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람답게 사는 법에 대한 고찰 -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글 입력 2021.11.1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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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그림책 작가들 표1.jpg

 

 

그림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다른 책도 아닌 그림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한데, 이보다 연령의 경계가 없는 책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계기가 분명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아무튼 어느 시점부터 그림책의 매력을 물씬 느끼고 있는 중이다.

 

그런 중에 책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를 읽게 되었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책이라니! 그것만으로도 나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이제 막 그림책을 좋아하게 된 나로서는 우리나라의 그림책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

  

10분의 그림책 작가님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하나하나 너무 고왔다. 그들이 그림책이라는 매체를 선택하게 된 이유부터 그림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언젠가 나의 그림책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할지라도 나는 그 고운 마음을 흉내조차 낼 수 없을 것 같다.

 

그중에서도 나는 이수지 작가님의 인터뷰가 꽤 오래 어른거렸다.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배울 점이 참 많았는데, '모든 순간에서 배움을 찾는다'라는 태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Q. 경험이 많아지면 무덤덤해질 법도 한데 작가님은 중견 작가가 된 지금도 재밌는 게 너무 많다는 점이 신기해요.

 

A. 재미있는 일이 통 없다면 '이 정도가 재미지'라는 기준이 높기 때문 아닐까요? 대충 재미있거나 조금만 재미있어도 재미있는 건데요. 저는 다른 작가의 그림책을 보다가 이건 참 좋네 싶은 점이 하나 있으면 그 책을 구입해요. 그림체가 별로이거나 서사에 구멍이 있어도 하나 좋으면 그냥 좋은 거예요. 어디에서든 좋은 점, 멋있는 점, 배울 점을 찾으려는 태도를 가지면 매 순간 새로운 감동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pp.99) 


 

그림체가 별로이거나 서사에 구멍이 있어도 하나 좋으면 그냥 좋은 거라는 태도가 너무 멋있게 다가왔다. 모든 게 완벽해야, 그래야만 내가 무언가 배울 수 있는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린아이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는 법인 것을. 그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

 

어제는 계획되었던 일정에 차질이 생기며 현직 약사로 근무하고 계신 분과 잠깐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평소 관심이 있었던 약사라는 직업의 생리에 대해 들을 수 있어 좋았지만, 예상외로 사람 대 사람으로서 배울 점이 훨씬 많은 시간이었다.

 

생각해 보면, 배움의 기회는 매 순간 찾아오는 것 같다. 마치 작정하고 쇼핑을 할 때보다, 우연히 지나가다 구매한 물건이 더 마음에 드는 것처럼 배움 역시 작정하고 준비할 때보다 이렇게 우연히 마음에 닿을 때, 훨씬 내 삶에 오래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10분의 그림책 작가님들은 자신의 그림책을 통해 저마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림책이라는 공통 매개를 가지고 있지만, 그 결과물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전반을 꿰뚫는 코어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사람답게 사는 법에 대한 고찰이다. 내가 나로서, 나의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그림책이 결코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닌 이유이지 않을까? 오히려 그림과 함께여서 더 깊고 중요한 코어를 보다 부드럽고 따스하게 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를 읽으며, 어서 빨리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졌다. 나의 그림책은 이 사회에 어떤 이야기를 던질 수 있을까? 나의 그림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이 고민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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