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공예'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전시 - 2021 공예 트렌드 페어

공예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글 입력 2021.12.0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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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21 공예 트렌드 페어의 키워드는 ‘형형색색’이다. 약 1,200㎡에 달하는 넓은 면적을 채우며 여러 빛깔을 수놓고 있는 공예품들을 접하자마자 나는 이번 전시의 키워드가 왜 ‘형형색색’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납득할 수 있었다. 그들은 각자가 가진 자신만의 독특한 색으로 온 전시관을 물들이고 있었고 그 안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공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조차 온통 정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이번 공예 트렌드 페어는 전년도보다 훨씬 커진 규모만큼 ‘공예’ 그 자체를 사랑하는 다양한 참가자들이 함께하게 되었다고 한다. 총 6개의 관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 그들의 공예는 각양각색의 모습을 한 채 ‘공예’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작품이 말해주는 것은 공예예술에는 어떠한 정해진 틀도, 본보기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공예 작품들은 모두 하나 하나 각각의 빛깔을 지니고 있었다.


이번 전시의 큰 흐름을 아우르는 주제관 기획전시 ‘형형색색’과 아울러 주요 갤러리가 차명하는 ‘아트&헤리티지관’과 스튜디오, 브랜드, 기업, 공방들이 참여하는 ‘브랜드관’ 및 ‘창작공방관’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창의적인 공예품을 전시하는 ‘대학관’과 공진원의 사업 결과물을 선보이는 ‘KCDF 사업관’까지, 다양한 의도와 방향을 가진 공예 전문가들의 오색찬란한 작품 속으로 함께 떠나보자.

 

 

 

기획 전시 형형색색(形形色色)



페어가 열린 코엑스 C홀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기획 전시 ‘형형색색’이었다. 운이 좋게도 현장에서 남은 자리가 있어 도슨트를 들을 수 있었다. 해설사 분이 마이크에 대고 말씀하시는 내용을 이어폰을 통해 들을 수 있는 방식이었는데 덕분에 사람도 많고 광활한 전시장에서 첫 발걸음을 잘 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부터는 기획 전시 중 인상 깊었던 작품 몇 점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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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 예술’에 대해 내가 어렴풋이 품고 있던 편견을 완전히 깨 준 작품을 가장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언뜻 보면 콩주머니를 모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치아의 윗표면 같기도 하다. 이 작품을 보고 가장 먼저 의문점을 던지게 된 것은 작품의 재료에 관해서였다. ‘공예’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유리, 목재와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었을까? 섬유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내게 생경한 느낌을 주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작품이 지닌 ‘용도’였다. 사실 나는 부끄럽게도 이번 공예 트렌드 페어를 방문하기 전까지 ‘공예 예술’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래서 미술관에 걸린 다른 작품들이 그렇듯 ‘관상용’이 용도의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공예는 생활의 예술품이었다. 실용적인 물건에 장식적인 가치를 부가함으로써 그 가치를 높이려고 하는 예술, 말그대로 ‘실용적인 용도’를 지닌 채 우리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모든 것이 공예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보는 시각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작품의 용도를 알고 나서 나는 이 작품이 방 한구석에 놓여 있는 상상을 해보았다. 이 작품, 그러니까 소파 위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도 그려진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엮인 콩주머니 같은 오브제들이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모양을 바꾸어 가며 안락한 독서 환경을 제공해줄 것이다. 공예 작품이 가진 매력이 바로 그것이다. 인테리어 용품이 될 수도, 실용적인 가구가 될 수도,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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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작품 또한 신박한 재료를 이용했는데 이 작품에 쓰인 재료는 바로 ‘벨크로’이다. 일명 ‘찍찍이’로도 불리는 이 벨크로를 작품에 사용했다는 점은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일상에서 정말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사실 그 안에서 예술적 의미를 찾아 내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누가 벨크로를 이용해 의자를, 나아가 하나의 공예 작품을 만들어낼 생각을 했을까? 그렇기에 이 작품은 시각적으로 가장 강렬하게 관람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이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화려한 색채감에 있다. ‘형형색색’이라는 표현이 딱 알맞을 만큼 이 4개의 스툴은 각각 강렬한 형광색을 띄고 있다. 언뜻 보면 목욕탕에 쓰이는 때타월이 떠오르기도 한다. 주로 우드 톤의 차분한 색을 띄거나 원색을 이용하더라도 은은하게 빛깔을 내는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대놓고 강렬한 색채감을 뿜어내고 있는 이 작품은 보는 이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는 것 같다.

 

 

 

쇼핑하듯 둘러보게 만드는 브랜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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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공예 트렌드 페어에서 가장 신기했던 점을 꼽으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전시의 ‘구성’을 이야기할 것 같다. 이번 전시는 예고된 만큼 엄청난 크기의 전시관에서 이루어졌는데 광장 같은 중심에는 기획 전시 ‘형형 색색’이 펼쳐져 있었고 그 주위로 수많은 부스가 둘러싸고 있는 형태였다. 중심부 기획 전시를 벗어나 단 아래로 내려 오는 순간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마치 박람회를 구경 온 것만 같은 설렘으로 미로처럼 얽힌 부스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브랜드관의 부스들은 ‘공예 작품’ 그 자체의 의미를 있는 그대로 실현하고 있는 곳이었다. 이 곳을 둘러보는 이들은 관람객이자 고객이었다. 모두가 매의 눈으로 작품이자 상품인 공예품들을 훑고 있었고 그 안에서 나 또한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고르는 사람 마냥 들뜬 채 ‘나의 공예품’이 될 수도 있을 작품들을 구경했던 것 같다. 실제로 브랜드 관에서 나는 뱃지 하나와 팔찌 하나를, 동행한 지인은 컵과 모빌을 구매했다.


마치 쇼핑하듯 공예품들을 구경하던 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야말로 공예품 전시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서 직접 이용되는 공예품은 구매로 이어져 내 손안에 들어오는 순간 ‘나의 것’이 된다. 공예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채 나의 실생활에서 이용될 누군가의 작품은 그때서야 비로서 ‘공예 예술’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형과 무형의 예술로 이루어진 복합예술, KCDF 사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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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존재감을 뽐내는 공예품들이 가득한 부스 사이 사이를 지나다 보면 어쩐지 조금은 엄숙하고 차분해 보이는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이곳은 국립국악원이 무형의 예술인 전통음악과 유형의 예술인 공예를 융합한 무대를 선보이는 관이다. 귓가를 사로잡는 절절한 판소리에 이끌려 도착한 이곳의 무대는 실로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가느다란 선으로 이루어진 공예품들이 한 데 모여 좌중을 압도할 만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길지 않은 이 공간을 거니는 동안 동짓달 뜬 밤에 풍류에 젖은 선비가 된 것만 같았다. 공간을 휘어 감는 국악 특유의 아름다운 선율과 그 시대의 밤 풍경을 떠올리게 만드는 공예 작품의 물결, 색색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조명, 삼박자가 어우러진 이 작품은 경험해 본적 없는 그 시대로 관람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실로 전통예술의 매력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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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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