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머스키 마일드, 펄스테이(Musky Mild of Perstay)

향수에게로 첫 걸음
글 입력 2021.10.1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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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향수


 

고백하자면 나는 향수를 끔찍하게 싫어했다. 인위적인 향이 코끝을 스칠 때면 미간을 찌푸리며 숨을 참았다. 독한 냄새가 모든 오감을 잡아먹는 것 같아서 도망치듯 자리에서 떠났다. 이유는 모르겠다만, 어릴 적부터 집안에 향수라는 것을 본 적이 없고 접한 기회도 별로 없어 낯선 존재라 낯을 가린 점도 있고 '향수'라는 것 자체가 불호였다고 말할 수 있다. 어쩌다 접한 향수는 아주 독했고 인공적인 화장품 냄새를 풍겼다. 첫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그렇게 향수와 나 사이의 간극은 좁혀질 줄 몰랐다.

 

가꾸는 것에 관심 없던 어린 날에 겪은 향수가 그렇다 보니, '향'에 관심을 둔 계기는 순전히 섬유유연제 덕분이었다. 보송보송한 빨래에서 맡을 수 있는 포근한 향기는 언제나 맡아도 기분이 좋았다. 그때 나는 향에 의해 기분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향에 가깝던 내가 그때부터 코튼 향에 집착하게 됐는데, 특히 독립하며 내 공간을 갖게 된 이후로 더욱 관심이 생겼다. 빨래 건조대에 걸린 빨랫감에서 물 냄새와 섞인 섬유유연제 향이 근처만 맴도는 것이 아니라 그 향이 집안에 풍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쉽게 사기 좋은 디퓨저를 구매하면서 내가 풍기는 '향'에 대해 신경 쓰기 시작했다. 옷에서 나는 기분 좋은 향은 금방 날아갔었고 어느 날 지인의 향수를 뿌려보고 나서야 '향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구매는 생각보다 늦었다. 선물로 향수를 사본 적은 있어도 정작 나를 위해 향수를 사본 적은 없었다. 어떤 향이 내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어떤 브랜드가 좋은지도 몰랐는데, 찾아서 공부할 만큼 흥미는 아니었던 모양인지 이십 대 중후반이 되자 나를 위한 향수를 샀다. 이유는 간단했다. 패키지가 정말 예뻤고 향수라면 이럴 것 같은 화려함과 어찌 보면 어린 시절 꿈꿀만한 그런 유치함이 섞인 예쁜 디자인이었다. 바로 <4711 플로럴 컬렉션 로즈 EDC> 라는 향수였고 이어 <4711 오리지널 오드 콜로뉴 EDC>도 구매했다. '나는 정말 향수다!' 하는 존재감을 가진 디자인이었다.

 

선물로 산 경험이 전부였는데, 나를 위한 향수를 가지고 나니 기분이 색달랐다. 갓 마른빨래에서 맡을 수 있는 섬유유연제 향 빼고 다른 향을 맡을 수 있다니! 내가 편견을 가진 향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향수의 세계는 매우 다채롭고 풍요로웠다. 물론 완전한 관심을 두진 않아 전문적이지는 않다. 단순히 소비자로서 향수를 뿌리는 사람이 됐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큰 도전이라 말하고 싶다. 그리고 취향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발전하더니 단순한 코튼 향에서도 여러 플로럴 향에 끌리다가 시트러스 향도 맡더니 우드한 향으로 취향이 생기더라. 그러다 보니 적어도 향수에 대해 조금은 알고 맡아야겠다 싶었다.

 

 

 

향수에게로 첫 걸음


 

생각해보면 선물을 위해 살펴봤던 상세 페이지를 보며, '아 이런 뜻이겠거니' 하고 이해했고 언어의 정의를 찾아본 적은 없었다. 선물용으로 적합한지 살펴보기 위해 제품 정보보단 소비자들의 리뷰를 중점적으로 살펴봤고, 리뷰는 주관적이다 보니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한번 글을 쓰는 김에 검색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을 해봤다.

 

가장 먼저 뿌리기 전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지속력'을 알아보기로 했다. 지속력을 뜻하는 '부향률'은 희석 정도를 뜻한다. 즉, 부항률이 높다는 것은 원액 비율이 높다는 말이고 부향률에 따라 분류 명칭이 다르다고 한다. 퍼퓸(Perfume), 오드퍼퓸(Eau De Perfume : EDP), 오드뚜왈렛(Eau De Toilett : EDT), 오드코롱(Eau De Cologne : EDC) 순으로 최대 7~8시간부터 최소 1~2시간까지 지속력이 유지되며, 향수 설명이나 제품 하단 부에 기재됐다고 한다. 왜 내가 구매한 향수가 현관 컷이라고 불리는지, 읽어보고 나서야 제대로 알았다.

 

이어 부항률을 읽었다면 향수 소개에서 세 가지로 나뉜 향을 볼 수 있다. 탑 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라스트) 노트인데, 이것은 이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향의 순서라 생각하면 된다.

 

 

TOP NOTE (HEAD NOTE) - 발향 직후 나는 향으로 보통 30분 정도 지속된다.

 

MIDDLE NOTE (HEART NOTE, SOUL NOTE) - 향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역할을 하며, 조향사가 의도한 향이 발향되며 보통 상대에게 맡는 향이 대부분 미들 노트라 한다.

 

BASE NOTE (LAST NOTE, DRY NOTE) - 끝 향을 뜻하는데, 향수 종류에 따라 은은하게 잔향으로 남거나 피부나 옷에 스며드는 보류제 역할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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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키 마일드. 펄스테이 (Musky Mild of Perstay)


 

이번에 접하게 된 마일드 머스키(Musky Mild)는 펄스테이(perstay, perfume + stay) 향수로, 1인 조향사 펄스(pers)가 만든 브랜드다. 또한 국내 여러 조향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비록 향수에 대해 많은 브랜드를 접해보진 않았지만, 한 때, 조향사가 주목받는 시절에 자주 들어본 직업이라 그때 거리에서 많은 개인 향수 샵을 보았다. 브랜드 향수뿐만 아니라 이런 소규모로 직접 취향에 맞춰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고는 있었지만, 굳이 들어가서 시향까지 해보진 않았는데, 점점 눈길이 가더라.


 

TOP

mandarin, black currant

사실 발향 직후 나는 향은 바로 호감 갖기 어려웠다. 첫 향으로 나는 냄새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만, 내가 향수를 처음 접할 때 느꼈던 인공적인 향이었고 그다음에야 호감 가는 향을 느낄 수 있었다. 포근하면서도 익숙해서 자꾸 맡게 되는 향이라 더 뿌리고 싶었는데, 한번 뿌려도 충분했다.

 

MIDDLE

orange flower, jasmine, tuberose

포근한 냄새와 달리 은은하고 달곰한 향이 났다. 스치듯 나는 향이 나의 체향과 잘 맞는지 부드럽고 익숙했다. 처음 샀던 장미 향 향수와 달리 착 달라붙는 향이었는데, 점차 부드럽고 질감이 깊은 느낌이었다. 달큰한 향이 나는데 가볍지 않고 무게감이 느껴지는데 오묘했다. 무게감이 좋았다. 밀도가 높은 텍스쳐라고 말해야 하나.

 

BASE

white musk, vetiver, vanilla

바닐라 향이다. 어릴 적부터 바닐라 맛이며 향이며 좋아했는데 그래서 익숙하게 느낀 것 같다. 발향 직후 거부감을 느꼈던 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부드러운 잔향만 남는다. 향은 은근 오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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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가 몇 개 없긴 하지만, 머스키마일드(Musky Mild)는 내가 처음 '가져보는' 향이었다. 체향에 맞는 향수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에 좀 더 가까운 향수였던 것 같다. 물론 확신할 만큼 사용한 경험이 부족해 내 체향에 완벽히 들어맞는 향수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내가 가진 네 번째 향수로 다른 향을 접할 수 있던 좋은 기회였고, 기존에 갖고 있던 향수에 비해 향을 맡을 때마다 안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향기가 하루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향'이 그날 기분이 평온하고 즐거울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광적으로 집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 휴식을 취할 때 눈길을 돌려 찾아볼 만하고 취향에 맞게 가볍게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아직 먼저 샵을 찾아가고 브랜드 몰을 찾아보는 단계는 아니지만, 향수가 빈 병이 되어갈 때쯤, 다른 향수를 찾아볼 생각이다. 아직 코로나로 인해 매장에서 직접 시향을 하지 못해 아쉽지만, 그때쯤이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이번 <머스키 마일드(Musky Mild)> 덕분에 내가 이끌리는 향이 포근한 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고 질감과 무게감에 끌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가오는 겨울날과 어울리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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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태어나 처음으로 '향'에 대해 쓴 글이다. 조향사나 향수를 사용하는 사람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아 내가 느낀 바를 제대로 전달한 지 모르겠지만, '향'이란 주제로 글을 써보았다는 색다른 시도와 모르는 분야를 글로 차근차근 써 내려간 경험은 다른 사람에게 몰라도 나에겐 값지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이 글이 공감될 수도 있고 전혀 다르게 생각될 수도 있다. 보통 내가 쓰는 글은 내 생각을 중점으로 감상을 담아 쓰기에 모두에게 공감되기 어려운 글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번 주제 차제는 나도 충분한 경험 없이 쓰다 보니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지만, 나의 글이니 언제나 내 생각대로 쓰는 것이 맞을 거라 믿어본다.

 

그러므로 이 글은 '향수'에 관한 글이 맞으나 나의 새로운 '시도'를 담은 글이라 말하고 싶다. 이번에 향수를 손에 쥐고 도대체 너를 가지고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떤 생각을 글에 담을 수 있을까? 하며 고민했다. 애초에 '구매'행위 자체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 내가 좋아하는 분야 외는 아이쇼핑도 하지 않아 백그라운드가 전무해서 더욱 감이 잡히지 않았다. 향수 소개에 적힌 글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글에서 말하는 향이 이 향이 맞을까? 읽을수록 아리송하다. 예전 커피나 와인을 공부할 때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기호의 세계는 직접 경험해봐야 아는 것이 많다고 느꼈다. 그래서 흥미로웠다. 경험을 통해 쓰는 글은 언제나 즐겁고 나의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 값지다. 이 글을 통해 다음 '향'에 대해 더 농도 깊은 감상을 할 기회를 얻은 것 같다.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 명함.jpg

 

 

[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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