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커피로 사람과 삶을 배우다 [드라마]

'커피 한 잔 할까요'를 보고
글 입력 2021.11.2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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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길거리를 걷다 보면 카페를 편의점만큼이나 흔하게 볼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커피 등의 디저트를 사 먹는 일이 그리 흔하지 않았던 걸 기억한다.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와의 식사를 마친 후에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일은 불문율이 되었다. 밥값과 비슷한, 혹은 그보다 더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라도 카페에 가서 달달한 디저트와 커피를 마시는 일은 더 이상 유난스러운 일이 아니다.

 

‘커피 한 잔 할까요?’라는 물음에는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즉 상대방을 더 알아가고 싶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커피는 특정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는 값진 시간을 보내게 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의 금액을 초월하는 가치가 있다.

 

카카오 TV 오리지널 드라마 ‘커피 한 잔 할까요?’는 2017년에 완결된 허영만 작가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드라마는 햇살 좋은 어느 날 편안한 누군가와 함께 카페에서 대화를 하는 듯 안락함을 주는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연결되어 있음과 동시에 독립되기 때문에 각각의 다른 교훈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 뒤 우연히 ‘2대 커피’에서 커피를 마신 강고비(옹성우)는 커피에 인생을 걸기로 마음먹고 무작정 2대 커피 사장 박석(박호산)에게로 가서 커피를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박석은 그의 순수한 열정을 받아주고 강고비는 그의 밑에서 다양한 손님과 사건들을 마주하며 커피뿐만 아니라 사람, 그리고 삶을 배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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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에피소드는 20여 분의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그 속에서 에스프레소와 같은 깊고 진한 여운과 감동을 남긴다.

 

20대 청춘을 살아가는 강고비는 현시대 젊은이의 자화상 같기도 하여 그 불안과 미숙함이 익숙하게 다가온다. 열정과 노력으로 가득하면서도 고민하고 넘어지는 그의 옆에는 2대 커피 사장 박석이 있다. 사람이기에 똑같이 불안과 걱정이 있겠지만 강고비에게 박석은 그 무엇보다 든든한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귀감이 되는 존재다.

 

그의 표정과 대사들은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주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강고비가 넘어지지 않도록 도와주지만 해답은 혼자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박석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멋진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강고비가 커피를 배우며 사람과 삶을 배워가듯 커피와 삶은 서로 맞닿아있는 지점이 많다. 유명한 농장에서 재배한 질 좋은 원두로 내린 커피보다 때론 친구와 도서관 앞에서 마시던 자판기 커피가 더 맛있는 법이다. 지금 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도 충분히 중요하지만 누구와 현재를 함께하고 있는지가 그보다 더 소중한 가치다. 편안한 누군가와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하는 일이 현실의 힘듦을 잠시 잊게 해줄 만큼 행복한 이유일 것이다.

 

나는 어느 나라의 무슨 커피가 맛있고 어떻게 다른지는 잘 모르지만 매일 아침밥을 먹고 난 뒤에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정도로 커피를 좋아한다. 커피 자체의 씁쓸한 맛도 좋아하지만 ‘커피 한 잔의 여유’라는 말처럼 뜨거운 커피를 천천히 마셔가며 느끼는 여유를 즐긴다.

 

기분에 따라 커피를 다르게 마시기도 한다. 왠지 모르게 꿀꿀한 날에는 달달한 카페모카나 라떼를, 기분이 안 좋은 날에는 진하고 쓴맛이 강한 콩으로 만든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반대로 기분이 좋을 때는 약간의 쓴맛과 신맛을 주는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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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그저 쓰기만 한 음료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각 나라의 커피농장마다, 그리고 어떻게 로스팅을 하고 분쇄하고 추출하는지에 따라 모든 커피의 맛과 향은 다르다. 그리고 다양한 맛과 향처럼 커피는 우리의 다양한 감정에 위로가 되기도 한다.

 

열매를 어떻게 맛있는 한 잔의 커피로 만들어갈지는 오롯이 바리스타의 몫이다. 인생을 처음 살아가는 우리는 분명 강고비처럼 크고 작은 여러 어려움을 계속해서 겪겠지만 그 시간들을 잘 견뎌내어 성장한다면 다른 누군가에게도, 그리고 자신에게도 환상적인 맛과 경험을 선사하는 커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그리고 읽고 있는 당신도 자신만의 깊고 진한 맛을 내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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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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