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의 민낯을 보여준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 편’ [공연]

글 입력 2021.11.2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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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 편’은 로이 호니먼의 소설 ‘이스라엘 랭크 : 범죄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블랙코미디 뮤지컬이다. 낮은 신분을 가진 몬티 나바로가 다이스퀴스 가문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흑화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몬티 나바로는 사랑하는 연인 시벨라 홀워드와 다이스퀴스 가문에게서 무시와 버림을 받고 다이스퀴스 백작이 되기로 한다. 백작이 되려면 시벨라의 말처럼 8명의 후계자가 죽어야 자신의 차례가 온다고 판단하여 살인이라는 방법을 택한다.


잔인하고 무서운 스토리를 블랙코미디 장르답게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 찰리 채플린

 

 

이 뮤지컬은 위의 찰리 채플린의 명언을 잘 표현했다. 관객의 시선에서 (멀리서) 보면 그저 코미디일 뿐, 재미있게 관람하다 갈 수 있는 희극이지만, 극 안으로 들어가 인물들의 시선에서 보면 오프닝 앙상블의 경고처럼 피비린내 나는 비극이다. 시선에 따라 비극과 희극을 넘나드는 뮤지컬이라는 점이 신선했고, 특별한 문화 경험이었다.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매력도 많은 작품이었다. 극이 진행될수록 다양한 매력들이 보여서 보는 내내 매력점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중 네 개만 뽑아봤다.


가장 큰 매력은 반전매력과 복선이었다. 이 작품의 첫인상은 코믹하고 가벼운 뮤지컬이었으나 마지막 모습은 묵직했다.


복선은 그동안 관람했던 연극이나 뮤지컬에서는 본 적이 없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촘촘하고 소름 돋는 복선이었다. 몬티 나바로를 교도소에서 꺼내기 위해 시벨라와 피비는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했는데, 이것이 악연일 것만 같은 두 여자의 작전이었다는 것을 암시한 부분에서 무릎을 ‘탁’ 치고 감탄사를 뱉고 싶었다.


무엇보다 오케스트라석에서 등장한 천시와 회고록은 잊을 수 없는 복선이자 반전이었다. 오케스트라석에서 곡을 연주하는 천시와 끝난 게 아니라는 가사는 몬티 나바로의 미래를 암시했다. 나는 발견하지 못했는데, 다른 관람객의 후기에 의하면 회고록의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끝난 줄 알았던 순간 갑자기 등장하여 곡을 연주하는 천시, 그리고 천시로 이름이 바뀐 회고록은 몬티 나바로의 남은 이야기를 짐작하고 상상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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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매력은 무대연출이다. 당시 시대에 맞는 색감, 배경, 소품, 디지털 영상은 극에 더욱 빠져들게 했다. 극장 무대에 디지털 영상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최근에 본 오페라의 극장 무대+디지털 영상 조화도 인상적이었지만, 이 뮤지컬의 조화도 좋았다. 특히 초상화가 움직이고, 동시에 아름다운 화음과 풍부한 소리가 극장 안을 가득 메웠을 때 느꼈던 황홀감은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었다. 캐릭터의 성격이 매력적이어서가 아니라 각각의 개성이 뚜렷해서 매력 있었다. 입체적인 캐릭터 설정과 배우의 수준급 연기 덕에 가상의 인물이 아닌 실제인물처럼 느껴졌다. 단역부터 조연, 주연까지 버리는 캐릭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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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뮤지컬은 웃고 즐기다 가볍게 잊히기에는 아까운 작품이었다.


몬티 나바로에게 뜬금없이 다이스퀴스 가문의 혈통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네 자리를 되찾아야한다며 그의 욕망을 부추긴 인물이자 모든 사건의 설계자인 미스 마리에타 슁글.


‘왜 가난하고 그래’ 라며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돈, 명예를 기준으로 사람을 재단하고 얕보면서 우월감을 느끼는 애덜버트 다이스퀴스 경.


사람의 마음과 조건으로 저울질하고 허영심이 가득했던 시벨라 홀워드.


정직하고 순수했던 사람이 누군가가 던진 돌에 의해 타락한 몬티 나바로.


부와 명예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던 천시가 몬티 나바로의 잘못된 부분을 본받아 악순환을 예고한 결말까지 모두 현대사회와 현대인들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았다.


필요이상으로 과시하는 모습, 타인의 내면보다는 외면이나 스펙, 능력만 보려는 것, 스펙이나 경제력의 성장만 신경 쓰다 미성숙한 내면에서 멈춰진 사람들, 이런 분위기에 물들지 않은 사람을 오히려 한심하게 보면서 우월감을 느끼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체하고, 나도 그냥 따라갈까 라는 생각을 잠시라도 했던 나의 모습까지. 모두 작품 속의 인물들과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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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뮤지컬이 관객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 뮤지컬은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있는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나를 포함한 모든 관객들이 웃음소리가 극장 안을 가득 채웠다. 시국으로 인한 답답함, 걱정거리들로 인해 잃어버린 웃음을 찾는 것은 이 뮤지컬이 관객에게 바라는 것이었다.


이 바람 외에 숨은 바람이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우리의 민낯을 마주하고 바로잡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내 짐작이 맞다면 그 바람에 내 마음도 보태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이 뮤지컬을 관람한 모든 관객이 우리 또는 자신의 민낯을 제대로 마주하고, 바로 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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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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