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유지원은 결혼식 반주와 피아노 강사 일을 하는 인물이다. 매일 누군가의 행복 앞에서 연주를 하는 그녀. 바로 다음 날에도 결혼식 반주를 하게 되었지만 그녀는 어떠한 이유 때문인지 가고 싶지 않은 듯하다. 대타를 열심히 구하고, 손이 아프다는 핑계도 대본다.
지원이 갑자기 반주를 하고 싶지 않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
극의 초반에는 자신이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보는 존재라는 내용을 담은 넘버가 나온다. 또한 "결혼식 반주자가 틀려도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반주자에게는 관심이 없다."라는 대사들도 우스갯소리처럼 지나간다.
때문에, 나는 지원이 자신의 기분과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가장 행복한 날을 보며 웃어야 하고,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웨딩플레이어'라는 직업이 갑자기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인 줄 알았다. 다음 날의 반주를 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지원이 반주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이유와 함께 지원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관객에게 하나씩 풀어놓는다.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그때부터, 실패의 순간들과 다시 일어선 순간들,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유지원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사실 아주 선하고 특별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의 연주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할 줄 알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가장 행복한 날이 되어야 할 결혼식에서, 지원은 결혼식의 주인공들을 축복하며 웃음 가득한 사람들의 얼굴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지원은 결혼식 반주가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라고 했지만, 그렇기에 그 음악들이 결혼식이라는 이벤트에서 가지는 상징성이 특별한 것이지 않을까. 웨딩 음악이 없는 결혼식은 상상하기 힘들다.
지원의 말처럼, 나 역시 결혼식에서 반주자를 특별히 눈 여겨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게 그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지원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뜻깊게 열심히 하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더 행복하거나, 편안하거나, 몰입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 역시 어딘가에서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웨딩 플레이어'는 1인극으로 진행된다.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유지원이라는 인물과의 90분은, 마치 관객과의 대화 시간 같다. 마치 지원이 나의 친구나 아는 언니인 것처럼, 나는 어느새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공감하며 경청하고 있었다.
지원이 표현하는 감정은 어느 한 쪽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설렘, 기쁨, 슬픔, 좌절, 혼란, 분노 등을 모두 보여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객이 쉽게 그녀와의 연결고리를 찾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관객이 가진 개인적인 경험에 따라 이 공연을 보고 얻어가는 생각이나 감정의 결도 다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극의 구성은 자칫하면 단촐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는데, 적절한 장면 연출과 다양한 소품 덕분에 극을 보는 내내 소소한 재미가 끊이지 않았다. 무대 전환 한 번 없는 1인극 뮤지컬이 이토록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또한, '유지원' 역할에는 성별의 구분 없이 4명의 배우들이 캐스팅 되었다. 지원은 그 혹은 그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관람한 회차에서 지원이라는 인물에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준 정연 배우에게 박수를 보내며, 4인 4색 유지원의 힐링극이 많은 관객들과 만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