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겨울 간식 보고서 (2) [음식]

이맘때 읽기에 참으로 적당한
글 입력 2021.11.0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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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편과 이어집니다.

 

 

 

군고구마



고구마는 찬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에 그 당도가 가장 높아집니다. 그래서 군고구마의 제철은 대개 초겨울부터 늦봄까지로 여겨집니다.

 

지금은 주로 카페나 편의점에서 겨울 시즌 메뉴로 팔고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이 군고구마지만, 2000년대까지는 리어카에 구멍을 낸 드럼통을 싣고 다니는 고구마 장수가 많았습니다. 소자본으로 용돈 벌이를 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에 젊은 청년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고는 했죠.

 

안타깝게도 오늘날에는 군고구마를 실은 리어카를 보기 어렵습니다. 노점 영업의 특성상 깨끗한 위생 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려우며, 고구마 원가가 과거보다 많이 올랐기 때문이지요. 개인적으로는 고구마를 직접 구매해 집에서 구워 먹는 것을 권합니다. 다른 간식에 비해 집에서 만들어 먹기에도 쉬우며, 자신의 입맛에 맞는 고구마를 고를 수 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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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주로 밤고구마와 호박 고구마, 물고구마 등으로 나뉩니다. 여기서 밤고구마는 군고구마를 만드는 데 적합하지 않습니다. 물기가 적은 고구마라 구웠을 때 더욱 건조해지기 때문입니다. 밤고구마는 찌거나 삶아 먹는 것이 좋습니다. 호박 고구마는 특유의 노란 빛을 띠며 단맛을 내고, 물고구마는 수분 함유량이 많아 촉촉한 것이 특징이니 입맛에 맞는 것으로 골라 구우면 됩니다.

 

고구마는 섭씨 170~180도의 온도에서 30분 이상 오래 굽는 것이 적당합니다. 물론 굽는 시간은 고구마의 양에 따라 조절해야 하겠지만, 온도는 일정하게 지켜주어야 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구이’를 만들 때보다는 낮은 온도인데요. 고구마 속 효소의 활성화를 도운 후에 캐러멜화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단맛이 더욱 살아납니다.

 

고구마에는 베타 아밀레이스라는 효소가 들어있습니다. 이 효소는 고구마의 전분(녹말)을 분해하여 맥아당으로 만드는 당화 과정을 이끌지요. 당화 과정이 일어난 후에도 적당히 낮은 온도의 열을 계속 가해주면, 마이야르 반응과 함께 캐러멜화가 진행됩니다. 구운 작물만이 가지고 있는, 탄내가 살짝 섞인 쫀득한 속껍질과 촉촉한 식감, 달콤한 감칠맛이 살아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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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에 버터를 발라 먹는 짱구 (출처: 투니버스)

 

 

갓 구운 고구마는 커피나 차 등의 음료와 함께 먹어도 좋으며, 다양한 유제품을 곁들여도 훌륭합니다.

 

군고구마에 차가운 버터(가염 버터를 추천합니다)를 올리면 맛의 풍미가 더욱 살아나지요. 덩어리 치즈와 꿀을 함께 올려 먹어도 맛있습니다. 무엇보다 고구마는 우유와 함께 먹을 때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지요. 우유의 향이 진한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어도 좋습니다.

 

특히 군고구마를 동치미와 배추김치, 나박김치처럼 청량한 맛을 지닌 발효 음식과 함께 먹을 때면, 은은한 짠맛이 고구마의 감칠맛과 단맛을 더욱 살려줍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조합이지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의 입맛이 저를 지배하고 있나 봅니다. 차가운 공기를 뚫고 따뜻한 김을 내뿜는 군고구마와 김치 한 조각이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겨울을 보낼 수 있으니까요.

 

 

 

호떡



어린 시절, 저의 겨울에는 언제나 호떡이 있었습니다. 그 호떡을 설명하기 위해, 우선 초등학생이었던 저의 일상을 살짝 되짚어보겠습니다.

 

제가 살았던 양천구 신월동에서 목동 학원가에 가기 위해서는 마을버스를 타고 이삼십 분 정도를 이동해야 했습니다. 버스 기사님에게 300원을 건넨 후, 겨울바람을 가르며 학원 건물에 도착하면 저녁 시간이었죠. 저는 근처 설렁탕집에서 어린이용 설렁탕을 주문한 뒤 한 그릇을 싹싹 비워냈습니다. 그렇게 속을 든든히 채우고 나서야 학원에 들어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저는 참 야무진 아이였습니다. 어디 가서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왔던 것 같네요. 아무튼, 학원 수업이 끝난 후에는 가끔 1층의 분식점을 들러 떡꼬치를 사 먹었습니다. 그 분식점에서는 호떡도 만들어 700원에 팔고 있었는데, 소도 적고 반죽의 맛이 없어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심지어 목동에는 아주 맛있는 호떡 노점이 있었고, 이미 저는 그곳의 단골이었기에 이 분식점에서 호떡을 먹을 이유는 더더욱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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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맛있는 호떡을 고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반죽의 간, 발효 정도 등은 웬만한 기술로는 맞추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적당히 기름진 호떡의 바삭한 거죽을 한입 베어 물면 식어도 맛있는 쫄깃한 속살이 드러나고, 그 안에는 설탕 그 이상의 매력적인 단맛을 내는 소가 들어있어야 하지요. 이 삼박자를 훌륭히 통달한 찹쌀호떡 노점이 저의 단골집이었습니다. 이곳을 운영하던 할머님과 할아버님 부부의 인상이 기억에 선합니다.

 

두 분은 이제 아드님과 함께 건물에 가게를 차려 지금껏 호떡을 만들고 계시지만, 서울에 살지 않는 제가 그곳에 다시 방문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열심히 호떡을 만들어 보았으나 아무래도 그 손맛을 따라갈 수는 없겠더군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호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묽지도 않고, 너무 되지도 않은 찰기 있는 반죽이 필요합니다. 수제비나 만두를 만드는 것처럼 유동성이 없는 반죽을 덩어리로 떼어 호떡을 만든다면 떡보다 빵에 가까울 확률이 높습니다.

 

호떡에는 마치 끈끈한 슬라임과 같은 농도의 반죽이 적당합니다. 호떡 반죽에는 보통 밀가루를 사용하여 고소한 맛을 내지만, 찹쌀가루를 사용해 반죽의 발효 시간을 단축시키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찹쌀의 쫄깃하고 바삭한 맛을 선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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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을 기름에 튀기듯이 굽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지만, 이를 기름 없이 바싹 구워낸다면 소위 말하는 '버블 호떡' 내지는 '공갈빵'이 됩니다. 굽는 과정에서 설탕과 계피를 넣어 만든 꿀물이 안쪽 표면에 달라붙어 바삭하고 쫀득한 식감을 내는 것이 특징이지요. 이외에도 해바라기씨나 땅콩 등의 견과류를 넣어 만드는 '씨앗 호떡', 녹차가루를 넣은 '녹차 호떡' 등, 호떡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맛있는 호떡 가게에서 호떡을 구매한 후 다시 데워 먹고 싶다면, 프라이팬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때 팬에 기름은 두르지 말아야 합니다. 가게에서 사용하는 기름과 집에 있는 기름의 종류가 다르면 향이 겹쳐 맛을 잃기 때문입니다. 또한, 호떡이 너무 기름지게 변할 수 있으므로 마른 팬을 약한 불로 달구어 호떡을 데우는 것을 권합니다.

 

*

 

여기까지의 글을 읽으셨다면, 이제 맛있는 겨울 간식을 찾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우리 함께 앞으로의 긴 추위를 따뜻하게 이겨내 봅시다. 간식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으니까요.

 

 

[이남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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