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강승윤과 함께한 더할 나위 없던 항해 Passage [공연]

글 입력 2021.11.2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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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1일, 강승윤의 첫 단독 콘서트 Passage가 올림픽공원의 올림픽홀에서 진행되었다. 지난 3월 첫 솔로 앨범 발매에 이어, 단독 콘서트까지 오래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올해 유난히 좋은 소식들이 많았다. 언제나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줬던 그였기에, 이번 콘서트에도 기분 좋은 기대를 걸었다.


콘서트의 문을 여는 VCR에는 내가 그동안 그리워했던 강승윤의 또 다른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일렉트릭 기타를 메고 조율과 연주를 하는 모습, 퀸을 연상시키는 웅장한 밴드 음악과 함께 락스타의 귀환을 알리며 공연은 시작됐다.


첫 곡은 ‘비가 온다’였다. 초록색 벨벳 슈트 세트를 입고 등장한 강승윤은 왕자님 그 자체였다. 원곡보다 짧은 호흡으로 두 박자씩 끊어서 연주되는 통기타 반주는 새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YG 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 발표한 솔로곡인 만큼 꽤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해서 부른 바 있는데, 이번 버전도 꽤나 새로웠다. ‘이젠 끝이라는 건~’으로 시작하는 브리지 파트에서 낮고 강한 드럼의 톰 소리가 두드러지는데, 마치 강승윤의 힘찬 행보를 드럼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


'아이야'가 그 뒤를 바로 이어갔다. 정박마다 등장하는 오르간 소리에 보컬을 받치는 인스트루멘탈은 더 풍성해졌고, 완벽한 밴드 호흡이 돋보였다. 연속해서 짧은 호흡으로 몰아치고 빠지는 '더 많은 걸 강요해 나 하나도 힘든데' 프리 코러스 부분에서는 강승윤의 보컬과 밴드가 완벽하게 교감했고, 2절을 여는 가사인 '야 동생아~'에서는 울컥하는 감정을 유발하는 연주로 진정성을 더했다.


YG 엔터테인먼트 입사 후 처음으로 발매한 솔로곡과 첫 솔로 앨범 타이틀 곡을 차례로 가창한 후, 강승윤은 정식적으로 스스로를 Passage의 주인장이라 소개를 하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때도 밴드는 열일했다. 아이야의 잔잔한 인스트루멘탈 버전을 연주하며 자체 BGM을 스트리밍 하면서 따스한 멘트를 뒷받침해주었다. Passage의 주인장은 콘서트를 향한 늠름한 포부를 건네며, 온라인 팬들을 위해 카메라에 눈을 마주치는 등 세심한 배려와 센스까지 엿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잔잔한 [Page] 앨범의 수록곡 '비야', '멍', '뜨거웠던가요'의 가창이 이어졌다. '비야'에서  '멍'에서의 붉은 노을이 지는 강가의 배경은 팬들이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하며 함께 '멍' 때릴 수 있는 좋은 배경이 되었고, '뜨거웠던가요'는 기울어진 집 안의 집 같은 특이한 배경이 열정을 쏟아 바친 후 예상과 다른 본인의 감정에 대한 꼬리를 무는 스스로의 질문을 잘 나타냈다.


그 후 공연과 공연 사이를 잇는 VCR이 방송되었다. 가수라는 본업을 워낙 잘 소화해서 그런지, 그의 또 다른 직업 '배우'의 커리어를 자주 잊곤 한다. 직접 연기자로 나선 그는 고민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답답해하다, 깊은 우울에 잠식되는 것을 직관적인 시각적 표현으로 보여주고, 다시 일어나는 모습까지 VCR에 담았다. 져 버리는 노을처럼 강물 뒤로 숨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같은 태양을 보고 이젠 다시 떠올라야 한다고 다짐한다. 승윤의 10여 년간의 성장을 압축한 VCR이었다.


노래 제목같이 하늘거리는 실루엣의 셔츠를 입고 '바람'으로 솔로 댄스곡의 포문을 연다. 처음으로 안무를 공개한 '안 봐도', 'SKIP'에 이어 'BETTER'에서 같은 그룹 멤버 송민호가 등장한다. 팬들은 환호 대신 반가운 마음을 눈빛과 텔레파시로 전했다.


무대를 끝나고 송민호를 맞는 멘트를 진행하는데 승윤은 참 힘겨워 보였다. 네 곡을 연달아 라이브로 춤을 추며 선보였다. 노래를 워낙 잘해서 그의 아이돌이라는 본분도 가끔 잊어버린다. 긴 팔다리를 활용한 시원한 춤 선을 자랑하는 그는 라이브까지 완벽한 댄스 가수였던 것이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또 할 말은 다 해야 했다. 음악 인생에서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인 송민호와 강승윤은 서로의 콘서트의 게스트에 서면서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게스트의 무대였다. 송민호의 1집 타이틀곡 '아낙네' 또한 같은 밴드와 호흡을 맞추며 콘서트장의 열기에 불을 붙였다. 함성 금지인 이 시국이 야속했다. 이너서클의 내적 외침 '나의 아! 낙! 네!'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베이지색 정장으로 갈아입고 파란 계단에서 앉아서 복면가왕에서 사랑을 받았던 'Bounce'를 부르면서 그는 다시 등장한다. 움직이는 파란 계단에 앉은 상태로 등장하는데 달달한 노래 가사가 마치 이너서클을 향한 메시지인 듯이 들렸다. 복면가왕에서 불렀던 '멀어지다'를 연이어 가창 후 비긴 어게인에서 소화한 '널 사랑하지 않아'를 이어 부른다. 생각지 못한 게스트 거미의 등장으로 객석에서 짧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전국 투어 중 선뜻 게스트로 나서 준 거미는 'Autumm Breeze'와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을 무대로 보였다.


게스트의 무대가 모두 끝나고 승윤은 다시 웅장하게 등장한다. 휘몰아치는 밴드 연주와 함께 다시 나타난 그는 트레이드 마크인 틴트 선글라스를 낀 채로 반짝이는 비즈가 잔뜩 달린 라이더 재킷을 입고 벅차오르는 'Golden Slumbers'와 '365'를 연달아 불렀다. 아, 이젠 락스타의 시간이구나 싶었다.


내가 반했던 본능적으로 때의 모습으로 데자뷔가 이뤄진 것 같아서 벅차올랐다. 20살, 17살에 발표한 젊은 패기가 느껴지는  'WILD AND YOUNG'과 '본능적으로'를 더 성숙한 목소리로 폭발적으로 가창한다. 아픔을 딛고 일어선 후에 펼쳐진 끝없는 향연을 암시하는 듯한 네온 터널이 'WILD AND YOUNG'을 가창할 때의 배경을 책임졌고, 화려한 가창과 브라스 섹션을 곁들인 '본능적으로'로 화려한 축제를 계속 이어나갔다.


그의 음악에는 위너가 빠질 수 없다. 이너서클의 상징인 푸른빛 반짝이는 재킷으로 갈아입은 그는 위너의 음악도 선보이겠다고 예고한다. 위너의 음악적 색깔이 묻어 있는 '그냥 사랑 노래'를 시작으로 2017년 많은 사랑을 받은 위너의 노래들 'LOVE ME LOVE ME', 'ISLAND', 'REALLY REALLY'를 연속으로 이어나간다.


그냥 사랑 노래 역시 콘서트 때 최초로 안무를 공개했다. 자유로운 축제 분위기가 좀 더 완숙한 젊음의 열정을 느껴지게 했다. '다 같이 놀자!'는 느낌이 만연한 안무였는데 브리지 부분에서 댄서들이 잠시 자리를 비켜주고, '가끔은 이런 가벼움에 몸을 맡겨요.'라는 가사로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EVERYDAY', 'LALA'를 연속으로 보이며 공연의 클라이맥스에 치닫는다. 쉼 없이 공연을 달린 후 어느덧 마지막 노래라며 아쉬워하지만, 문장마다 '본 공연의'라는 말을 절대로 빼먹지 않는다. '본 공연의 마지막 곡'은 바로 'CAPTAIN'. 사랑을 노래하지만 특정 인물을 지칭하지 않는 '그대'의 주인공은 팬들이다. 캔들라이트 이벤트로 공연장은 [Page] 앨범 색이기도 했던 초록과 베이지로 물들었다.


퇴장 후 앙코르를 뜻하는 일정한 박수 소리가 계속 들렸다. 제2막과도 같은 앙코르의 포문을 여는 곡은 '싹'이었다. Page에서 안 한 곡이 이거였구나, 순간 아차 싶었다. 강승윤 본인도 원래 '싹'을 앙코르로 넣을 생각은 없었는데, 셋 리스트에서 빼먹었다고 한다. 잔잔하게 시작하는 앙코르도 다른 느낌으로 참 좋았다. 화려한 초록 벨벳 슈트로 시작한 그는 베이지의 일상복을 입고 마지막으로 등장한다.


또 하나의 유난히 뚜렷하게 남는 기억이다. '맘도둑'을 드디어 라이브로 불렀다. 항마력 떨어지는 가사라는 높디높은 장벽 때문에 내가 유일하게 플레이리스트에 넣지 않는 곡인데, 또 라이브로 들으니 좋다. 모든 프리 코러스 가사가 킬링 포인트인데 1절은 도저히 라이브로 부를 수 없었는지 녹음된 '바보 같은 강승윤 나도 너를 사랑해'가 흘러나왔다. 2절에서는 뻔뻔하게 '눈치 없는 강승윤 바람피면 죽는다'를 잘 소화했다. 보는 나의 손발이 다 가만있지 않았지만 8년 만의 최초 공개한 라이브의 의의에 박수를.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R&B 비트가 들렸다. 주연을 맡은 웹드라마에서 OST로 부른 '너'였다. '영원 따윈 없다고 믿어 왔던 나에게도 절대 변하지 않는 건 그건 아마 너'라는 가사가 콘서트의 열기에 얹어 더욱 뭉클하게 만든다. 팬들에게 하는 말인 것 같다.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노래 '본능적으로'를 마지막으로 콘서트가 끝이 났다.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노래를 다시 한번 들으면서 긴 항해는 마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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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0곡의 셋리스트로 알차게 공연을 채워놓은 강승윤이었다. 풍부한 표현력과 남다른 성량이 보컬의 강점이라 현장감과 벅차오름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라이브 무대가 정말 좋았다. 음악부터 구성, 연출까지 빈틈없는 높은 기대 또한 한참 뛰어넘은 종합 선물세트였다. 너무나도 뜻깊어서 모든 순간을 하나하나 머릿속 구석구석에 새겨놓고 싶었는데 뇌의 한계가 야속했다. 일렉이든 어쿠스틱이든 한 번쯤은 기타를 잡기를 바라기도 했는데, 그 아쉬움이 최초 공개된 수많은 안무들과 면밀한 무대 구성으로 모두 상쇄되고 그 이상의 환희로 남았다.


자연스럽게 흘러간 공연의 여정을 그대로 따라가니 이보다 'Passage'라는 제목과 어울리는 공연은 없을 듯하다. 3시간가량 그와 함께한 항해는 더할 나위 없었다. 그리고 그 항해에는 든든한 대장 Captain 강승윤의 주도 하에 멋진 무대를 보여준 게스트, 성숙한 공연 관람 매너를 보여준 이너서클, 밴드를 포함한 수많은 스태프들이 뒷받침하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웠던 여정이었고,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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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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