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의 삶을 변화시킨 '반쪽 집' [공간]

글 입력 2021.10.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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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한드로 아라베나는 칠레 산티아고 출신으로 2016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여겨지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이다. 그는 일정 부분은 건축가가 짓고 나머지 부분은 입주하는 사람들이 채워나가야 한다는 인도주의*적인 건축 철학을 가지고 있다.

 

*모든 인간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동등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 인류의 공존을 꾀하고, 복지를 실현시키려는 박애적인 사상이다.

 

이 철학을 가장 잘 표현한 그의 건축 프로젝트가 바로 ‘반쪽의 좋은 집(half of a good house)’이다.

 

이는 저가 주택 건설에 대한 제한된 예산과 자원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혁신적인 접근일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이 중산층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함으로써 도시의 주거환경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바꾸고 향상시키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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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jandro Aravena, Villa Verde Housing in Constitución(2013), Ch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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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jandro Aravena, Villa Verde Housing in Constitución(2013), Chile

 

 

위의 사진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가 설계한 좋은 집 반쪽, 아래 사진은 입주자들이 채운 주택의 반쪽이다. 이 프로젝트는 칠레 이기케의 슬럼화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한 공동주택 사업의 일부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부분의 건축가는 한정된 정부의 보조금으로 값싼 부지에 넓은 집을 지을지, 값비싼 부지에 작은 집을 지을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알레한드로는 값비싼 부지에 집의 반쪽을 짓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알레한드로는 공동주택에 들어오는 가정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소득 상승의 기회를 주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와의 접근성과 인프라가 더 좋은 값비싼 부지에 주택이 위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보조금이 한정되어 있으니 집의 반쪽을 지어주고, 입주자가 나머지 반쪽을 채워 온전한 집을 완성할 기회를 준 것이다.

 

이 반쪽의 집을 채우기 위해 입주자들은 더 열심히 일했고, 실제로 100여 가정은 알레한드로의 반쪽 집을 얻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반쪽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이처럼 알레한드로는 다른 것보다 어떻게 하면 이 건물이 사용자에게 도움이 될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진정한 설계란 사람들 스스로 건축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

 

-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한편 지난 2016년 알레한드로의 프리츠커상 수상으로 최근 건축의 흐름도 살필 수 있다. 프리츠커 위원회는 주로 미국이나 유럽 등지의 스타 건축가를 조명하던 이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지역성이나 생태, 사회성 등을 강조하는 건축가들에게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프리츠커(Pritzker)상은 세계적인 호텔 체인 '하얏트' 재단을 이끈 제이 프리츠커와 신디 프리츠커 부부가 만든 수상 제도이다. 독특한 점은 건축가나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법관, 외교관, 기업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 심사위원이 구성된다는 것이다.

 

이는 건축가로서의 전문성만 고려하지 않고, 시대적 맥락에 따라 수상자를 선정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물론 건축이 아닌 다른 분야의 사람이더라도, 당연히 모두 건축에 대한 이해와 관심, 소양은 갖추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심사위원을 구성한 것 또한 최근의 트렌드에 맞게 환경, 빈곤, 재난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축가들에 주목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프리츠커 위원회에 진정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1년, 포르투갈의 지형과 자연, 문화적 전통을 존중하는 건축가인 에두아르두 소투 드 모라의 수상부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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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시게루, 고베 대지진 난민을 위한 종이 통나무 집(1995), Photo by Takanobu Sakuma

 

  

이후에도 1994년 르완다 내전 당시 난민을 위해 종이로 된 임시거처를 마련해준 것을 시작으로, 20여 년간 전 세계의 재난 현장을 돌며 종이 집을 지은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에게 2014년 프리츠커상을 수여하며, 프리츠커 위원회는 21세기 세계인이 접한 위기와 절망에 대한 건축적 응답에 귀 기울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리츠커상을 빛낸 현대건축가>의 저자인 송준호 교수에 따르면, 프리츠커 위원회는 앞으로 '조형성'을 위주로 한 시상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건축의 사회성, 공공성에 대한 존중을 강하게 피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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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잘 체감하지 못하지만, 사실 공간은 그 무엇보다 인간과 맞닿아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편안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데에는 공간의 역할이 매우 크다. 그렇기에 비단 조형성뿐만 아니라 보다 인간친화적인, 더 나아가 환경 친화적인 공간에 관심을 두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음식은 각각 어울리는 그릇이 있다. 이를테면, 밥은 입구가 적당히 좁고 오목한 그릇에, 국은 비교적 입구가 넓은 그릇에, 그리고 소스나 양념은 종지에 담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음식이 놓이는 주변에 따라 어떤 그릇을 놓을지 또한 달라진다. 즉 무조건 화려한 그릇보다는 투박하고 단순한 그릇이 어울릴 때도 있는 것이다.

 

건축도 마찬가지이다. 각자의 특성과 주변 환경에 어울리는 그릇에 담겼을 때 음식이 더욱 빛나듯, 건축은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맞추어 지어졌을 때, 그리고 그 사람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때 가장 아름답다.


 

참고 자료

한겨레, 이주현, 건축계 노벨상, 공동체ㆍ인간성 회복에 눈돌리다, 2018.05.14.

네이버 블로그, 반석지기,

저소득 층의 자립을 돕고, 희망이 담긴 집을 짓다_2016년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은 칠레의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2018.12.21.

 

 

[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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