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만화 Vol.11 – 에로티시즘 + 만화 [만화]

글 입력 2021.10.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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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서 성 담론을 다룬 작품을 두고 외설인가, 예술인가를 논하는 경계가 모호한 만큼, 이 논쟁은 시대를 막론하고 이어져 왔다. 예술에서 벌어지는 이 논의가 만화로 옮긴다면, 성인 만화 속 성을 묘사하는 방식에 따라 포르노인가, 혹은 에로티시즘인가를 논하는 논쟁의 장이 <지금, 만화> 11호 ‘에로티시즘’을 주제 한 논의의 장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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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화> 11호에서는 성인 만화 속 ‘성애(에로티시즘)’를 주제로 다양한 논의를 이어간다. 커버스토리에서는 한국 성인 만화가 달려온 변천사, 플랫폼이 주도한 성인 웹툰의 양상부터 여성향, 남성향 성인 만화의 특징과 법칙을 살펴보면서 전체적인 성인 만화 장르에 대한 고찰이 이어진다.

 

크리틱에서는 여성향, 남성향 성인 웹툰의 특징과 공식을 작품 속으로 더 깊게 들어가 비평한다. 특히, 학원물에서 벌어지는 노골적인 폭력 장면과 수위 조절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15금, 19금을 나누는 기준, 논란 대처 기준 등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우아한 형제들의 웹툰 플랫폼 <만화경>, 성인 웹툰 플랫폼 <탑툰> 관계자의 인터뷰를 수록한 ‘인터뷰’ 챕터, 웹툰 제작 기술 발전 연대기와 웹툰 기획사와 작가의 관계를 짚어보면서 현재 웹툰 산업의 전반적인 이슈를 다루는 ‘이슈’ 페이지에서 웹툰 산업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에로티시즘과 웹툰



일부 연구자, 혹은 평론가들은 20세기를 ‘에로티시즘의 시대’라고 명명할 만큼 현대 예술에서는 에로티시즘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면, 에로티시즘은 무엇을 뜻하는가가 궁금할 것이다. <지금, 만화>에서는 에로티시즘을 여러 관점에서 정의한다. 단순히 ‘이성 간 혹은 동성 간 성적 묘사, 즉 성애를 에로티시즘을 정의하기도 했으며, 더 깊게 들어서는 ‘성행위의 이미지를 환기시키거나 암시, 또는 표현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이 개념에서 성적 행위에만 초점을 맞춰 주목하는 ‘포르노 그래피’와 구분됨을 지적한다.

 

한국 성인 만화, 웹툰의 특징을 알아보기 전, 한국 성애 만화, 성인 만화의 발전 과정을 살펴본다. 고대, 17세기의 풍속화에서 이어져 현대 성인 만화는 1950년대부터 성인만화 잡지가 등장하면서 계보가 이어진다. 이후 1970년에서부터 스포츠 신문이 발행되면서 에로티시즘을 바탕으로 한 성인만화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그러나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성애 만화에서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 남성 우월적인 이데올로기가 만화에 반영된 역사도 존재한다.

 

이후, 2010년대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 다양한 장르의 웹툰이 보급되었으나, 네이버, 다음처럼 대중적인 포털 사이트가 웹툰 산업을 주도하면서 성인 만화는 자연스레 성인 만화가 발전이 더디게 되었다. 그렇지만, 레진코믹스, 탑툰이라는 성인만화 전문 웹툰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이런 경향을 바뀌게 되었다.

 

이들은 구매력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성인 작품 위주를 서비스하면서 전면 유료화 같은 새로운 서비스모델을 시도한다. 다만, 이 플랫폼은 남성향 위주의 성인 만화를 선보였고, 이에 대항해 여성향 성인 웹툰을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봄툰’ 등이 등장하며 성인 만화는 남성향, 여성향 성인 만화 장르로 갈래가 나뉘게 되었다.

 

 

 

남성향, 혹은 여성향 성인 웹툰


 

성인 만화가 발전해온 역사와 더불어 <지금 만화>에서는 남성향, 여성향 장르에 대한 고찰과 함께 날카로운 시선에서 비평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성인 만화는 주로 남성향에 맞춰 발전해왔으며,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아직도 잔존하다는 것이다.

 

특히, 성적 행위에만 집중한 나머지 도덕과 금기를 함축한 ‘성’이라는 요소를 통해 말할 수 없는, 또는 말해선 안 되는 금기를 논의의 장으로 풀어놓는 에로티시즘의 역할은 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남성향 장르에서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주로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하며, 주인공인 남성의 복수, 쾌감, 과시를 위한 인물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형화된 여성 캐릭터와 육체적 관계나 시각적 즐거움에만 초점을 맞춘 웹툰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라 지적한다.

 

여성향 성인 웹툰에서는 여성들의 성에 관한 욕망을 작품에 드러낸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여성이 쾌락의 주체가 되기도 하며, 여성이 주도하는 성적 행위가 그려지기도 한다. 남성향 성인 웹툰에 비해 남녀의 관계 묘사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향 BL 장르에 관한 고찰이 이어졌는데, 여성향 BL 장르의 특징으로 ‘여남 위계에서 벗어난 관계성과 친밀성을 성애적 필터로 여과한다’고 정의했다. BL 장르 속 공수 문법의 변화는 젠더에 관한 상상력과 욕망을 다변화했다는 것이다. 이를 작품 <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와 <주인님의 주인님>을 통해 설명한다.

 

 

 

성인 웹툰이 나아가야 할 방향


 

성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과 네이버, 다음처럼 대중적인 대형 플랫폼에서 웹툰 산업을 이끌면서 자연스레 성인 만화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레진코믹스, 탑툰, 봄툰 등 웹툰 전문 플랫폼이 등장함에 따라 성인 독자를 만족시키는 다양한 갈래의 성인 만화가 등장했고, 성인 만화는 양적, 질적 팽창을 이루었다.

 

그만큼 성인 만화가 성인 독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아직도 ‘성’을 주제로 담론을 이어갈 때는 성과 도덕을 연관 짓고, 감추려는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게다가 에로티시즘은 ‘성’에 관한 담론이기 때문에 성인 만화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성인 만화에서도 단순히 성을 다루는 것에만 집중하는, 일명, 성을 위한 성인 만화가 범람하는 때에 성인만화의 다양성과 대중매체를 앞세운 향락산업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의 성인 만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성인 만화에 대한 담론이 필요하다.

 

*

 

현재 성인 만화도 단순히 ‘19금’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아쉬울 만큼 다양한 서사가 어우러지고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아직도 ‘성’ 담론은 수위와 금기의 틀 안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성년의 학원물에서 15금과 19금 사이에서 일부 장면의 편집만으로 수위조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주제 <에로티시즘>의 논의는 결국에는 성인 만화의 성을 통해 사회에 금기시된 것들에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에로티시즘 역시 성인 만화의 발전 속에 정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은 성인만화 담론을 위하여 사회윤리적 관점에서 만화계 스스로 자정은 물론, 한국 성인만화의 지경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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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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