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아내를 냉동시킨 남편

글 입력 2021.10.1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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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런 뉴스를 보았다. [아내를 냉동시킨 남편]. SF 소설에서 겨우 볼 법한,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현실에 도달한 '냉동인간'에 대한 이야기. 냉동인간에 대한 기묘한 반발심은 어디에서 나는 것일까.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시체 상태로 영원히 아내를 얼려버리는 결정이 도무지 머리로는 이해가 되질 않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안이 있다. 사랑이 끝나는 지점에 대한 걱정. 그러나 만약 그것이 정말 예고 없이 그리고 죽음으로 찾아와 버린다면 우리는 무슨 선택을 하게 될까?

 

 

1. 죽음을 인정하고 보내주기

2. 냉동시켜서 미래에 부활시키기...?

 

 

사실 1번 말고는 우리는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다. 이미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천국이라든지 내세라든지 어디선가라도 그 사람이 살아있길 바란다.

 

결국 그런 바램도 사실은 죽음을 인정한 후에 하는 일이다. 우리에겐 죽음에 대해 무언가를 선택할 여지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부활'이라는 희망을 보기 전까지는. 인간은 정말 부활할 수 있을까? 부활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모두 죽고 부활한 아내는 과연 행복할까?

 

아내를 냉동시킨 남편의 심리는 어땠을까. 다신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언젠가 죽기 전에 다시 볼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면. 사람을 얼리기 위해서는 약 1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다시 살아날지 확신할 수 없는 확률을 위해서 1억 원에서 2억 원을 쓰는 사람의 심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할 수 있겠지만 이미 죽은 사람에게 돈을 쓰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사람을 냉동시키더라도 100년 뒤에야 그 사람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땐 둘의 나이차는 거의 50년일 테고 그래도 그 둘은 사랑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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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인간을 만드는 첫 프로세스는 체온을 서서히 내리고 섭씨 3도 정도의 저온 상태에서 혈액을 비롯한 인체의 수분을 모두 제거하는 일이다. 마치 과거의 이집트에서 장기와 혈액을 빼어 미라를 만든 것과 비슷해 보인다.

 

과거 이집트인들은 육체가 온전하면 영혼이 돌아와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그로 인해 미라가 탄생했다. 그러나 미라가 아직도 부활하지 못한 것을 보면, 냉동인간의 미래가 조금은 그려지기도 한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혹은 자식이 아닌 아내를 얼렸다는 기사가 더 와닿았던 이유는. 그것이 온전한 남이었기 때문이다.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오로지 서로의 통하는 무언가만을 보고 영원을 약속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사실을 나는 그 영원을 믿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영원히 사랑하자 했지만 감정의 농간에 누가 당하지 않을쏘냐. 결혼이라는 것은 결국 사회가 개인들을 더 쉽게 관리하기 위해 만든 법적 관계일 뿐이라는 것을 나는 일찍이 깨달았었다. "냉동인간 = 영원한 사랑"까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결국 당신이 깨어나기 전까지 당신만을 기다리겠어요"라는 영원의 약속일 수밖엔 없는 것이다.

 

충격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음 깊이 이 조그만 신문의 헤드라인이 박혀서 떠나질 않았다. 아내를 냉동시킨 남편. 아내를 영원히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남편. 한 인간을 죽기 전까지 기다릴 인간. 그것이 오십 년이 되었든 백 년이 되었든. 어쩌면 본인조차 냉동인간의 결말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야 천년이 지나도 언젠가 깨어난다면 만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아, 이미 냉동인간이 부활하냐 마냐, 부활할지언정 뇌가 제대로 작동할 것이냐 마냐는 중요치 않은 문제임을 끝내는 깨닫고 마는 것이다. 내가 앞서 이야기한 고민들이 영원한 사랑 앞에서는 그닥 중요치 않은 문제요, 오히려 자꾸만 부활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 사람에게는 희망이 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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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끝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부터가 나는 아직 사랑의 영원성을 맛 한번 보지 못했기 때문임을 이제 알았다. 아내를 냉동시킨 남편은 안타깝게 볼 것이 아니라 영원한 사랑을 가졌다는 점을 한없이 부러워해야 할 대상인것이다.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냉동시킬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박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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