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Drowning love - 물에 빠진 나이프 [영화]

부부가 된 스다 마사키와 고마츠 나나가 함께한 <물에 빠진 나이프>
글 입력 2021.11.21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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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 있다. 사연 있어 보이는 눈과 나른한 표정. 절대 구속되지 않을 듯 자유로워 보이는 두 남녀의 이름은 고마츠 나나와 스다 마사키다. 지난 11월 15일 저녁 5시, 두 일본 청춘스타의 결혼 발표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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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에도 꼭 짝처럼 잘 어울리던 두 배우가 실제로 결혼했다. 분위기가 닮아 있는 두 사람은 그래서인지 결혼 사실을 알리기 전부터 <물에 빠진 나이프>, <디스트럭션 베이비>, <실>세 편의 영화에서 함께 출연했으며, 그 중 <물에 빠진 나이프>와 <실>에서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역으로 연인이 되어 연기했다. 영화 속에서 사랑하던 이들은 이제 스크린 밖에서도 함께한다.

 

내가 고마츠 나나와 스다 마사키라는 두 일본 배우의 조합을 처음 접한 것은 2016년 작 <물에 빠진 나이프>를 통해서이다. 동명의 유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라는데, 나는 영화로 처음 접했다. 원작의 만화가 장편이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생략된 부분이 지나치게 많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하지만 원작을 보지 않은 나는 영화 <물에 빠진 나이프> 자체의 분위기와 두 주연 배우에 매료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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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물에 빠진 나이프>에서 스다 마사키는 금발의 신비한 소년 ‘코우’로, 고마츠 나나는 검은 생머리에 앞머리를 내린 전학생 ‘나츠메’로 분한다. 모델 일을 하던 나츠메는 집안 사정으로 인해 일본의 시골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된다. <물에 빠진 나이프>는 코우와 나츠메의 관계를 민속 신앙적인 영화의 분위기와 결합해 그려낸다.

 

<물에 빠진 나이프>는 푸른 영화다. ‘바다’는 영화에서 아주 빈번히 등장하며, 영화가 그리고 있는 코우와 나츠메의 관계는 바다에서 시작해, 바다에서 끝나고, 바다처럼 흐르고 머무르고 품는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일본의 바닷가 마을에서는, 바다는 신성한 곳이자 아무나 침범해서는 안 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외부인인 나츠메는 마을에 이사 오자마자 바다를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금발의 코우를 마주친다. 나츠메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코우는 나츠메를 잡아당겨 바다로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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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나츠메는 일종의 ‘선택 받은자’인 동시에, 코우와 쌍방으로 서로를 구원한다. 코우는 바다를 상징한다. 바다를 금기의 구역이라 여기는 마을에서, 코우는 다른 이들과 잘 어울리지 않으며 어딘가로 훌쩍 떠나버릴 듯한 인상을 남긴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시큰둥한 코우는 나츠메에게만 반응한다.

 

깊고 넓은 바다와도 같은 존재인 코우에게 나츠메는 마음의 문을 열게 하며, 자신을 끌어당기는 사람이다. 코우의 영역에 들어간 나츠메에게 바다는 금기의 공간이 아닌,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외로웠던 두 사람은 서로의 영역에 서로를 들인다.

 

왜 많고 많은 이들 중 둘은 서로를 알아보았을까. 영화는 이들의 관계를 운명론적 관점에서 설정한다. 묘하게 계속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다. 한 번 뇌리에 박히면 계속해서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다. 이를 단순한 끌림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고, 사랑이라 정의할 수도 있다. 운명처럼 그렇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나츠메를 불쑥 바다로 끌어당기고, 코우가 충동적으로 달려가기 시작하면 나츠메가 그 뒤를 따라 뛰어간다. <물에 빠진 나이프> 속 둘은 운명적으로 서로에게 끌리고 있다. 둘은 영화 초반부와 중반부에 이르기까지 사랑이라 말하기에는 낯간지럽고 친구라 말하기에는 묘한 관계를 지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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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적인 이야기에는 정해진 고난이 존재한다. 불을 이용해 전통춤 등을 추는 마을 축제가 등장하는 장면은 영화 내내 주를 이루는 푸른 색감이 아닌 붉은 색감을 띈다. 마을 축제에서 스토커에게 납치를 당할 뻔한 나츠메는 ‘코이치로’ 라는 남학생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나와 마을 사람들에게 구조된다. 이 사건 이후 코우는 나츠메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나츠메는 트라우마가 생겨 서로 멀어지게 된다. 푸른 빛 사이에 끼어든 이질적인 붉은 빛은 거리를 만든다.

 

사건 이후 나츠메는 코이치코와 가까워지게 되고, 코우는 나츠메를 피한다. 시간이 흘러 코우와 다시 마주한 나츠메는 자신이 코우에게 느끼던 묘한 감정이 한순간도 자신을 떠난 적 없었음을 자각한다. 다시 가까워지는 듯싶었던 코우와 나츠메 앞에 다시 한번 마을 축제의 비극이 펼쳐진다.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다시 돌아온 마을 축제 날, 스토커는 또다시 나츠메를 공격하고 코우는 이번에는 나츠메를 구한다. 하지만 기절한 나츠메가 깨어났을 때 코우는 이미 사라졌고, 둘은 이 사건 이후 다시는 만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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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우와 나츠메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나츠메는 도시로 다시 돌아가 배우로 성공하고, 코우는 원래 그랬던 것처럼, 고요하고 잔잔한 바다와 같이 말없이 시골 마을에 남는다. 사람 사이의 운명을 실에 비유하곤 한다. 서로의 곁에 없는 나츠메와 코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사이에 이어져 있는 운명의 끈을 알고 있다. 영화 초반, 바닷속에 안겼던 나츠메에게 코우는 곁에 없더라도 바다 같은 존재가 된다. 코우는 잔잔한 바다처럼 나츠메의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

 

<물에 빠진 나이프>의 결말은 이렇듯 모호하게 끝난다. 코우와 나츠메의 관계는 많은 것을 상징한다. 둘은 곁에 없더라도 이어져 있는 운명 같은 관계이기도 하며, 둘의 물리적 동행의 끝은 유년기의 끝을 의미하기도 한다.

 

코우와 나츠메는 묘한 관계 속 우연이 만들어진 운명적인 상황 안에서 많은 감정을 겪는다. 본래의 자리인 ‘도시’와 ‘바다’를 이탈한 이들은 결국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지만, 서로를 만나기 전과 같지는 않다. 서로를 한 단계 성장시킨 이들은, 다음 단계의 성장을 위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며 유년기와 작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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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진 나이프>는 먹먹한 영화다. 아름다운 미장센과 물에 잠긴 듯 조금 무거운 내용, 모호한 관계들까지 한 눈에 흐름을 모두 읽어내기 어려운 영화다. 후덥지근함과 서늘함이 공존하는 여름과도 같은 영화다. 그리고 영화의 이런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에는 배우 고마츠 나나와 스다 마사키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 클로즈업 신에서 이들의 외모와 표정이 자아내는 분위기와 흔들리듯 얇은 몸선은 코우와 나츠메라는 인물 그 자체 같아서 관객으로 하여금 이들이 느끼는 묘한 떨림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게 한다.

 

두 배우는 코우와 나츠메가 서로에게 느끼는 이유 없는 끌림을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납득시킨다. 물론 다소 불친절한 개연성을 두 배우의 힘만으로 설명하려고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실 운명이라는 게 그렇지 않은가. 인간의 이성만으로는 모두 납득시키고 인과관계를 명확히 알 수 없는 것. 다소 뚝뚝 끊긴다고 느낄 수 있는 플롯의 전환은 물에 빠진 듯한 답답함과 코우와 나츠메가 느끼는 어떠한 불가역적인 끌림을 설명하려는 시도였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서로에게 관념적인 존재가 되어 떨어져 다른 삶을 살아간다고 해도 언젠가 함께할 코우와 나츠메의 이야기에 이어, 두 역할을 연기했던 고마츠 나나와 스다 마사키가 현실에서도 운명 같은 사랑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이 영화가 생각났다. 열려있던 코우와 나츠메의 이야기를 배우들은 현실에서 꽉 닫힌 결말로 닫는다.

 

 

 

 

<물에 빠진 나이프>는 하나의 아트 필름을 길게 늘여놓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영상과 음악을 적재적소에 잘 사용한 영화다. 고마츠 나나와 스다 마사키가 서로를 뒤좇아 경쟁하듯 뛰어가는 신의 카메라 구도와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연주곡, 서로에 대한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노래의 등장과 특유의 눅눅한 분위기의 색감까지,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다.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고마츠 나나에게 반한 스다 마사키가 이후 열렬히 구애해서 연애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있다. 이제는 부부가 된 고마츠 나나와 스다 마사키가 궁금하다면 <물에 빠진 나이프>를 보자. <물에 빠진 나이프>의 영어 제목은 Drowning Love 이다. 제목처럼 잠식하며 밀려오는 이 청춘의 사랑을 보라.

 

 

[박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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