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뮤지컬 '웨딩 플레이어'

글 입력 2021.10.24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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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플레이어 - 티저 스케치 4절 사이즈- 공유용.jpg


 

"그러니까, 진짜 난 괜찮은데.. 가기가 싫으네요. 왜 이럴까요?"


오늘도 누군가의 최고로 행복한 날을 반주하고 있는 지원. 내일 반주할 청첩장을 확인하곤 대타를 구하기 시작한다. 지원은 왜 팔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면서까지 가지 않으려는 걸까?


이 결혼식을 피하고 있는 자신의 비겁함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지원. 문제의 청첩장, 지원의 오래된 피아노, 그리고 팔에 얽힌 사연들 속에서 지원은 결혼식에 가고 싶지 않은 이유를 찾게 되는데...


뮤지컬 <웨딩 플레이어> 시놉시스

 

 

 

피아노 칠 줄만 알면 할 수 있지... 나는 그저 웨딩 플레이어



본 뮤지컬은 '웨딩 플레이어'라는 직업을 가진 '유지원'이라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결혼식의 문을 열고, 결혼식의 문을 닫는, 웨딩 플레이어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없다며 공연의 포문은 여는 지원은 자신은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듯 노래한다. 분명, 본 공연의 주인공은 '지원'이지만, 지원의 스스로 자신은 엑스트라 또는 배경에 불과하다. 어쩌면 MR 음원으로 대체도 가능한 BGM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식의 주인공은 새로운 시작을 앞둔 신랑, 신부이기 때문이다. 웨딩 플레이어는 그 시작을 바라봐 주고 응원하는 사람이니, 그 결혼식 당일엔 주인공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지원의 삶에서 주인공은 '지원'이 아닌가. 동기들에게 피아노 칠 줄만 알면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웨딩 플레이어로서 지원은 이미 무대 위 주인공이었다. 관객인 우리들은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쳤고, 대학에서도 피아노를 전공했던 지원이 웨딩 플레이어가 되었던 그 삶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 삶에서 지원은 노력했고, 성취했고, 실패했다. 마치 수많은 영웅담의 시작이 그렇듯이 말이다. 지원의 결말은 영웅 엔딩이 아니겠지만, 분명 지원은 무대 위 주인공이었다.


작년에 방영했던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클래식을 잘 모르고, 심지어 바이엘 3을 배울 무렵 피아노 학원이 문을 닫아 버렸기에 음악적으로 엄청 소양이 깊은 편이 아님에도 본 드라마에 매료됐다. 이유는 하나였다.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음대생들의 청춘 육각 로맨스를 보여주지만, 그렇게 얽히고 얽힌 짝사랑들 사이에 그들이 짝사랑하는 무언가를 녹여서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꿈이다. 꿈을 꾸는 과정도 어쩌면 짝사랑에 가깝지 않을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도 답변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저 외사랑에 가까우니 말이다.

 

책 <블로 노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이뤄지지 않은 사랑도 사랑이라 부르는데, 이뤄지지 않은 꿈은 왜 실패라고 부르냐'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보면서도, 뮤지컬 <웨딩 플레이어>를 보면서도, 느낀 것은 하나였다. '그들은 참 오래도록 꿈을 열심히 사랑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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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고 피아노까지 치는 1인극의 재미



본 뮤지컬은 가볍고 통통 튀는 느낌의 극이다. 그리고 넘버 역시 굉장히 따뜻하다. 주로 우리가 많이 들어본 클래식 계열의 피아노 곡이 많은 데다, 극이 주는 메시지 역시 따뜻하기에 전반적으로 부드럽다. 엄청난 해석이나, 상징들보다도, 피아노를 사랑했던 유지원이라는 사람의 방 안에서 우리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 해석하며 보아야 할 이유가 없는 극이었다.

 

90분의 시간 동안 희로애락을 다 표현해야 하는 주인공 '유지원'은 그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고 피아노까지 친다. 그런 멀티 플레이어의 역할을 보고 있노라면 본 공연을 끌고 가는 배우의 힘도 느낄 수 있었고, 인물이 한 명이기에 한 명만을 열렬히 응원하자는 생각을 했다.

 

1인극을 못 본 지가 한참이 된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마주한 소극장 1인극은 여전히 1인극만의 감성과 매력을 갖고 있었다. 오롯이 90분 동안 한 배우의 연기를 보면 그 배우가 가진 능력과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본 공연은 젠더 프리 공연이다. 한 역할을 성별에 상관없이 함께 맡아 참여한다.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월하, 연극 <오펀스> 등 젠더 프리 공연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어떠한 성별 구분 없이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조명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다.

 

정연, 최유하, 이시강, 김지훈, 4인 4색의 무대가 기대된다. 공연이 끝나고 다른 배우의 '유지원'은 어떤 사람일지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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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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