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변하지 않는 건 이상해.

글 입력 2021.11.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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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플레이리스트에 항상 자리 잡고 있는 노래가 있다. 바로 ‘이효리의 변하지 않는 건’이라는 음악이다. 이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는 가사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 건 너무 이상해.

모든 건 시간 따라 조금씩 변하는데

변하지 않는 건 너무 위험해

모든 건 세월 따라 조금씩 변하는데

 

- 이효리 '변하지 않는 건 이상해'

 

 

맞다. 우린 시간 따라, 세월 따라 조금씩 변하고 있다. 우리는 방부제가 가득한 통조림도 아니고, 몇십 년이 흘러도 썩지 않는 플라스틱도 아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변하고 썩고 있다.

 

그럼 한번 생각해보자. 나의 삶 혹은 당신의 삶에서 변하고 있는 건은 무엇인지.


 

영어 시간.jpg

 

 

나의 삶에서 수많은 것들이 변했다. 하나씩 나열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것들 중에서 몇 가지만 꺼내보려 한다.

 

먼저, 사람의 관계 속 정의이다. 나는 모두에게 착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착한 이미지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없는 부탁에도 YES라고 대답했고, 거절하는 법을 몰랐다. 시간이 흐려면서 착하다는 타인의 칭찬에 중독되었고, 그 중독은 곧 나에게 해로움이 되었다.

 

동생이 많은 장녀라 동생들을 위해 착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말들이 무의식적으로 나의 정신을 지배하면서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맹목적인 친절함, 착함을 기부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랬던 내가 나에게 독이 됨을 가장 친했던 친구가 나를 무시하고 있을 때 알게 되었다. 착하게 살아야 복이 온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내가 가장 친한 친구에게 모욕적인 표정과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착함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변했다. 모두에게 착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모두에게 미친X이 되는 것이 나에게 이로운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도와주기 위해서 타인만을 향했던 나의 눈이 그제서야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도 남들만큼 친절함이 필요했다. 그동안 남들에게 쏟은 친절을 나에게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에게 착하게 살아야 복이 온다고.

 

겉으로 봤을 때 가장 많이 변한 것은 나의 취향이다. 특히 음악적 취향이 많이 바뀌었다. 10대 시절에는 아이돌을 좋아해서 MP3는 아이돌 노래의 바다였다. 등하굣길에 나의 귀 속에는 크고 빠른 비트가 꽂혔다. 아이돌 음악을 좋아하지 않고 발라드를 좋아하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던 내가 잔잔한 음악을 선호한다. 물론 아이돌 음악 좋다. 10대 시절의 아이돌 음악을 들으면 추억이 떠올라 좋다. 그렇지만 나는 추억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기에 아이돌 음악을 자주 듣지 않는다.

 

음악을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10대 시절에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을 음악만 고집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음악을 들으면서 가사에 집중하게 되었다. 음악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고, 때로는 음악을 들으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는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늙어서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아주 맞는 말이다. 늙었다는 것은 시간을 흘렀다는 것이고 세월이 흘렀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한 것이다. 아이돌 음악을 좋아했던 나에게 가사의 울림을 아는 사람이 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고, 감정을 배웠고 경험했기 때문에 변한 것이다.

 

나는 변했다. 한때는 변하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두려움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이도 변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가장 좋아했던 것을 싫어할 수도, 가장 싫어했던 것을 좋아할 수도 있는 한 치 앞도 모르는 변화이다. 그 변화 속에서 나는 또 한 번 무언가를 깨달았을 것이고, 무언가를 가슴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한때 순결했던 사랑도 증오, 애증, 집착들이 들러붙어 본래의 사랑과는 다르게 변한다. 또 촌스럽다고 여겼던 옷이 예뻐 보이고, 카페에 가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셨던 내가 따뜻한 차를 더 선호하게 되었다. 죽기 전까지 얼마나 더 변할까. 이제는 변화할 나의 모습이 기대가 된다.

 

 

[황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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