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을 감싸줄 포근한 코튼(Cotton) - 머스키 마일드(Musky Mild)

펄스테이(perstay), 머스키 마일드
글 입력 2021.10.13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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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향기



계절의 향이 있다. 주관적이지만 봄은 꽃 냄새가 날 것 같고, 여름은 나무 냄새가 물씬 날 것 같고. 거리를 걷다가 이따금씩 한껏 숨을 들이 마시면서 계절을 가늠해 보기도 한다. 음. 아직 텁텁한 공기가 코에 걸리는 걸 보니 여름은 다 가지 않았군. 어라, 폐가 깨끗해지는 것 같은데. 가을이 올려나. 하고 말이다. 요즘 날씨의 냄새는 이런 느낌이다. '이때 아니면 트렌치코트 못 입을걸.'

 

며칠 비가 내내 내리더니 가을이 찾아왔다.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겉옷을 입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셔츠를 입고 외출하면 집에 올 땐 허리춤에 묶는 날씨의 연속이었는데, 이젠 뭘 걸치지 않으면 몸이 오스스 떨린다. 확연한 가을이다. 적당히 식은 공기에는 햇빛이 서려 있어 포근한 기운이 감돈다. 조금은 따듯한 향기를 몸에 두르고 싶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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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반에 놓인 향수를 둘러본다. 여름보단 조금은 무겁지만 그렇다고 묵직하지는 않은 적당한 무게감의 향이 필요하다. 평소에 쓰는 향수는 데일리로 쓰기엔 너무 무거운 향이다. 조금 격식 있는 자리라면 모를까, 스터디 카페에 갈 때 두르기엔 부담스럽다. 가을 겨울의 향수는 고르는데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자칫 잘못하면 너무 '있는 채'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봄여름에 쓰던 걸 쓰기엔 계절의 결과 안 맞고. 적당한 밸런스의 향수가 필요하다. 

 

펄스테이(perstay)의 머스키 와일드(Musky Mild)는 균형이 잘 잡힌 향수다. 적당히 무게감 있고, 그렇다고 너무 근사하게 꾸미지 않는. 일상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그런 향수. 은은한 향을 몸에 두르고 거리를 걷다가 정류장에 앉아 향을 맡으면, 내가 가을의 입구에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펄스테이, 머스키 마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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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스테이는 1인 조향사 펄스(pers)로부터 설립되었으며,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런 조향사들이 모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펄스테이의 향수는 '공간'과 '이야기'를 테마로 조행된다. '향기롭다'라는 표현의 본질을 구현하기 위해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하고 정제된 디자인의 향수병엔 '향기'에만 집중하겠다는 브랜드의 의지가 확고히 나타난다.

 

머스키 마일드란 이름은 부드럽고, 격식 없는 편안함이 묻어난다. 머스키 마일드는 해질녘 겨울의 하늘에 수놓아진 구름을 보고 만든 향수라고 한다. 얼굴에 맞닿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높을대로 높아진 하늘에 뭉게뭉게 피어른 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집에 있는 솜이불에 한껏 몸을 던지고 싶어지는 기분일 것이다.

 

머스키 마일드(Musky Mild)는 그런 무드를 듬뿍 담고 있다. 처음 시향 했을 때 떠오른 키워드는 코튼(cotton)이었다. 따듯한 솜이불.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몸을 뉘이고, 겨울바람에 어깨까지 끌어 몸을 덮고 싶어지는 솜이불이 생각났다. 훈훈하고 따듯한 방에 편히 몸을 뉘이고 있는 듯 포근한 향이었다. 방 안으로 은은하게 퍼지는 노을빛 덕에 몸이 따듯해지는 착각이 드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부드럽고 따듯한 향이 스며들었다.

 

 

“푹식푹신한 침대에 몸을 누이자마자 구름 위에 떠있는 듯한 포근함이 온몸을 감싼다.”

 

 

첫인상은 시트러스 향이다. 상큼한 귤 향기가 먼저 마중을 나온다. 마일드한 향을 기대했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나 역시 조금은 당황했다. 전혀 머스크 하지 않은데. 향수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굳이 피하는 향이 있다면 시트러스 향이다. 내가 쓰기엔 안 어울리겠다 생각하는 것도 잠시. 피부에 닿아 착향 되면서 본연의 향을 조용히 내뿜는다. 코튼 향. 향이 강하지 않은 섬유 유연제를 넣고 빨래를 해 햇볕에 잘 마른 이불에서 날 것 같은 향이 피어오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살 냄새와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향이 스며든다. 지속력은 뛰어나지만 공백을 만들어 사용자 본연의 살 내음이 스며든다. 인위적인 향을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면 분명 마음에 드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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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키 마일드(Musky Mild)는 섬세하게 직조된 원단 안에 솜을 가득 넣은 이불 같다. 색깔을 고르자면 무채색. 블랙보다는 화이트에 가까운 따듯한 솜이불. 심심한 것 같지만, 당신이 어떤 상태이건 편히 쉬고 싶을 때 한껏 몸을 뉘이고 뒤집어쓰고 싶은 그런 이불 말이다. 무슨 옷을 입건, 기분이 어떻건, 머스키 마일드(Musky Mild)는 적절한 선택이 될 것이다.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향. 그러면서도 당신만의 색을 스며들게 할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향수를 고른다는 것



향기는 모든 것을 파악하는데 가장 직관적인 감각 중 하나이다. 눈으로 봤을 땐 근사한 것들이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향이 난다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거기다가 향은 취향까지 탄다. 내가 느끼기엔 더할 나위 없는 향인데 다른에겐 악취일수 도 있지 않은가. 민트초 코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향수를 고른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고려할 요소가 너무 많다. 사람의 이미지, 옷 스타일, 동선과 직업, 만나는 사람들까지. 거기다가 ‘개인의 취향’까지 더해진다면 더욱이 어렵다.

 

조향사들은 어떻게 향을 결정할까. 음식은 누구나 좋아하는 보편적인 영역이 있는데 향은 기준이 모호하다. 음식은 소비한다는 개념이라면 향수는 나를 위해 투자하는 사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경험과 취향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그렇다면 조향사분들은 ‘설득력 있는’ 향수를 만들어야 할 텐데, 그게 어디 쉬운가. 하나의 향을 만든다는 건 아직 기능이 확실치 않은 발명품을 만드는 일인 것 같다.

 

발명품, 창작품에는 ‘필요한 이유’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스토리가 존재한다. SPA 브랜드 옷들보다 명품이나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옷들이 더 값이 나가는 이유도 ‘스토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매력적이고 납득이 가는 스토리라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병에 담긴 코튼향의 이야기



 
“다채로운 공간에서 발견한 이야기를 향으로 표현하며, 이야기의 정체성을 다양한 모션으로 전달합니다.”
 

 

펄스테이 향수의 설득력은 이야기다. 왜 이런 향을 만들려고 했고, 어떻게 구현하려 했는지 소비자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머스키 마일드’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은 단순히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진으로도 전달된다. 머스키 마일드의 이야기는 향수 본연의 이미지를 만들 뿐만 아니라 무형의 향기에 명확한 실체와 이름을 부여한다. 겨울, 늦저녁, 솜이불과 같은 키워드는 펄스테이가 제시한 이야기와 연결되며 내가 가지고 있는 향기에 무드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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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키 마일드의 이야기는 포근하고 소박하다. ‘날도 추운데 빨리 집 가서 침대에 눕고 싶다.’ 겨울 되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날이 추워지고 있는 요즘, 옷도 두꺼워지고 있다. 편안하고, 누군가에게 따듯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머스키 마일드는 어떨까. 향이 좋다는 얘기를 하는 상대방에게 이렇게 말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솜이불 향 같지 않아?’. 펄스테이가 제시한 이야기도 곁들여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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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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