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단 한 명의 배우가 전해주는 따뜻한 공감의 시간 - 뮤지컬 웨딩플레이어 [공연]

글 입력 2021.10.22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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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유지원은 결혼식 반주와 피아노 강사 일을 하는 인물이다. 매일 누군가의 행복 앞에서 연주를 하는 그녀. 바로 다음 날에도 결혼식 반주를 하게 되었지만 그녀는 어떠한 이유 때문인지 가고 싶지 않은 듯하다. 대타를 열심히 구하고, 손이 아프다는 핑계도 대본다.

 

지원이 갑자기 반주를 하고 싶지 않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

 

극의 초반에는 자신이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보는 존재라는 내용을 담은 넘버가 나온다. 또한 "결혼식 반주자가 틀려도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반주자에게는 관심이 없다."라는 대사들도 우스갯소리처럼 지나간다.


때문에, 나는 지원이 자신의 기분과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가장 행복한 날을 보며 웃어야 하고,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웨딩플레이어'라는 직업이 갑자기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인 줄 알았다. 다음 날의 반주를 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지원이 반주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이유와 함께 지원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관객에게 하나씩 풀어놓는다.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그때부터, 실패의 순간들과 다시 일어선 순간들,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크기변환]웨딩플레이어 - 인물포스터 - 정연.jpg

 

 

유지원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사실 아주 선하고 특별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의 연주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할 줄 알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가장 행복한 날이 되어야 할 결혼식에서, 지원은 결혼식의 주인공들을 축복하며 웃음 가득한 사람들의 얼굴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지원은 결혼식 반주가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라고 했지만, 그렇기에 그 음악들이 결혼식이라는 이벤트에서 가지는 상징성이 특별한 것이지 않을까. 웨딩 음악이 없는 결혼식은 상상하기 힘들다.


지원의 말처럼, 나 역시 결혼식에서 반주자를 특별히 눈 여겨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게 그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지원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뜻깊게 열심히 하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더 행복하거나, 편안하거나, 몰입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 역시 어딘가에서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크기변환]1411.jpg

 

 

'웨딩 플레이어'는 1인극으로 진행된다.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유지원이라는 인물과의 90분은, 마치 관객과의 대화 시간 같다. 마치 지원이 나의 친구나 아는 언니인 것처럼, 나는 어느새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공감하며 경청하고 있었다.


지원이 표현하는 감정은 어느 한 쪽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설렘, 기쁨, 슬픔, 좌절, 혼란, 분노 등을 모두 보여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객이 쉽게 그녀와의 연결고리를 찾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관객이 가진 개인적인 경험에 따라 이 공연을 보고 얻어가는 생각이나 감정의 결도 다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극의 구성은 자칫하면 단촐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는데, 적절한 장면 연출과 다양한 소품 덕분에 극을 보는 내내 소소한 재미가 끊이지 않았다. 무대 전환 한 번 없는 1인극 뮤지컬이 이토록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또한, '유지원' 역할에는 성별의 구분 없이 4명의 배우들이 캐스팅 되었다. 지원은 그 혹은 그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관람한 회차에서 지원이라는 인물에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준 정연 배우에게 박수를 보내며, 4인 4색 유지원의 힐링극이 많은 관객들과 만나기를 기대한다.

 

 

[크기변환]웨딩플레이어 - 티저 스케치 4절 사이즈- 공유용.jpg

 

 

++

 

생생한 라이브 연주와 함께 단 한 명의 배우가 쉴 틈 없이 에너지를 쏟아낼 1인 창작뮤지컬 <웨딩플레이어>는 몇 년 전 파혼한 옛 연인의 결혼식 반주를 맡게 된 피아노 연주자라는 엉뚱하면서도 기막힌 설정 아래,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 '유지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14년 서울 뮤지컬 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 본선 진출작으로 선정돼 쇼케이스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웨딩플레이어>는 국내 최고의 창작진들과 함께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무대로 대학로 바탕골 소극장에서 정식 개막한다.
 
이번 초연 무대에는 쇼케이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던 박소정 작가, 이유진 작사가, 권새미 작곡가가 참여하며, 평단과 관객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뮤지컬 <빨래>의 추민주 연출과 뮤지컬 <마타하리>, <팬텀> 등의 베테랑 안무가 홍세정이 함께한다.
 
더불어 이번 시즌에 새롭게 합류한 뮤지컬 <와일드그레이>, <미드나잇> 등 작곡과 피아니스트로 맹활약 중인 음악감독 이범재가 음악감독과 편곡을 맡아 보다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기와 노래는 물론 피아노 라이브 연주까지 혼자서 무대를 꽉 채울 주인공 '유지원' 역에는 배우 정연, 최유하, 이시강, 김지훈이 캐스팅되었다.
 
연극 <완벽한 타인>, 뮤지컬 <땡큐베리스트로베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안정적인 연기로 사랑받는 정연 배우는 쇼케이스에 이어 다시 한번 '지원' 역에 참여한다. 또한 뮤지컬 <판>, <베르나르다알바>, 연극 <오펀스> 등 몰입도 높은 연기로 관객들에게 진정성을 전달하는 최유하 배우가 초연에 함께한다.
 
'젠더 프리 캐스팅'으로 진행된 이번 작품에는 지난 2월 종영한 KBS 드라마 <비밀의남자>에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던 이시강 배우가 합류한다.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오는 이시강 배우는 브라운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매력을 <웨딩플레이어>를 통해 보여줄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tvN <더블캐스팅>에서 뛰어난 가창력과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던 김지훈 배우가 함께한다. 첫 주연에 도전하는 만큼 열정과 패기로 그만의 당찬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송진희 컬쳐리스트.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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