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나가버린 어린 시절의 애틋한 기억 - 아웃 오브 이집트 [도서]

안드레 애치먼의 회고록
글 입력 2021.11.0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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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오브 이집트_앞표지.jpg

 

 

 

1.


 

이집트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집트 문화와 태양이 내리쬐는 그곳의 풍경이 떠오른다. 이집트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지라 그 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나고 싶었다. 그렇기에, 이번 책 ‘아웃 오브 이집트’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처음 이 책을 소개한 글을 보았을 때 눈에 띄는 작가 안드레 애치먼이 있었다. 그는 유명한 소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지은 작가라 알고 있던 터 였다. 이번 책을 읽으며 안드레 애치먼의 회고록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지 그리고 어떠한 내용을 담아냈는지가 궁금했기에 책을 펼쳤다.

 

 

 

2.


 

'아웃 오브 이집트'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먼저, 이 책은 실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출생인 작가 안드레 애치먼이 약 14년간 이집트에서 살았던 생활과 그곳을 벗어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보여준다.


이집트에서 보낸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디테일한 인물과 상황 묘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풍부한 배경 묘사와 인물 간의 미묘한 감정선 그리고 언어를 통해서 생생하게 전해지는 냄새와 촉감 그리고 소리까지 담아 이미 사라졌을 그곳의 존재가 마치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것과 같이 느껴지게 한다.


안드레 애치먼의 ‘회고록’으로 1905년 이집트에 첫 발을 들인 유대인 청년 아이작을 따라 온 집안이 콘스탄티노플에서 이집트로 이주하여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집트에서 유대인으로서 생활하며 이방인이라는 낙인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들 가족은 계속되는 중동 전쟁의 위기 속에서도 특유의 기질을 발휘해 기회를 잡고 대를 이어 풍족한 생활을 누려가기도 한다.


좋았던 시절을 뒤로하고 이들 가족에게는 이집트 추방이라는 큰 시련이 다가온다. 결국 가족들이 하나 둘 씩 모두 전 재산을 빼앗기고 이집트를 떠나게 된다. 작가는 어린 시절 자라왔던 이집트를 떠나 그 시절의 애틋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아웃오브이집트’에서 이를 회고한다.

 

 

 

3.


 

한편, 개인적으로 마음이 쓰였던 장을 말하려 한다. 이 책을 읽기 전 책을 소개한 전체적인 글을 살피다 결국 이들 가족들은 이집트에서 추방되고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알게 됐다. 그래서인지, 한 장을 넘길 수록 다가오는 정해진 결말로 인해 이전 장에서 보여지는 인물들의 소소한 일상 혹은 갈등 상황을 보며 애틋함과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특히, 가장 마지막 장 ‘6장 마지막 유월절’은 이미 예상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이제는 이집트를 떠나야만 하는 상황을 풀어내 다음 페이지로 갈수록 마음 속에 먹먹함이 찾아왔다. 이들 가족에게 불행은 마음을 추스를 세 없이 찾아왔다. 네심 할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하고 아버지는 결국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가족 모두가 이집트에서 추방된다는 소식이 결정되고야 말았다.


그리고, 이 과정을 담담히 서술하는 어린 ‘나’는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상황을 짐작하고 이집트를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며 애틋한 감정을 말한다.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울 상황과 감정을 오히려 담담히 풀어내는데 그 모습들이 내내 가여웠다.

 

**

 

“이제는 내가 이곳에서 생각에 잠겼다. 이집트를 떠나는 생각,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람들에 대한 생각, 지금의 나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이 도시에 대한 생각. 시간이 지나면 꿈나라보다도 낯설게 변해 버리겠지. 그것은 죽음과 다를 바 없으리라.” (416p)


“집으로 돌아가며 다들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아직 작은 불이 켜진 거실에 베토벤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압두는 주방을 마저 치우고 있었으면 했다. 내가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닫는 순간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어. 로열에 갈 거야.”라고 말하면 그 영화 봤잖아요. 하기야 무슨 상관이에요. 또 보면 되죠.”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랐다. (448-449p)

 

"축축하고 오돌토돌한 방파제 표면을 만지는데 문득 이 밤을 언제까지나 기억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이 자리에 앉아 있던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산책로 아래의 커다란바위를 때리는 물소리가 들렸고, 해변을 향하는 구불구불한 행렬처럼 어른거리는 아이들의 머리를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갈망에 휩싸였다. 내일 밤도, 모레도, 그 다음 날 밤도 다시 오고 싶었다. 이곳을 떠나는 것이 그토록 고통스러운 이유는 이런 밤이 다시 없으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저녁에 해안도로에 앉아 질척한 팬케이크를 먹는 일은 올해도 그 어떤 해에도 다시없을 것이기에. 비록 잠깐일지라도 사랑하는지조차 몰랐던 이 도시를 갑자기 갈망하는 혼란스러운 순간의 묘미 역시 다시는 없을 것이기에." (448p)


**

 

이집트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의 생활과 그곳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회고하는 책, ‘아웃 오브 이집트’. 이번 작품을 통해 작가의 어린 시절을 만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몇 십 년 전의 일을 생생하게 담아낸 디테일한 표현으로 읽는 내내 몰입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다시금 전에 읽었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읽으며 엘리오와 ‘아웃 오브 이집트’의 어린 소년을 공통 지점을 더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두 책을 비교해 읽으며 또 다른 생각을 사유할 시간을 가져야겠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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