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실천하는 자가 숭고하다 - 울지마 톤즈 [영화]

글 입력 2021.10.1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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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에 앞서


 

지극히 사적인 의도에서 시작한 글이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군대에서 맺은 인연이 현재까지 지속 중인 한 친구가 있다. 야빠에 식도락 기질이 다분한 이 친구를 쭉 만나면서, 이 친구에게 영화는 정말 아웃 오브 안중 같은 단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 불쑥, <울지마 톤즈>에 관한 글을 몇 차례 지나가듯 부탁했다. 부끄럽지만 그 친구가 직접 리뷰를 요청할 만큼 이 영화를 왜 좋아했는지 그 이유는 아직까지도 잘 모른다. 심지어 종교도 없던 그 친구가 다른 영화도 아닌, 한 종교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언급했다는 의미에서 그 친구의 요청은 상당히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개구리 군복을 입은채 맞이한 첫 만남 이후 매번 타인을 너그러이 이해하던 그 친구의 아량과 故 이태석 신부가 생전에 견지해온 모습들이 어딘가 유사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이제서야 해본다. 더불어 故 이태석 신부의 59번째 출생 기념일이 다가오는 의미에서, 영화 <울지마 톤즈>를 통해 그의 위대한 행적을 되짚어 보는것 만으로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 해당 오피니언을 준비했다. 이번 지면을 빌려 그 친구에게 뒤늦은 우정의 표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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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울지마 톤즈>는 아프리카 수단의 마을 '톤즈'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수행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친 故 이태석 신부(1962.10.17 ~ 2010.1.14)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일주일 전의 모습을 시작으로 부산에서 태어난 그의 어린시절부터 신부로 활동하기까지의 과정을 신간순으로 조망하며 그의 지난 행적을 회고한다. 10남매 가운데 9번째로 태어난 그는, 삯바느질로 10 남매 모두를 키운 어머니의 헌신과 성당학교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타인을 향한 사랑의 가치에 일찍 눈을 뜨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힘겨운 뒷바라지에 보답이라도 하듯, 故 이태석 신부는 우수한 성적과 함께 인제대 의대에서 의사 면허 취득에 성공한다. 이제, 의사로서 승승장구 할 수 있는 코스를  눈 앞에 둔 그는,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약자를 돕고 싶은 마음을 저버리지 못한 채 군생활 직후 의사 대신 종교인으로서의 삶에 귀의하기로 결심한다. 이미 종교에 투신한 형과 누나가 있었기에 어머니는 어떤 식으로든 아들의 선택을 말리고 싶었으나, 그의 굳건한 진심을 꺾지 못했다. 그렇게 故 이태석 신부는 살레시오 수도회에 입회하며 정식으로 신부의 길을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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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당시 기록된 영상과 주변인들의 인터뷰 장면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그가 지나온 길을 들려주고, 보여준다. 故 이태석 신부를 곁에서 지켜본 주변인들의 증언들을 토대로 그의 신실한 행적을 관객들에게 생생히 전달한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가족들부터 수단에서 동고동락한 동료 신부들의 인터뷰는 자신의 신념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故 이태석 신부가 들인 노고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 휴대용 캠코더로 촬영된 톤즈에서의 일상 생활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굳건한 신념과 이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만으로 일궈낸 그의 기적 같은 성과를 관객이 실감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 작용한다.


故 이태석 신부가 대학생 시절 처음 방문한 수단은 내전으로 인한 혼란으로 인해 황폐해진 곳이었다. 특히 그의 눈에 밟혔던 톤즈는 신부가 말하길,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곳"으로 기억될 만큼 꿈과 희망이 전무한 곳이었다. 급히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중상 환자들이 넘쳐나지만, 수단의 의료 인프라는 이를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2001년, 이 모든 고난을 맞이한채 다시금 톤즈로 돌아온 故 이태석 신부는 자신이 구비할 수 있는 모든 의료 수단들을 마련하는데 열중한다.

 

대표적으로, 질병 치료의 핵심인 백신을 아프리카의 고온으로부터 보관할 수 있게끔 냉장고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 아프리카의 뜨거운 햇빛을 태양열 에너지로 변환하며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스스로 구축했다. 당시, 수단 내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보기 드물었던 만큼 말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그의 성과였다. 그렇게 차츰 의료기관으로서 외관을 얼추 갖춘 이故 이태석 신부의 병원은 삽시간에 마을 전체에 소문이 퍼지며 하루 300명 이상이 방문할 만큼 바쁜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심지어, 그에게 치료를 받고자 2-3일에 걸쳐서 직접 걸어온 사람들의 사연은 톤즈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다시금 반추하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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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라면 이곳에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까, 성당을 먼저 지으셨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것 같다."

 

- 故 이태석 신부

 

 

故 이태석 신부가 행한 헌신은 비단 의료에 국한되지 않았다. 폭격으로 인해 골격만 남은 마을 학교 건물을 보수함으로써 새롭게 마을 사람들을 위한 교육 공간을 건립한다. 한국의 초/중/고에 해당하는 12년의 교육과정들을 통해서 故 이태석 신부는 톤즈의 아이들이 훗날 자립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밑바탕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러한 노고는 훗날 그의 의지를 이어받아서 대한민국으로 유학온 톤즈의 청년들을 통해서 크나큰 결실을 맺는다. 진심으로 톤즈를 사랑했던 故 이태석 신부의 행보였다.


전운이 시종 감돌던 톤즈에서 故 이태석 신부는 아이들이 앞으로도 계속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랬다. 자신의 이러한 소원을 실현시키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안은 다름 아닌 음악이었다. 과거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여러 악기들을 다루며 음악적인 능력을 키웠다. 특히, 그가 독학으로 풍금을 익혔으며, 중학교 3학년 시절 직접 성가(제목: <묵상>)를 작사/작곡한 일화는 인성 뿐만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뛰어난 재주를 지녔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음악적인 재주를 톤즈에서 십분 발휘한 신부는 이제까지 수단에 존재하지 않았던 브라스 밴드를 톤즈에서 새롭게 꾸린다. 어린 시절부터 소년병으로 징병 당할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로 인해 최소한의 즐거움마저 누리지 못했던 톤즈의 소년/소녀들은 그렇게 음악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 받는다. 의료와 교육, 그리고 음악으로 이어지는 이태석 신부의 노고는 사랑과 평화라는 절대적 가치를 현실로 구현해내는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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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故 이태석 신부의 부재로 인해 아쉽게도 그가 톤즈에 구축한 인프라가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현실 또한 놓치지 않는다. 톤즈의 주요 먹거리인 소를 두고서 벌인 싸움으로 인해 자그마치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과 더불어, 이를 복수하기 위해 건너 마을 청년들이 흉기를 들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모습은 과거 故 이태석 신부가 안타깝게 바라봤던 톤즈의 예전을 가리킨다. 이러한 톤즈의 혼란스런 상황은 그가 오랜 시간 마을 사람들을 위해 헌신해온 과정을 지켜본 관객들에게 더욱 안타까운 감정을 안겨준다.


그럼에도 영화 <울지마 톤즈>가 오늘날까지 감동을 주는 건 결국 사랑과 평화라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그 어떤 절대적 가치의 소중함 덕분이다. 세상을 떠난 지 11년이 지났음에도 故 이태석 신부가 직접 실천한 절대적 가치는 앞으로도 울림을 줄것 이며, 이는 그러한 가치가 아직까지도 절실히 필요한 현 세태를 반증한다. 내전으로 인한 폭력과 그에 따른 상흔으로 점철된 수단의 역사는 물론, 날이 갈 수록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인간의 기본 덕목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다. 기술은 날로 발달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인간의 의식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인 만큼 그로인한 괴리는 끊임없이 인류를 괴롭히는 중이다.


약자를 보호하고, 포용하고, 사랑하라는 답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실천의 유무다. 실천하는 자에게만이 기적을 행할 수 있음을 故 이태석 신부의 행보를 빌려 영화는 말한다. 故 이태석 신부의 선종 소식과 함께 그의 마지막 순간이 기록된 영상을 그가 세운 학교의 학생들이 감상한다. 그를 통해 자립심을 키우고 즐거움에 귀가 트인 학생들은 TV에 등장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특수한 목적 없이 오로지 톤즈에 행복과 희망을 선사하고 싶었던 한 남자의 바람은 그렇게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파되었음을 상기시키는 순간이다. 영화는 눈가에 눈물이 맺힌 아이들의 얼굴을 한 명씩 조망함으로써 그의 숭고한 의지가 아이들에게 전파되었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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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 마태오 복음서 25장 40절

 

 

자고로 "숭고하다"는 표현은 인간의 이성으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자연의 경관을 두고서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자신의 욕구가 반영된 그 어떤 이해관계 없이, 오로지 남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몸을 다바친 위인들을 향해서도 사람들은 경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숭고한 행적을 칭송한다. 물론, 故 이태석 신부의 진정한 바람은 자신을 향해 존경이 담긴 찬사 대신 자신의 행적이 일상처럼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이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그는 그저 옳은 행동을 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스스로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직 인류애만을 생각하며 실천한 행동들이 결코 특별해보이지 않는 세상. 그가 보여준 선의가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일상의 풍경으로 가득한 그런 세상. 성경 속 오병이어의 기적이 현실로 구현되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실천 하나면 충분하다. 이태석 신부의 숭고한 행적은 곧 실천 그 자체에 다름이 아닐 것이다.


그 순간, 톤즈는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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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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