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악(惡)을 향한 욕망 - 연극 '리처드 3세를 찾아서'

악에 대한 고찰
글 입력 2021.12.0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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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형이고, 미완성이고, 반도 만들어지지 않은채

너무 일찍이 이 생동하는 세계로 보내져

쩔뚝거리고 추한 나의 모습에

곁에만 지나가면 개들도 짖는다…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나날을 즐기는

사랑하는 자가 될 수 없기에

나는 악인이 되기로 굳게 마음먹는다.

 

-1막 1장.

 

 

 

리처드 3세



리처드 3세는 어린 조카 두 명을 탑에 가둬 죽이고 왕위를 꿰찬 인물이다. 그의 악행은 셰익스피어 작품 속 리처드 3세를 전형적인 악인으로 그려내는데 한몫했다. 극악무도한 꼽추 왕 리처드 3세는 그저 악인일까?

 

그는 고작 2년간의 통치 후 보즈워스 전투에서 훗날 튜더 왕조의 시조가 되는 헨리 7세에게 패배해 죽게 된다. 5세기 인물, 하물며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이 인물은 한국에 있는 어느 소극장에서 다시 태어났다. 그가 가진 악을 향한 욕망을 보여주기 위해서.


연극은 5세기가 흐른 2013년 성북동 주차장 인근 화장실 그의 유골을 발견으로 시작된다. 리처드 3세의 비극적인 죽음을 알리는 내레이션이 극장을 채우기 시작하자 배우들이 하나둘씩 차례로 등장하면서 각자 자신만의 표현으로 리처드 3세의 악행을 연기한다.

 

"흉측하고, 더럽고, 추악해. 그렇지만 매력적이고, 신비로워." 이는 ‘악’ 그 자체를 설명하는데 가장 적합한 문장이다. 악은 그 자체로 추하다. 그러나 우리가 때론 극 중 악인에게 매력을 느끼듯 악, 그 자체를 실현하는 인물을 욕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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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속 리처드 3세는 연령 불문, 성별 구분 없이 몸짓, 표정, 대사로 그를 표현한다. 로테이션식으로 진행되는 연기는 그 누구나 악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원하는 여자를 아내로 들이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도 서슴지 않으며 사람을 이용해 살인을 지시하고 사람을 인질로 삼아 협박한다. 그의 말, 행동 모든 것은 악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가 악행을 저지르면 저지를수록 그는 더욱 고독해지고 볼품없이 변해간다. 자신의 일그러진 욕망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된 것이다.


“말을 다오, 말을 다오. 말을 가져오면 내 왕국을 주리라.” 그는 이 말을 남기고 머리 쪽에 단검류로 강한 충격을 받고 척추엔 화살촉이 박히며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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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을 향한 욕망


 

인간은 선하게 살도록 교육받는다. 그러나 악이 있기에 선이 있듯이 악은 인간 내면에 동시에 존재한다. 연극은 리처드 3세가 저지른 악행을 보여 준다.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그가 왜 악행을 저지르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그는 처음부터 악했고, 죽어서도 악한 인물로 남는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선과 악은 굳이 구분 짓지 않는다. 절대 악, 절대 선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는 문화예술 속 등장인물을 그려내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악한 인물은 없다.

 

그들은 사연을 가지고 있고 그 사연은 보는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조커를 들 수 있겠다. 또한 마냥 착한 인물은 인기를 끌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사연은 없고 그저 악인으로 묘사되는 리처드 3세가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가 저지른 악행을 보며 각자 내면에 있는 잠들어있던 악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누구나 악해질 수 있다. 그건 인간이기에 당연하다. 그래서 교육을 통해서 우리는 악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나 내면에 잠든 악에 대한 욕망은 이렇게 문화예술을 통해 해소하고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그때 그 시절에는 철저하게 외면받았던 인물인 리처드 3세라는 인물이 아직까지 연극, 뮤지컬, 또는 여러 작품 속에서 계속 회자되고 극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우리는 간혹 악행을 욕망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악행을 행해서는 안 된다. 악행을 저지른 자의 최후는 늘 비참하다.

 

그렇기에 리처드 3세를 반면교사 삼아 악에 대한 욕망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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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몸짓과 표정연기는 다른 연극과는 다르게 비디오로 실시간 촬영되어 흑백 TV와 스크린으로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좀 더 배우들의 표정에 집중할 수 있었고, 흑백 영화를 관람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리처드 3세를 찾아서>는 한국 어느 골목길을 배경으로 극이 진행된다. 골목길은 어둡고 축축하며 사람이 오고 가지 않아서 음산하다. 그곳에서 우리는 리처드 3세를 만날 수 있었다. 예전에는 골목길에서 돈을 갈취하는 일이 많았다. 즉 음산한 골목길은 흔히 말하는 악인의 집합 장소였다. 지금도 어둑한 밤 골목길은 피해서 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렇듯 골목길 클리세, 악인 리처드 3세의 모습을 그려낸 연극은 어려우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명확했다. 악을 욕망한다. 그래서 누구든 악인이 된다. 악인은 어떠한 사연조차 불필요하다. 악, 그 자체에 집중된 연극이었다.

 

우리는 마음 속에 리처드 3세를  가지고 있다. <리처드 3세를 찾아서>, 즉 내면에 잠든 리처드 3세는 연극의 시작과 동시에 관객 마음 속에서 재탄생되고 연극이 끝남과 동시에 관객 마음 속에서 다시 잠들었다. 언제 다시 내 마음 속에 리처드 3세가 일어날지는 모르겠다.

 

누구나 악인이 된다. 누구나 리처드 3세가 될 수 있다. 이 연극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나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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