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포티파이 사용하시나요? [음악]

스포티파이가 국내 음악 시장에 미칠 영향
글 입력 2021.12.1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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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국내에 상륙한 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는 큐레이션 마케팅과 함께 화려한 시작을 알렸지만 여전히 시장 점유율은 1~2% 내외를 오가고 있다. 그렇지만 포화 상태에 머물러 있는 국내 음악 산업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도 스포티파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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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포티파이와 국내 주요 음악 플랫폼 비교 분석


 

 

아주 간결한 화면 구성 VS 지나친 방목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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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TOP3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 지니, 플로와 스포티파이의 첫인상은 매우 다르다. 국내/해외로 분류된 음악, DJ플레이리스트, 실시간 차트는 기본이고 특정 아티스트의 생일 축하 배너, 앨범 발매 이벤트 등 다양한 콘텐츠의 홍보가 첫 홈 화면에 노출되어 있다.

 

그에 반해 스포티파이는 딱 넷플릭스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느낌이 떠오르는 검은 배경 흰 폰트의 집중력 있는 디자인, 플레이리스트의 제목과 좌우로 슬라이딩하여 확인하는 플레이리스트 섬네일이 전부다.

 

멜론만 10년 쓴 이용자로서 아주 충격적인 화면이었다. 음악 하나하나가 따로 노출되어있지 않고 하나의 주제로 묶인 리스트 안에 존재하는 것이 핵심인 이 모습에 어떻게 적응하나 싶다가도 일단 아무거나 틀어놓기만 하면 되니까 아주 간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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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홈 화면을 벗어나 여러 부분의 기능을 이용하다 보면 너무 불친절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라디오와 같은 내부 콘텐츠의 기능을 명확히 제시해주는 설명이 없고, 아티스트를 검색했을 때 그 가수의 전체 곡을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 앨범 하나하나를 눌러 들어가야 수록곡 목록 형태로나마 살펴볼 수 있음을 스스로 찾아내야 했다.

 

또한 홈 화면 구성 자체는 간단하지만 그 내용들이 중구난방으로 뒤섞여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날씨, 요일, 감정, 아티스트, 장르, 상황 등 다양한 테마가 순서없이 늘어서있어서 혼잡스러웠다. 국내 서비스의 경우 각 분류 항목마다 깔끔히 노출되어 있거나 메뉴 탭이 따로 있어 선택과정이 어렵지 않은데 이는 개인의 선호에 따라 장단점으로 갈릴 것 같다.

 

 

하나부터 열까지 나의 취향 중심

  

멜론과 지니의 경우 앱을 처음 킬 때 회원가입을 하고 내용을 사용자가 알아서 구경하는 형식이라면 스포티파이는 간단하고 단호했다. 간단한 가입 절차를 마치면 반드시 내가 선호하는 아티스트 3명을 골라야 한다. 온보딩 과정을 내가 진행하면 할수록 스포티파이가 제안할 나의 취향은 정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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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리스트 제작도 신선하다. 국내 플랫폼에서 플레이 리스트는 내가 자주 듣고 싶은 음악이 생겼을 때 이것저것 하나씩 추가해서 만든다. 그런데 스포티파이는 내 첫 플레이리스트 만들기를 도와준다. 내가 최근 재생한 목록, 좋아하는 것으로 분류되는 장르 여러 개의 목록을 보여주며 원하는 곡을 쉽고 빠르게 추가하도록 한다.

 

이용을 쉽게 도와준다는 측면도 있지만 내 첫 플레이리스트 또한 취향을 반영하여, 또 이를 다시 앞으로의 큐레이션에 반영할 것이라는 게 “이 녀석 참 기특하네?”라는 우스운 생각을 들게끔 한다.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편리함

  

요즘 MZ 세대는 스마트폰을 기본으로 하여 데스크탑,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워치, 콘솔 게임 등 다양한 전자기기를 갖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스포티파이는 국내 플랫폼과 확연한 우위를 차지하는데 바로 어떤 기기에서든 재생하고, 멈추고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리모트 기능을 이용해 다른 기기에서 노래를 재생하고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것인데, 스포티파이는 다양한 기기에 자체 앱을 개발해두어 깨끗한 음질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 점은 각 기기 간의 호환성, 편의성을 중요시하는 사용자들에게 아주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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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음악에 따라 다른 볼륨을 인식해서 동일하게 설정해주는 표준화 기능도 차별점이다. 멜론을 들으며 항상 느낀 불편함이었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기능 중 하나다. 또한 한 트랙이 끝나도 계속해서 비슷한 음악을 재생시켜줘서, 내가 당장 듣고 싶은 발라드 음악이 끝난 후 무작위로 댄스음악이 나와 무드를 깨버린 기존의 경험을 없애 줄 기능도 사용할 수 있었다.

 

일부 노래에 10초 정도의 짧은 영상이 섬네일 대신 있는 것도 새로웠다. 특히 비주얼 요소가 강한 K-POP 노래에서는 음악을 재생한 순간 함께 보이는 영상이 그 음악에 대한 느낌을 더 강렬하게 인식시켜줬다.

 

 

국내 플랫폼이 압승한 부분

 

전 세계 1위라고 해서 우리에게도 다 좋은 건 아니었다. 우선 가사 지원이 잘 안 된다. 국내 플랫폼은 가사 지원은 물론, 가사탐색(점프) 기능까지 있다 보니 꽤 공허한 빈자리다. 또한 제목이 영어로 표기되는 곡이 많아서 사용자가 헷갈리게 한다. 정확히 번역했어도 어색해서 모르겠고, 영어 제목이 한글 제목과 조금 달라서 낯선 곡인가 싶기도 하고, 한국어 발음 그대로 옮겨 적어서 당황스럽게 읽히는 것도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 음악이 아직 많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 플랫폼에서는 인디밴드의 신곡도 재빨리 찾을 수 있으나 스포티파이는 음악 문외한인 내가 아는 곡조차 찾아보니 없는 게 많다. 가뜩이나 보수적인 한국 음악 플랫폼 서비스에서, 한국인에게 최적화되지 않은 이용 경험은 이용자의 이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2. 스포티파이의 국내 출시 이후, 우리나라 음악 산업의 변화


 

 

끝없이 넓어지는 음악 생산자와 소비자의 스펙트럼

소형 아티스트의 재발견 → 취향의 다양화 → “주류 음악”의 붕괴

 

스포티파이는 내 취향을 저격할 확률이 높은 새로운 아티스트의 노래를 추천해준다. 우리는 이를 통해 알고는 있었으나 관심이 없었던 가수에게 관심을 두거나, 데뷔는 했지만 대형기획사의 힘없이 홀로 전전긍긍 노래하는 가수들을 새롭게 발굴하게 된다. 수동적으로 대중매체나 대형 플랫폼에서 보이는 음악에 노출되어 취향에 영향을 받던 사용자들이 미지의 세계로 가는 문을 찾은 것 같아 설레는 느낌도 있었다. 나는 주로 큰 주관 없이 차트 100을 돌려 듣거나, 항상 듣던 노래만 들어서 더 신선하게 와 닿았다. 많은 사람이 앞서 말한 경험과 감정을 느낀다면 이는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영역이 커지면서 취향의 다양화와 존중까지 이어질 것이다.

 

사용자의 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는 뮤지션들이 스포티파이 링크를 통해 신곡을 홍보하고 자신이 직접 강조하고 싶은 곡이나 플레이리스트를 노출하고 있다. 심지어는 스포티파이에서 독점적으로 음원을 발매도 하고 팬과의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아티스트 전용 플랫폼까지 차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즉 더 많은 아티스트들이 다양하게 자신을 알리고 홍보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스포티파이의 이용률이 점점 증가하여 많은 사람이 이러한 경험을 겪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음악 산업은 대중성, 판매성, 스타성을 중심으로 보는 구조에서 참신함, 음악성, 각각의 아티스트 개성 자체에 주목하는 흐름이 형성될 것이다. 향후 2, 3년 뒤면 우리는 서로 아는 노래가 적어질지도 모른다.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주류 음악의 개념이 잦아들고 내 취향을 전파하느라 바빠지는 새로운 풍경이 오지 않을까.

 

 

음악 서비스 플랫폼들의 오리지널 오디오 서비스 경쟁 시작

MZ 세대의 라디오 팟캐스트, 스트리밍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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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는 현재 220만 개의 팟캐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유명인 미셸 오바마, 조 로건의 팟캐스트도 독점 계약으로 맺는 등 공격적으로 팟캐스트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팟캐스트 시장, 더 나아가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글이나 영상보다 가장 효율적인 상호작용이 된 음성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꽤 몇 년 전부터 있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오디오 북 플랫폼(윌라, 밀리의 서재), 오디오로 전하는 뉴스레터 북저널리즘,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온갖 팟캐스트 채널들의 이용률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나 역시 작년쯤부터 처음으로 팟캐스트를 오가는 길에 듣고, 설거지할 때 오디오북을 틀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소리가 없으면 어색할 지경이다.

 

전 세계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포티파이가 오디오 콘텐츠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는 결국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이다. 이미 음원 플랫폼 시장은 포화상태이다. 특히나 한국의 플랫폼들은 서로의 밥그릇 빼앗기로 수익을 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수익 창출 전략에 있어 한계를 맞은 것 같다. 앱의 편의성과 다양한 음원 확보라는 장점은 이제 당연한 기본 기능이 된 상황에 기존의 서비스들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은 독자적인 오디오 콘텐츠 생산이 될 것이다.

 

이들은 기존의 음악 산업계, 아티스트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음으로 스포티파이보다 좀 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플로는 이미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포티파이가 올해 안으로 국내 팟캐스트를 선보인다 했으니 국내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들은 이보다 빠르게, 양질의 오디오 콘텐츠를 생산해 국내 사용자들의 음악 플랫폼 사용 경험을 반드시 넓히려 할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건강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 형성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변화하는 국내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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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 번씩은 들어본 “음원 사재기 논란”. 플랫폼들은 모두 피해갈 수 없는 막대한 비난을 받았고 반복되는 사건들로 대중은 순위차트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이에 따라 #내돈내듣(내 돈은 내가 듣는 음악에 갔으면 좋겠다)을 슬로건으로 이용자 중심의 캠페인을 진행한 네이버의 바이브, 순위차트를 폐지하고 자체 차트를 만든 플로 등 새로운 방향의 변화가 일어났었다. 기업의 공정성에 높은 이용 가치를 두는 요즘의 이용자들이기에 기존의 불합리한 플랫폼에 대한 실증, 새로운 방향에 대한 욕구가 돋보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와중에 국내에 입성한 스포티파이는 “최첨단 툴과 기술을 통해 조작된 스트리밍을 최대한 제거하고, 청취자들에게 최대한 정확한 수치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얘기하며 단호하게 데이터 청렴성과 품질의 유지를 말했다. 국내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국내 기업의 입김이 닿지 않는 외국 플랫폼이기도 한 스포티파이의 신뢰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 국내 음원 시장과 플랫폼들은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멜론, 지니, 플로 등의 플랫폼들이 실시간 차트를 메인으로 보여주는 화면구성을 바꾸고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필두로 내세우고 있지만 한 번 생긴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현시대에는 불합리하게 “항상 해 먹던 사람들이 해 먹는” 일은 용납되지 않는다. 공신력 있는 차트의 존재와 음악을 듣는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건강하게 운영되는 음악 산업이 결국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밑바탕이 되므로 해외 경쟁사 스포티파이의 등장과 함께 국내 음악 생태계의 건전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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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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