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age를 따라서] 오묘한 매력의 향, 가죽

가죽을 따라서
글 입력 2021.12.0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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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궁금하게 만드는 재료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는 자주 쓰이지 않는 재료이다. 처음 접하는 재료나 향에는 잘 적용시키지 않는 재료 말이다. 두번째는 고가의 재료이다. 수급이 어렵거나 효율이 떨어져 높은 가격대에서만 구할 수 있는, 혹은 고가의 ‘이미지’를 지닌 재료들은 특별히 여겨진다.

 

오늘 소개할 향은 이 두가지에 밀접해있다. 가죽(Leather)향이다. 향기에 콧바람 좀 쐬어본 사람이라면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죽은 빈번히 쓰이는 향의 재료다. 최근에 쓰이기 시작한 새로운 향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향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들의 생각 속 향은 주로 꽃, 과일, 백화점 분내음이다. 최근에서야 나무가 추가되었다. 가죽이 향에 쓰이는 만큼 익숙한 것은 아니다. 가죽이 지닌 고급 이미지와 낯선 느낌은 가죽이 사용된 향을 궁금하게 한다. 실제로 가죽 관련 향료는 고가에 속하는 편이기도 하다.

 

이처럼 눈길을 끄는 가죽향에 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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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향의 역사는 짧지 않다. 오히려 길다. 역사는 거슬러 올라 약 16세기의 프랑스로 간다. 프랑스의 도시 ‘그라스(Grasse)’는 향기의 도시이다. 향료 추출을 위한 꽃밭들과 다양한 퍼퓨머리(Perfumery)가 즐비했다. 향기만을 위해 그라스로 향기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있을 정도이다.

 

무엇이든 처음은 있기 마련인 법, 그라스도 처음부터 향으로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중세의 그라스는 가죽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프랑스 왕실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수출을 하였다니 부흥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당시 가죽은 지금과는 다르게 공정 과정의 한계로 지독한 냄새를 풍겼다. 냄새 때문에 사용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냄새를 없앨 수 없다면 가릴 것, 사람들은 가죽의 악취를 덮는 것을 떠올렸고 이는 향의 발전으로 이른다. 가죽을 마스킹(Masking)하기 위해 향기 재료들을 재배하던 것이 발전하여 그라스는 향기 도시로 불리게 되었다. 향수는 프랑스라는 인식의 시초는 여기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엄밀히 말하면 그라스 이야기는 가죽향의 역사가 아니라 향의 역사의 일부이다. 인류 문명에서 향이 쓰이기 시작한 건 훨씬 이전이다. 그라스의 이야기는 향의 발전의 한 지점에서 가죽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가죽이 향의 역사에 다시 등장하는 것은 19세기이다. 당시 러시아의 댄서와 군인들은 자주 착용하는 가죽 신발을 지키기 위해 방수 에센스로 닦아내곤 했다. 에센스에서는 birch tar, benzoin, tobacco와 같은 그을리고 매캐하면서도 따뜻한 향이 났고 가공된 가죽 특유의 향과 섞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때 맞춰 합성향료가 개발되면서 천연물 추출을 뛰어넘는 다양한 향료들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향수에 사용되는 가죽향에는 실제 가죽 추출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향수의 노트 가죽향이란 것은 결국 가죽의 질감, 색감, 분위기를 표현할 뿐이다. 가죽느낌의 합성향료는 ‘isobutyl quinoline’이 대표적이지만 ‘가죽’을 말하는 향에 모두 isobutyl quinoline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거친 나무향으로 질감을, 따뜻한 레진향으로 색감을 표현할 수도 있다.

 

달리 말하면 통용되는 향의 규칙이 다른 향보다 희미하다.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에 따라 여러가지 향이 나올 것이다. 가죽의 다양한 표현의 관점에서 합성향료의 탄생은 큰 터닝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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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서, 이러한 러시아의 가죽향을 통한 영감은 겔랑의 ‘Cuir de Russie(러시아의 가죽)’ 향수의 탄생으로 이른다. 후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향 ‘샤넬 No.5’의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Ernest Beaux)가 동명의 향을 샤넬에서 내놓으며 1920-1950년 사이 가죽의 큰 인기를 이끌었다.

 

Cuir de Russie는 영감을 얻은 이야기에 따라 담뱃잎과 자작나무로 무두질한 가죽부츠의 향을 표현했다. 또다른 가죽과 연관된 향에는 'Peau d'Espagne(스페인의 피부)'가 있다. 앞서 언급한 가죽의 취가 고약했던 시절, 그라스 사람들 외에도 많은 이들이 악취로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스페인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역시나 악취를 덮기위해 가죽에 향을 덧입혔다고 한다. 그에 사용된 향은 장미, 네롤리 등의 꽃과 라벤더, 클로브, 시나몬 등의 허브와 향신료였다. 다른 이름으로는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스페인의 가죽'이라고도 불리는 것은 꽤 흥미롭다. 가죽향의 발전은 역사와 꽤나 밀접해있다.

 

최근에는 다시 가죽향이 인기를 얻어 다양한 퍼퓨머리에서 가죽을 주제로 한 향을 내놓고 있다. 특히 고가의 향수에서 자주 쓰이는데, 꽃향기로 상상하는 일반적인 향기와 다른 오묘한 느낌이 고급스러움과 특별한 감성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그 독특함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가죽이 젊고 활기차기 보다는 중후하고 오래된 느낌을 지닌 이유도 있다. 마초적인 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늘 그렇듯, 틀에 갇히지 않은 많은 향들이 존재한다. 살결처럼 부드럽거나 꿀처럼 달콤하기도 하다. 가려야 할 악취의 원인에서 고급 향수의 재료까지 변신을 거듭해온 가죽향에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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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호수
    • 가죽제품이나 되도록 쓰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동물보호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서로들 웬만하면 비건으로 향하여 가면 지구환경에도 도움되고 동물생명에대한 권리도 존중해야한다고 봅니다.
      전 가죽에 관한건 쓰지않은지 오래됐습니다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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