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마음에 들어온 가사. [음악]

글 입력 2021.11.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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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인쇄해서 느낌이나 생각을 가사 아래에 적으며 요즘 말로 ‘갬성’에 취해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가사 한 소절씩 아래에 적어놓은 것을 보면서 마치 문학해석 공부를 한 것 같은 기분에 괜스레 스스로 뿌듯해했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하지.)


그때보다 가사에 대한 애정이 좀 떨어졌지만, 여전히 가사를 좋아한다. 드라마나 영화 한 편 같은 가사, 소설 같은 가사, 시 같은 가사, 독백 같은 가사 등 가사 하나로 다양한 장르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아한다.


가사도 하나의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다른 글과 다르다. 각양각색의 글(가사)은 각자 맞는 옷(멜로디)을 입고, 스타일을 완성해주는 신발(보이스)을 신는다. 본연의 매력이 옷과 신발을 만나 더욱 돋보이는 게 신기하다. 그래서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사에도 귀를 기울인다. 시간 될 때는 잘 안 들리는 가사를 텍스트로 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마음에 드는 가사를 발견하는데, 현재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어떤 가사는 마음에 들어왔다가 나간다.

 

 


 

 

요즘 마음에 들어와 있는 가사는 심규선의 ‘밤의 정원’과 ‘우리는 언젠가 틀림없이 죽어요.’다.


‘밤의 정원’은 신비롭고 동양적인 멜로디와 악기 소리에 가사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마음을 뺏긴 상태였다. 고요한 밤이 내려앉은 정원, 주광색의 빛으로 길을 비추는 가로등, 잔잔하고 드넓은 호수, 꽃향기와 풀 향이 가득한 정원을 걷는 것 같았다. 음악과 어울리는 동양적이고 시적인 가사가 맑은 음색을 통해 들려오는 순간, 궁 안의 정원으로 바뀌었다.


이 곡의 가사는 힘든 시간 속 또는 악몽에서 나를 꺼내주는 것 같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가슴 깊숙한 곳에 있는 오래된 상처까지 어루만져 주는 것 같다. ‘밤의 정원은 약손’ 주문을 외우면서.


그 주문에 상처가 아물고 ‘흉진 곳에서 새잎이 돋는다.’ 소절처럼 새로운 꽃을 피워줄 잎이 돋는 것 같다. 마지막 소절에서는 불안했던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시끄러운 머릿속을 잠재워주며 편안하고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내 등을 토닥이는 듯하다.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은 요즘이라 이 가사가 내 마음에 들어왔던 것 같다.

 



 

 

‘우리는 언젠가 틀림없이 죽어요.’는 밝고 희망적인 곡이다. ‘밤의 정원’은 가만히 들어주고 어루만져준다면, 이 곡은 기운을 북돋아 준다.


이 곡의 가사는 세상에는 우리가 경험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아름다움이 많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곡을 들으면 삶의 의지가 더욱 강해진다. 가사에 나오는 예쁜 순간들을 누렸던 날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앞으로 꼭 봐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일어서게 된다.


주변의 모든 것들에서 아름다움과 행복을 느끼게 하는 힘을 가진 가사다.

 

 


 

 

내 마음에 들어왔다 나가는 가사들이 많은 가운데 오랜 시간 동안 마음속에서 눌러앉아 있는 가사가 있다.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에피톤 프로젝트의 ‘선인장’이다.


우선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가사뿐만 아니라 음악 자체로 빛이 나는 곡이다. 멜로디, 리듬, 보이스, 가사, 곡의 분위기까지 각각의 매력과 존재감이 뚜렷했다. 그러면서도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서로에게 스며들어 조화를 이룬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멜로디, 리듬, 분위기를 가진 곡인 데다 가사까지 좋아서 첫 만남부터 반했다.


이 곡의 가사는 들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좋았던 날들이 지나가 버렸다는 것과 앞으로 지나갈 좋은 날들의 미련과 아쉬움, 씁쓸함을 느낀다. 그 시절의 나를 다시 가질 수 없음에 서글퍼지기도 한다. 반짝거리는 시절의 소중함을 모르고 흘려보낸 나를 탓하기도 한다.


(지금도 젊지만) 젊음에 반짝거렸던 나와 그가 서로를 사랑하며 더욱 빛났던 시절이 떠오른다. 앞으로 젊음과 점점 멀어지면서 지금보다 얼마나 더 그리워질지, 젊음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더 부러워질지 가늠할 수 없어 두렵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좋은 추억들을 꺼내 보며 그 추억을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하나의 가사에서 많은 것을 떠올리고 느낄 수 있어서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경험이 쌓이면서 한 가사에서 새로운 것을 느끼거나 잊고 있었던 것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이 가사에 일편단심 하게 만든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선인장은 20대 초반부터 변함없이 컬러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곡이다.


이 가사를 들으면 ‘나한테 모든 것을 털어놔. 그래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위로된다. 또는 ‘네가 어떤 시간을 지나오더라도 여전히 난 여기 있어.’, ‘좋은 날은 머지않아 반드시 와. 거기에 내가 있을 거야. 잘했다고 안아줄게’라고 말하며 격려와 응원을 해주는 것 같다.


이 가사가 내게 해준 것처럼 위로와 격려, 응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똑같이 해주고 싶다.


‘선인장’의 가사는 늘 내게 따뜻함, 편안함, 든든함의 존재였으며 수많은 날을 나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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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구상할 때, 가사를 좋아하는 새로운 이유를 발견했다.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다. 나는 현재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좋아하는 가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 좋아하는 가사들을 쭉 살펴보니 현재의 내면이 보였다. 과거 좋아했던 가사들에서 과거의 내면이 보였다. 좋아하는 가사가 변하는 이유를 알면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왜 몰랐을까. 이해가 안 되고, 몰랐던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크지만,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가사를 좋아할까?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듯이 다른 이의 내면도 들여다볼 수 있을까?

가사를 쓴 사람의 내면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묻고 싶다. 당신은 어떤 가사를 좋아하는지.

 

 

 

강득라.jpg

 

 

[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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