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천재적인 광기, 살바도르 달리 [전시]

살바도르 달리, 그는 죽지 않았다.
글 입력 2022.01.0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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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살바도르 달리전 ver.2.jpg

 

 

11월 27일부터 2022년 3월 20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디자인 전시관에서 ‘살바도르 달리’ 전시회가 진행된다. 스페인 초현실주의 대가인 그의 전 생애(1910년대 초부터 1980년대까지)를 걸친 유화 및 삽화, 대형 설치작품, 영화와 애니메이션, 사진 등의 걸작을 선보이며 그의 예술 여정을 조명한다.

 

총 10개의 섹션을 통해 ‘예술이 인생을 지배해야 한다’는 달리의 신념을 보여주고, 관객들에게 초현실적인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살바도르 달리, 그는 누구인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는 스페인 출신의 화가다. 그는 천재적인 예술가이면서, 종종 보는 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괴짜 같은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기상천외한 행동을 하고 개미같이 특정한 것에 집착하는 강박증을 보이기도 했으며, 물감 묻힌 달팽이로 그림을 그리는 등 독특한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하기도 했다. 이런 기이한 모습으로 인해 그의 천재성은 더욱 시선을 받을 수 있었지만, 사실 그가 괴짜가 된 데에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

 

달리가 태어나기 전, 세상을 먼저 떠난 형이 있었다. 달리의 부모는 죽은 형의 상실감을 달리에게 잘못된 방식으로 투영하기 시작했다. 달리를 죽은 형처럼 여겼고, 그런 부모의 태도에 상처받은 달리는 형과는 다르다는 정체성을 입증하고 싶어 했다. 그때부터 달리는 발작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웃거나, 염소 똥으로 만든 향수를 뿌리는 등 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달리의 괴짜 같은 모습이라 이름 붙였지만, 사실 정상과 비정상, 괴상한 행동의 기준은 어디서 오는 걸까 생각했다. 우리는 어떤 행위의 범주까지를 정상이라 말할 수 있는가.

 

오히려 달리의 남다른 행동들이 정상이라는 탈을 쓴 평범함과 고정관념을 깨부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늘 비범한 행동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법이다. 그의 독특한 방식이 존재했기에, 달리만의 색이 강렬하게 담긴 예술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오늘날까지도 세계적으로 칭송받는 천재적인 예술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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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의 뮤즈, 갈라


 

갈라, 그녀는 달리의 뮤즈다.
 
시인 폴 엘뤼아르의 부인이었던 그녀를 처음 만난 날, 둘은 사랑에 빠졌다. 달리는 갈라가 여태 그가 찾던 이상형이자 영감 그 자체라 생각했고, 실제로 갈라는 달리의 수많은 작품에서 대표적인 상징이 될 정도로 그만의 뮤즈였다.
 
갈라는 달리의 ‘광적인 예술가’ 면모를 이해해 주고 사랑했다. 달리는 그런 그녀를 열렬히 사랑했으며 작품 속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그녀를 향한 마음을 표출했다. 때로는 거칠고 기괴한 방식으로 완성된 작품도 있었지만, 그것조차 아름다움으로 남긴 그들의 사랑은 단순한 연인을 뛰어넘어 서로에게 다시는 없을 뮤즈인 것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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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환상

 

그의 초현실주의 작품을 보면서 신기하게도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는 꿈의 세계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그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작품은 내게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말 그대로 현실을 뛰어넘어선 꿈의 세계는 광활하며 몽환적이다. 그 속에서는 무엇이든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나도 그의 그림에 스며들어 자유롭게 내달리고 싶은 충동마저 일었다.
 
어쩌면 어릴 적 부모에게 받은 상처와 정신적인 문제로부터의 돌파구는 그의 환상,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늘 이런 환상의 세계에서 자유롭게 내달렸던 것이다. 그가 추구한 자유로움이 내게도 생생하게 다가오던 순간이었다.
 
전시의 끝 무렵, 달리의 작품을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섹션이 존재한다. 나는 그 공간에서 여러 번 영상을 보며 실제로 그림 속으로 들어와있음을 상상했다. 그의 그림 안에서만 존재하던 환상의 것들이 실제로 살아 움직였고, 나는 그 속에서 존재했다. 아마 이 공간에 들어서는 많은 이들이, 꿈의 세계에서만 얻을 수 있는 해방감, 현실 세계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의 그림을 보며 느꼈던 자유로움을 간직하고 싶어 결국 그의 그림이 담긴 엽서를 구매해 벽에 붙여두었다. 현실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순간이 오면 엽서를 본다. 그 날 그 때 달리의 그림 앞에서 꿈의 환상을 동경하던 나를 떠올려본다. 그러면 어느새 마음이 탁 트이는 걸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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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밤의 그림자 The Shades of Night Descending〉, 1931
 
 
 
그의 다양한 예술 활동

 

그는 연극과 영화의 영역까지 활발하게 활동을 확장시켰다. 연극 무대 장치 구상을 그가 맡기도 했는데, 이런 초현실적이고 꿈의 세계를 연상시키는 무대를 연출할 수 있는 사람은 '달리'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대는 달리만의 색이 강하게 묻어 있었다.
 
사실 무대는 간결하며 함축적인 의미가 많이 내포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세트장처럼 똑같은 배경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추상적인 무대가 배우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무대 장치가 의미하는 바를 더 깊게 알고 싶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달리가 구상한 무대는 극 내용을 하나의 '꿈'처럼 보일 수 있게끔 만든 몽환적인 무대라고 생각했다.
 
달리가 만든 단편 영화를 보여주는 코너도 함께 존재한다. 사실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기괴한 장면에 인상을 찌푸리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달리가 그토록 집착하던 개미가 손을 타고 오르는 것, 여성의 눈을 해치는 장면 등, 그의 괴짜 같은 면모가 가득 담긴 영화였다.
 
 
다소 잔인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어 선택적 시청 부탁드립니다.
 
 
살바도르 달리의 단편영화_Un Chien Andalou
 
 
그는 희곡의 여러 장면들을 삽화로 남기며 활발한 예술 활동을 더욱더 뻗어 나갔다. 그중 가장 즐겁게 관람했던 작품은 '돈키호테'였다. 몇 년 전 돈키호테의 뮤지컬을 관람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배우들이 입었던 의상을 어렴풋이 기억해 내며 달리가 그린 삽화들을 천천히 보았다.
 
유난히 그림들이 거친 질감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는데, 실제로 ‘돈키호테’의 삽화는 코뿔소 뿔에 빵을 꽂거나 물감 묻힌 달팽이로 그림을 그리며 달리만의 특이한 방법으로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유명한 희곡 작품을 도리어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그려내 오히려 참신하게 다가왔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기존의 틀을 깨는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우리의 머릿속에 아름답고 귀여운 동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달리가 그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또 한 번 나의 예상을 뒤집었다.
 
작품의 설명을 제대로 읽지 않으면 흔히 알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는 생각을 못 할 정도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두웠다. 색감은 분명히 다채로웠고 통통 튀었지만 어딘가 공포스러운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작품을 그려낸 방식이 기괴함을 더했는데, 물감이 번지고 흐르는 것을 일부러 과장되게 표현하여 기존에 알던 이야기의 산뜻함 대신 기이함을 느낄 수 있었다.
 
*
 
총 10개의 섹션을 모두 관람하고 나오면, 달리의 예술성 뿐만 아니라 그의 일생일대를 알게 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만큼 달리는 삶이 예술 그 자체가 되도록 살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문구를 보는 순간, '괴짜'라고 여겨졌던 달리의 행동들은 어쩌면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 각인될 평균 이상의 달리가 될 수 있었던 '비범한' 행동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평균 이상의 내가 되기 위해,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예술에서도 삶에서도 모든 것에 있어서 말이다." _살바도르 달리

 

 

[최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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