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공예가 일상에 스며드는 시간 - 2021 공예 트렌드 페어 [전시]

글 입력 2021.11.2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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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박람회장에 찾은 건 코로나 19 이전에 갔던 식품 관련 페어가 마지막이었다. 위드 코로나가 된 이후, 처음으로 볼거리가 많은 박람회를 방문할 수 있어서 가기 전부터 설렜고, 특히나 내가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공예 분야의 페어라 더욱더 기대가 되었다.

 

이번 페어는 크게 주제관, 브랜드관, 창작 공방관, 아트&헤리티지관으로 나누어 구성되었다. 일정이 바빠서 2시간 남짓에 모든 것을 둘러봐야 해서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것들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공예 트렌드 페어를 통해 공예가 일상에 스며드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꼭 공예품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그런 능력과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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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한국의 공예가들을 만나다.



봉은사역에서 내려 한참을 헤매다 코엑스 C홀을 찾아 우여곡절 끝에 들어갔다. 일요일 11시 즈음이었는데도 이미 사람들이 북적대고 퇴장하는 사람들도 여럿 존재했다. 정신없이 표를 받고 입장했을 때, 우선 규모에 압도당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주제관들의 큰 작품들, 그리고 양옆으로 펼쳐진 몇백 개의 부스들까지. 오랜만에 이렇게 큰 공간에 와서 놀란 것도 있지만, 사람이 정성으로 만들어낸 공예품들의 향연과 그를 보러 전국에서 온 사람들의 애정이 느껴졌기 때문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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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 전에 섹션 분류는 어느 정도 보고 왔지만, 실제 규모를 보니까 한국의 공예를 총집합해놓은 거대한 공간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손바닥보다 작은 오브제에 세련된 섬세함을 넣기 위한 공예가들의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부터 장엄함과 한 땀 한 땀 수놓아 탄생한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던 사람 몇 배 크기인 대형 오브제까지, 큰 코엑스 홀을 가득 채운 각각의 공예가가 만들어낸 작품들의 디테일에 자연스레 집중하게 되었다.

 

 

 

내 마음을 뺏어간 브랜드



공예 브랜드관들에선 식기, 차 도구, 조리용품, 트레이, 테이블, 식탁, 의자, 조명, 장식품, 촛대, 인텐스 홀더, 가방, 지갑, 러그, 노트, 펜, 디퓨저 등 가짓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공예품들이 전시 및 판매되고 있었다. 모든 걸 세밀하게 다 보지는 못했지만, 홀을 돌아다니면서 인상 깊은 몇몇 공예품들이 있어 사진에 담아보았다. 정말 가격 보지 않고 구매하고 싶던 작품들을 브랜드관 순번대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A015 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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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자디자인협동조합인 도디 관에선 주방용품뿐만 아니라 귀걸이, 액세서리도 만나볼 수 있었다. 물을 마실 수 있는 실용적인 컵의 의미를 넘어서서 디자인을 통해 예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컵들이 굉장히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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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일 눈이 갔던 것은 핸드드립을 내리는 드리퍼였다. 일반적으로 도자기로 만든 커피 드리퍼가 열전도율이 뛰어나고 열을 오랫동안 잃지 않아 대중적으로 선호하는 드리퍼인데, 여기 있는 드리퍼는 실용적인 도구적 쓰임새를 공예로써 확장했다. 아름답게 핀 꽃 모양을 형형색색 하고 있어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집에 있는 드리퍼가 깨진다면, 꼭 다음 드리퍼는 여기서 사겠다고 다짐하면서 도디를 메모해 놓았다.

 

 

A025 라 세라미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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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반해버린 색감에 연달아 사진을 찍은 머그잔과 접시들이 있던 브랜드관이다. 정민지 작가님은 서울과 바르셀로나에서 세라믹 아트를 전공하고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해나가고 있는 분이셨다. 내가 본 도자기로 된 컵이나 그릇 중에선 가장 아름다운 색감을 뽐내고 있어서 어떻게 도자기에서 저런 색깔을 그려낼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연말 선물로 준다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따듯해질 수 있는 그런 공예품들이었다.

 


B024 원주한지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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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한지테마파크는 한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며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양한 전시, 교육,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 중인 곳이라고 한다. 다양한 한지의 쓰임새를 알 수 있었던 브랜드관이었는데, 한지로 만들어낸 각기 다른 모양을 한 등불들은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다른 브랜드관보다 여유로움과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은 시간을 체감할 수 있었던 작지만서도 아늑한 공간이었다.

 

 

G021 유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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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속 동물 이야기가 주제인 브랜드관으로, 익살스러운 민화 속 동물들을 입체적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특별한 공간이었다. 민화에 나오는 인물에 대해서 흐릿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보고 다시 한번, 익살스러운 동물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현실에 살아 숨 쉰다면, 개구쟁이라 나를 괴롭히면서도 든든하게 나를 지켜주는 동물들일 것 같았다.

 


L016 제이엘컨템퍼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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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재인지 가늠할 수 없이 아름다운 색깔과 곡선을 가지고 있던 컵들이 있는 브랜드관이다. 찾아보니 유리에 복합 소재를 더 했고, 옻칠을 통해 표면을 더욱더 예쁘게 코팅해 탄생한 공예품들이었다. 색깔들이 한국적이면서도 직선에 뒤이어 이어지는 곡선 표면을 보면 이국적이라 모두가 잘 조화된 작품이라고 느꼈다. 이는 컵으로 실제 사용하기보다 진열해두거나 장식품으로 두어도 너무나 아름다운 공예품이었고, 하나만 두기보다 색감이 다른 여러 가지 유리컵들을 나란히 전시해두는 게 더욱 그들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장; 공예를 쉽게 풀어내다



브랜드관 말고도, 주제관에서 크고 작은 예술품들과 한국 전통 공예 작품들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 도슨트 해설도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효과적으로 이 공예 트렌드 페어를 즐기고 싶다면, 여러 가지 행사를 직접 볼 수 있는 시간에 맞추어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최근 들어 공예, 디자인, 순수미술 등의 창작 과정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으며, 쓰임이 강조되던 공예 분야도 하나의 오브제로서의 가치가 인정되어 그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현대 기술이 발전하면서 편리함에 초점을 맞추는 제품이 아닌, 부여할 수 있는 만큼의 감정과 손길을 가득 담은 작품으로서의 공예가 우리들의 마음을 더 이끄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닐까?

 

 

페어의 총감독 정구호님이 하신 말씀으로, 16회 2021년 주제인 "한국 공예의 다양성"을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2문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용적인 도구로서의 쓰임을 중요시했던 과거에서 진화되고 변형된 공예품들은 미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이를 품을 수 있는 존재 자체로서의 쓰임을 갖게 되었다. 주방 등에서 필요해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전시장, 집의 진열대에 두기 위해 아름다움을 찾아 구매하는 향유 형태로 바뀌고 있다. 그 변화를 공예 트렌드 페어가 선도하면서도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공예 작가, 소규모 공방, 기업, 갤러리, 기관, 단체, 대학교 등 공예 분야에 있어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주체들이 모인 이 자리가 나같이 공예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적절한 전시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주제를 나타내는 오브제들을 중앙에 두는 한편, 실용적인 쓰임새를 가져 실제로도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는 용품들을 오른편에 위치 시켜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꺾어 입장하면서 일상생활에서 필요할 만한 공예품들을 구경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렇게 공예품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이리저리 다양한 것들을 보면서 친숙한 마음이 들게 한 다음, 점점 주제를 담은 오브제들을 볼 수 있게 유도했다. 마무리로 공예, 디자인, 순수미술의 조화를 흠뻑 느끼고 박람회장을 퇴장하는 구성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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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분석이 공예 트렌드 페어의 의도와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공예에 관심이 있는 흔한 일반인도 재밌게 페어를 볼 수 있던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브랜드관에서 사고 싶은 공예품들을 보다가 공간이 모호하게 분리된 전시관에 들어가 의미가 적혀있는 벽에 둘러싸여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의도를 읽어내고 다시 나와 이와 비슷한 결을 지닌 공예품들을 보면서 우리가 평상시에 쓰는 컵, 유리병, 그릇, 테이블, 조리용품들이 예술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하나일 수 있음을 느꼈다.

 

 

 

공예 트렌드 페어의 역할이자 의미



 

공예

실용적인 물건에 장식적인 가치를 부가함으로써 그 가치를 높이려고 하는 미술

 

- 두산백과

 


어릴 때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개인적으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어른이 된 후, 관련된 취미 이것저것을 배워보았다. 꽃꽂이를 배워 좋아하는 배우에게 막공 기념으로 꽃다발을 선물하기도 하고, 손바느질 수업을 몇 달 동안 들으면서 엄마의 도움 아래 에코백, 파우치, 스크런치 등을 만들어 유용하게 사용했다.

 

이모를 따라서 동대문 상가에서 부자재를 사서 내가 원하는 조합으로 액세서리를 만들어 쓰고 친구들에게 기분 좋은 소소한 선물을 주기도 하며 재밌는 자칭 금손 프로젝트를 이어나가고 있기도 하다.

 

지난 주에는 한국 전통공예 클래스를 신청해 자개 거울을 제작해보며 공예, 디자인에 대해 더 찾아보고 손재주 있는 금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2021 공예 트렌드 페어에서 내 머리에선 나오지 않는 창의적인 오브제와 아이디어들을 직접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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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공예 트렌드 페어는 2021년 연말, 이 거대한 공간에서 코로나를 이겨내고 어렵사리 열린 3일간의 전시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더 나아가 나는 공예가들이 이곳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많은 사람에게 내놓을 수 있기까지 노력했을 오랜 시간과 공간이 모두 합쳐져 응축된 결과물로서 이 공예 트렌드 페어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실용적인 물건에 장식적인 가치를 부가하면서 순수미술과 디자인, 창작 과정의 경계가 사라지는 예술 그 자체로서 공예를 바라보며 공예가 일상에 스며들 때까지, 공예 트렌드 페어는 계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일상 속에서 공예품들을 사용하다가도, 여유롭게 이들을 향유하고 느낄 수 있는 내가 되자고 다짐했다. 공예 트렌드 페어가 그 과정에 있어서 없어지지 않고 큰 역할을 해줄 거라고 믿는다. 한국인들의 일상에 공예가 스며들 때까지 말이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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