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가의 공간, 토일렛페이퍼: 더 스튜디오 [미술/전시]

글 입력 2021.11.2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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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이태원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지난 10월 8일 《TOILETPAPER: The Studio》라는 타이틀의 전시가 개막했다. 다음 해 2022년 2월까지 진행되는 이 전시는 이탈리아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토일렛페이퍼의 밀라노 본사 스튜디오를 그대로 재현했다.

 

전시 타이틀에 따라붙은 문장 "일상과 상상의 거침없는 콜라주"처럼 일상의 소품과 인간의 신체 일부나 동물의 이미지 등이 독특한 상상과 함께 마구 뒤엉켜 전시장 내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카텔란과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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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토일렛페이퍼와 관련된 이탈리아 출신 두 명의 예술가를 살펴보자.

 

어디선가 한 번쯤은 테이프로 고정되어 벽에 붙은 바나나 이미지를 본 적이 있는가. 이 바나나는 2년 전 마이애미에서 진행되었던 아트 바젤 기간 중 갤러리 페로탕(Galerie Perrotin)에서 1억 4천만 원의 출품가를 기록한 〈코미디언(Comdedian)〉이라는 예술 작품이다.

 

이 외에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 설치되었던 18캐럿의 황금 변기와 운석을 맞고 쓰러진 교황, 무릎을 꿇은 히틀러 등 이 모든 기발하고 발칙한 작품들은 바로 이탈리아 출신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1960-)의 작업이다.

 

위트와 도발로 가득 찬 카텔란의 작품들은 굉장히 풍자적이면서 해학적이다. 항상 이슈를 불러일으키며 예술가 본인도 이런 논쟁을 즐기는 듯하다. 카텔란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누군가는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상상해보거나 또는 도덕적이고 이성적인 잣대 앞에 감히 만들어 낼 수 없는 상황과 이미지들을 작품으로 일구어냈다.

 

카텔란은 도전적이고 전위적인 작품들을 제작하면서 예술계에서 허용될 수 있는 바운더리의 경계와 한계를 넓혀 나간 예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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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일렛페이퍼에 얽힌 또 다른 예술가는 바로 이탈리아 출신 사진작가 피에르파올로 페라리(Pierpaolo Ferrari, 1971-)이다.

 

페라리는 사진작가로서 90년대에 광고 사진을 시작으로 나이키, 아우디, 벤츠, BMW, 소니, 하이네켄, 겐조, 메종키츠네, 레이밴 등 다양한 유명 브랜드와 협업했다. 패션화보나 상업 광고에서도 기발한 구성과 독특한 화면의 조합을 시각화한 페라리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갔다.

 

페라리는 점차 패션과 광고 업계에서 경력을 쌓아 나가면서 예술과 패션, 디자인 분야 등 활동의 폭을 넓혀 나갔다. 상업 사진 작가로서 페라리는 2009년 W Magazine의 화보 작업 과정에서 카텔란과 처음 만나 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를 기점으로 카텔란과 페라리는 서로의 시너지와 예술에 대한 이념이 잘 통한다고 느꼈는지 바로 다음 해인 2010년 토일렛페이퍼라는 잡지를 함께 발행하게 된다.

 

 

 

열정과 집착의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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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oiletpapermagazine website

 

 

화장실 휴지를 뜻하는 토일렛페이퍼는 이름 그대로 소모품에 불과한 화장실 휴지처럼 예술이 일상 속에 존재하길 바라는 카텔란과 페라리의 예술에 대한 철학과 지향점이 담겨있다. 사실 막 사용해 소모하는 화장실 휴지는 다 써버리는 순간 그 존재에 대한 소중함과 필요성이 매우 절실해진다.

 

카텔란과 페라리가 책이 아닌 잡지를 발행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언급한 것은 바로 휴대성이다. 잡지의 경우 저렴한 가격과 더불어 종이 특성상 얇은 종이를 사용해 가볍고 휴대하기가 용이하다.

 

이처럼 토일렛페이퍼 잡지는 이들이 실어낸 이미지가 더 널리 퍼지길 추구하는 목표가 담겨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들이 지향하는 예술이란 무엇일까 하며 예술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곱씹게 만든다.

 

토일렛페이퍼 잡지는 텍스트 없이 이미지로만 구성되어 있다. 특히 잡지에 실린 이미지들은 다양한 소품 위에 부착되어 활용되는데 모두 다르게 연출된 이미지들이지만 토일렛페이퍼 고유의 개성을 표출하며 꽤나 통일성을 갖고 있다. 보편적으로 지면 광고, 혹은 다양한 매체에서 노출되는 광고의 이미지는 주로 시선을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과감한 색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려 해도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한 번 이상의 눈길을 주게 된다.

 

토일렛페이퍼 이미지 역시 광고처럼 관능적이며 화려하고 또 자극적이다. 기발한 상상과 초현실적인 이미지, 낯선 것들의 결합은 작품이 갖는 내러티브보다 강렬하고 압축적인 시각적 자극을 느끼게 만든다.

 

 

 

키치함과 화려함으로 가득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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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yundaicard dive website

 

 

스튜디오를 재현한 방식으로 전시 공간은 카텔란과 페라리의 작업실 그 공간 자체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공간을 가득 채운 다양한 설치 오브제 작품과 거울, 머그잔, 유리잔, 도자기, 테이블 매트, 벨벳 소파, 접시, 러그, 티셔츠, 램프 등은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의 동선을 자유롭게 만든다.

 

회전초밥 돌아가듯 벽에 걸린 작품을 관람하며 이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또는 이건 어떻게 그렸을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아이쇼핑을 하듯 이거 갖고 싶다! 또는 이거 집에 두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것이 이 전시의 관람 포인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술가들은 그들의 작업에 걸맞은 작업실과 공간이 필요하다. 물감을 사용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거나, 흙을 만지고 도자기를 굽거나, 시멘트를 나르고 용접을 하는 등 예술가들은 각자의 작업 방식을 통해 작품을 제작한다. 어떤 종류의 작업을 주로 하느냐에 따라 예술가들의 작업실은 제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밀라노에 위치한 토일렛페이퍼 스튜디오는 이탈리아 출신 예술가 듀오의 맞춤형 작업실이다. 물론 이 스튜디오 안에서 이들의 모든 작품이 완성까지 이루어지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해당 전시는 이들이 작업을 위한 구상과 과감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작업실이자 작품의 끝을 향하는 중요한 과정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구현한 것에 의의가 있다.

 

해외를 향하는 발걸음이 아직도 쉽지 않은 지금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 속 구현된 밀라노를 들러 화장실 휴지 사용하듯 예술을 자신의 일상 속으로 잠시 소모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며 글을 마친다.

 

 

[손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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