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라라랜드'에 살고 있습니다: 배우 이지수

그녀는 'ACTOR'가 아니라, 'ACT'다
글 입력 2021.10.3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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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꿈꾸는 사람이 좋다고

말씀하셨을 때 깨달았어요.

"맞아, 나 꿈꾸고 있었지."

 

 

**

 

대기업 회장도, 1군 아이돌도, 탑배우도 인간인 이상 누구나 표류의 시간을 거치기 마련이다. 내가 과연 될까? 된다면 언제쯤 될까? 이 길이 맞는 걸까?  수많은 물음들 속에서 우리는 너무나 쉽게 길을 잃는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꿈도 함께 잃어버리거나 포기한다. 우리가 '꿈'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의 무게가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라라랜드>는 바로 이 점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영화가 되었다. 대중은 스크린 앞에서 현실과 꿈의 슬픈 연애사를 지켜보며 눈물을 쏟았다. 가슴 아프지만 이 영화에서는 현실과 꿈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시공간적 배경을 바로 '라라랜드', 즉 '비현실적인 세계'로 설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감독은 "꿈과 현실이 공존하는 라라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라라랜드'에서 꿈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은 정말로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놀랍게도 "있다." 중학생 때부터 연기의 꿈과 7년 째 열애를 이어가고 있는 배우 이지수 씨가 그 중 하나다. 2014년 데뷔작 <직면> 이래로 숱한 위기를 넘겨왔지만 그녀의 애정전선은 여전히 유효하다. 7년 째 라라랜드에 살고 있다는 그녀에게, 필자는 총 여섯 개의 질문을 던져 보았다.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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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연극배우, 영화배우

 

1998년 출생

163cm, 47kg


2014 직면

2016 face

2017 수상한 밥상

2019 얼굴 좀 피자

2019 attention

2019 아노미 아나미

2020 party planner

2021 맥베스 (준비중)

2022 무빙 (준비중)

 

 

 

Q1. 연기와 사랑에 빠지게 된 계기는?



사실 어머니께서 드라마로 태교를 하셨습니다. 챙겨 보시던 드라마의 마지막 회차가 출산 직전에 방영 중이었는데 그것을 보려고 출산을 미루셨다고 해요. 연기와 저는 삼신할머니께서 점지해주신 운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농담 반, 진담 반이에요. (웃음)

 

태교 덕분인지 어렸을 적부터 드라마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초등학생 때 거울을 보고 인물들의 대사를 따라하면서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초등학생 때는 "배우가 꿈이야!"라고 당당하게 밝히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이니 과학자니 하는 꿈을 말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간 "공주병이네"라는 핀잔을 들을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저의 사랑을 꾹꾹 눌러담던 차에, 중학생 때 연극부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연극부에서 데뷔작 <직면>을 준비하면서 결국 고백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연극부에서 사귄 단짝친구를 붙잡고 진로 고민을 하다가 울면서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나요. "나 안되겠어. 연기 할래. 연기 하고 싶어."

 

서툰 고백 이후 저의 진지함을 연기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예술고등학교 입시 준비를 해보려고 했는데, 부모님의 만류로 일반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때 예술고등학교에 가지 않았기에 지금의 제가 존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일반고등학교에서 3년을 보낸 덕분에 비교적 다양한 계열의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었고, 친구들을 통해 얻은 열린 마음이 배우로서 저의 최대 강점이 된 것 같습니다.

 

 

 

Q2. 권태기는 없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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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왜 없었겠어요. 저는 삼수생인걸요. 입시를 3년 준비하다 보니 정말 연기를 포기해야 하나, 헤어져야 하나 싶었습니다. 세 번째 시도조차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되면서 거의 헤어지기 직전까지 갔었어요. 그런데 마지막 순서로 찾아갔던 곳에서 면접을 보는데, 이 면접을 마지막으로 포기하려 한다는 제 말에 심사위원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포기를 왜 해? 너 잘해."

 

해당 대학에 합격하고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제가 왜 여러 번 고배를 마셔야만 했는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려면 배우가 적당히 즐기면서 해야 하는데, 저는 보는 상대가 부담스러우리만치 열심히 했기 때문이에요. 물론 매 순간을 즐길수는 없겠지만, "무작정 열심히 해야지"하는 마음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열심히'라는 말보다는 '자연스럽게'라는 말을 더 좋아해요. '너 열심히 한다'는 말은 이미 너무 많이 들었거든요. 이제는 부담을 덜고, 보는 사람들이 편안한 연기를 하고자 합니다.

 

 

 

Q3. 최근 기획 중인 작품을 소개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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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요즘 제가 배우이자 소품 준비 담당으로 참여하고 있는 작품 이름은 <맥베스>입니다. 학교 선배님들의 졸업작품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저희가 준비하는 <맥베스>는 기존의 <맥베스> 공연들과 달리 현대적으로 비극을 해석해서, 밴드와 DJ 등을 섭외하여 함께 공연을 구성하는 실험극입니다. 12월 중순 삼성역 부근 중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며, 비도덕적으로 권력을 탐하는 인간상을 비판하는 주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드라마도 하나 준비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제야 제작 단계에 돌입했는지라 구체적인 작품명은 비밀로 해두고자 합니다. 나중에 어디선가 제 이름 석자를 보시거든 '아, 이 드라마구나' 해주세요. (웃음)

 

 

 

Q4. 가장 기억에 남는 오디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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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오디션의 경우 실력도 필요하지만 운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캐스팅된 드라마가 그랬거든요. 원래 배우 캐스팅이 모두 완료된 상태였는데, 중간에 감독이 바뀌면서 캐스팅 라인업이 뒤집혔어요. 추가 모집 오디션이 생겼고 그것을 동료 오빠가 제게 전달해주었습니다. 원래는 오디션을 잠시 쉬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그냥 지원해보고 싶더라고요.

 

당시 저는 치아교정기를 부착하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히피펌으로 부슬부슬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오디션을 본 뒤 '이게 되겠어?' 하고 까먹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갑자기 연락이 와서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심지어 오디션 공고를 전달해주었던 동료 오빠도 모집 마감 이후 결원이 발생해 대역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하는 것이 저의 업이긴 하지만, 그야말로 정말 드라마틱한 상황이었어요.

 

저는 이 사건을 계기로 누군가에게 함부로 '안 될 것이다' 라고 말하면 안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지저분한 머리카락과 치아교정기 때문에 모두가 '안 될 것이다' 라고 말했는데, 그런 저도 됐잖아요? (웃음) 기회는 항상 생각지 못한 때 온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Q5. 스크린 연기와 연극 연기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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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중요한 질문이네요. 제가 최근까지도 고민했던 주제예요. 극장에서의 연기에 비해 화면 속의 제 연기가 너무 어색해보여서 스크린 연기에 집중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스크린 연기와 연극 연기를 구분하려고 했던 시도 자체가 저의 조급한 마음에서 기인한 것 같아요. 표정과 동작이 실전에서 더욱 커지는 편이라 고민이긴 하지만, 스크린과 연극 어느 한 쪽을 택하기보다는 일단 '연기' 자체를 더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이제 갓 20대 중반에 접어든 신인 연기자인데, 어떻게 '스크린 연기는 이렇다' 혹은 '연극 연기는 이렇다'라고 감히 정의할 수 있겠어요. 연기에 있어 무언가 아쉬운 점이 생긴다면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여기려고 합니다.

 

 

 

Q6.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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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조금 돌아가더라도 예의 바르게 살아가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연기를 계속하다 보니 모든 일은 결국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이더라고요. 제게 오디션 공고를 보내 준 동료분도 그렇고 촬영 현장에서 땀흘리시는 모든 스태프분들도 그렇고, 적어도 연기에 있어서 모든 성공은 타인과 더불어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씩 내가 누구인지, 내가 꿈과 연애를 하는 중이었는지 잊어버릴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방금도 에디터님께서 '꿈꾸는 사람들이 좋다'고 말씀하셨을 때 다시금 깨달았어요. "맞아, 나 꿈꾸고 있었지." 삶에는 노력을 들여서라도 지켜내야하는 수많은 가치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나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핑계로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타인에 대한 노력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성공은 없다고 다시금 되새겨야 해요.

 

 

 

인터뷰를 마치며


 

이지수 씨와의 만남은 짧지만 강렬했다. 인터뷰 직후 연기 연습이 있다며 부랴부랴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그녀를 배웅하면서 필자는 그녀가 '배우(Actor)'라는 명사로 감히 정의될 수 없는 존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배우는 '연기를 하는 사람Actor'을 의미하는 명사로서 그 정의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필자가 본 '이지수'는 '연기하다Act'라는 서술어에 가깝다. 다시 말해 그녀가 하는 모든 것이 연기가 된다. 그 본질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형태Acting, Acted, etc.를 가지는 서술어와 같이, 그녀는 자신의 모든 형태를 예술로 남기는 존재다.

 

 

다시 말해 그녀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연기하다' 그 자체다.

 

**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 주신

이지수 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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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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