오고, 아무 의미 없이 지나갈 뻔했던 하루는 그림과 함께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림은 더러 지루하거나, 간혹 남루해진 현실이라는 큰 벽에 구멍을 낸 뒤 사각의 틀을 끼워 만든 작은 창이 된다. (…)
<365일 명화 일력>과 함께 하는 365일은 그 수만큼 많아진 창을 통해 이 세계가 하지 못한 일을 쓱쓱 해치우는 저 세계와의 조우를 허락한다. 창밖으로 잠시 고개를 내밀면 365마리의 새들이 풀어놓은 바람이 젖어 있던 머리와 몸을 말려주고, 등 뒤에서 나도 모르게 숨어 있던 날개를 꺼내 중력을 박차고 오를 수 있게 한다.
행복한 날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불행한 날은 덜 불행하게 만들며, 꿈꾸고 싶은 날은 더 꿈꾸게 하고, 꿈에서 깬 날은 또 다른 꿈이 찾아들게 하는, 그 마법 같은 날들.
- 작가의 말 중에서
[김혜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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