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마무는 계속된다 [음악]

중소에서 피어난 커다란 꽃
글 입력 2021.10.0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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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BW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고백할 것이 있다. 필자는 현재 마마무의 팬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전(前) 팬 정도가 되겠다. 2018년 별이 빛나는 밤을 기점으로 팬이 되어 공식 팬덤에 가입해 활동하다가, 2019년 단독 콘서트&팬미팅 이후 서서히 팬심이 식어 덕질을 그만둔지 2년째다. 그런 내가 갑자기 '마마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 것은 다름 아닌 마마무의 최근 앨범 I SAY MAMAMOO : THE BEST에 수록된 <음오아예 2021>의 가사 한 소절 때문이다.

 

 


위 영상을 클릭하면 문제의 소절을 바로 들을 수 있다.

ⓒ RBW

 


뜨거워지는 이 분위기

너와 나의 거리

우리 사이로 한 여자가 

걸어와 때마침

그의 여자친구인 건지 

아님 친구인 건지

다가와

"마마무는 계속된다"

OH MY GOD

 

-마마무, <음오아예 2021> 가사 中-

 

 

음원 중에 갑자기 삽입된 이 음성은 마마무가 한창 전성기를 달리던 2017년에 단독 콘서트 <무지컬 커튼콜>에서 화사와 솔라가 주고받은 애드리브 구간이었다. 베스트 앨범이라길래 아무 생각 없이 추억팔이에 젖으려던 필자는 이 구간에서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마음이 욱신거림을 느꼈다. 필자의 팬심은 2019년 이후로 계속되지 못했지만, 이제는 일반인이 된 나조차도 '마마무는 계속될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 필자가 생각하는 그들이 지금의 '마마무'가 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마마무'가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빅마마, 브아걸,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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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BW

 

 

K-pop 여성 4인조 그룹에는 유독 실력파 보컬 그룹이 많았다. 2003년에 데뷔한 빅마마가 그랬으며, 2005년에 데뷔한 천상지희가 그랬고, 2006년에 데뷔한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그랬다. 그러나 2010년대 전후로 K-pop 시장에 아이돌 바람이 불어 멋진 안무 대형을 갖춘 댄스곡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보컬'을 전면에 내세운 여성 4인조 그룹은 한동안 출현할 수 없었다. 그런데 2014년, 화려한 후크송 시장에 아카펠라로 도전장을 내민 새로운 여성 4인조 그룹이 있었다. 이들이 바로 '마마무'다.

 

 

ⓒ RBW

 

 

데뷔곡의 뮤직비디오만 봐도 이들이 여성 4인조 보컬그룹의 계보를 잇기 위해 등장한 그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데뷔곡 'Mr. 애매모호'의 뮤직비디오는 뮤지션이 만드는 뮤지션이라는 컨셉으로 연출되어 신인치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출연진―코러스 범키, 스태프 정준영, 기타 이종현, 감독 휘성, 사진사 케이윌, 사진감독 라이머, 프로듀서 백지영, 피아노 돈스파이크―의 지원사격을 받았다. 이 화려한 출연진들이 보증 선 그룹이라는 인식이 퍼지자 마마무는 3세대 여자 아이돌로서 데뷔함과 동시에 브아걸의 계보를 이을 '보컬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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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BW

 

 

'보컬 그룹'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마마무는 실제로도 멤버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보컬 색을 가지고 있다. 솔라는 깔끔한 톤으로 시원한 고음을 담당하며, 휘인은 가벼운 가성으로 속삭이듯 편안하게 노래를 소화한다. 화사는 무대에 특화된 애드리브 매너와 멤버 중 가장 허스키한 보컬로 곡 분위기를 능청스레 이끈다. 마지막으로 문별이 하이톤이 절대 다수인 걸그룹 래퍼들 중 특이하게 낮은 음역대의 랩을 보여주며 팀의 개성을 완성한다.

 

결과적으로 네 명의 음색과 창법, 목소리 톤이 다 다르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각각의 색과는 전혀 다른 화음이 탄생한다. 뚜렷한 개성을 지닌 개인들이 모여 완성하는 조화로운 '팀'의 개성. 이것이 '마마무'의 제1성공요소다.

 

 

 

소속사 사장님이 미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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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BW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지점은 마마무의 소속사가 SM도 YG도 JYP도 아닌 무명의 소속사(RBW)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중소 기획사 주제에 어떻게 이리도 화려한 출연진들의 보증을 받은 것일까?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그들은 "미친 소속사 사장님" 김도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거미의 <기억상실>, 다비치의 <8282>, <시간아 멈춰라>, 이승기의 <결혼해 줄래>, FT아일랜드의 <바래>, 백지영의 <잊지 말아요>, 씨엔블루의 <외톨이야> 등 수많은 히트곡을 작곡한 탑티어 작곡가다. 이러한 김도훈이 직접 소속사를 차려 손수 기획한 그룹이 '마마무'였으니, 그에게 곡을 받아 대히트를 기록한 기성 가수들은 그의 요청에 기꺼이 응했을 것이다.

 

또한 이로써 김도훈이 마마무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인 '좋은 음악'의 원천이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스타 작곡가이자 소속사 사장님 김도훈의 메가히트 급행열차 1등석에 마마무가 탑승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김도훈은 데뷔곡 < Mr. 애매모호 > 이후 싱글 < Piano Man >으로 슬슬 시동을 걸더니, 2015년 데뷔 1년차인 마마무에게 <음오아예>로써 전성기의 시작을 선사해주었다.


(더불어 <음오아예>의 뮤직비디오는 그간 걸그룹들이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남장'이라는 독특한 컨셉을 차용해 마마무가 여성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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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BW

 

 

작곡가 사장님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얻어낸 <음오아예>, <넌 is 뭔들>, <데칼코마니>,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별이 빛나는 밤>, <너나 해>, < HIP > K-pop의 역사에 기록될 수준의 주옥같은 명타이틀곡 퍼레이드. 이것이 마마무의 제2성공요소다.

 

 

 

공백기? 그거 먹는 건가요?


 

뚜렷한 팀의 개성 및 실력과 팀을 밀어주는 1군 작곡가. 여기까지는 마마무가 '대중픽 걸그룹'이 된 이유였다.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으로 마마무가 K-아이돌 롱런의 필수조건 '팬덤'을 어떻게 형성했는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장 김도훈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중소기업이라 그런지 마마무는 전성기 중반까지도 상당히 단순무식한 방법으로 팬덤을 모았다. 그들은 지방행사/대학축제를 미친 듯이 뛰었고, 자체 컨텐츠를 미친 듯이 찍어냈다. 그들은 <음오아예>가 발표되던 2016년에 행사만 120여 개출처: 나무위키 마마무/공연 및 행사 문서를 뛰었다.

 

그리고 심지어 과도한 스케줄에서 느끼는 고충을 노래로 승화한 수록곡까지 발매했다.

 

 


ⓒ RBW

 

 

Um 지금은 새벽 세시

Um 빨리 집에 가고 싶지

니나나나 도찐개찐

넌 세번째 난 두번째

일찍 나와야 돼

 

-마마무, <잠이라도 자지> 가사 中-

 

 

팬덤을 형성하는 N년간 소속사가 가수를 혹사시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이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소속사 입장에서는 가장 적절하긴 했던 것 같다. 중소기업인 RBW 출신 마마무에게는 아이린과 태연으로 대표되는 'SM상'SM관상에 대적할 비주얼도, 산다라박의 '파인애플 머리'에 대적할 파격적 컨셉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목을 끌지 못하면 직캠, 보도 기사 등 매체 노출량이 줄고, 매체 노출량이 줄면 코어 팬덤도 줄어드는 것이 K-아이돌의 생리다. 따라서 그들은 가장 단순하게, "우리는 양으로 승부하면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 RBW

 

 

그렇게 마마무의 유튜브채널은 업계 최고의 자체 콘텐츠속칭 '자컨' 보유량을 자랑하게 된다.얼마나 많이 찍어 댔는지, 하다못해 행사에서 귀가하는 차 안에서 자고 싶다며 노래를 부르는 자체 콘텐츠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마마무의 자체 콘텐츠는 대부분 '마마무티비'라는 V-LOG 예능 시리즈 형태로 제작되는데, 팬덤에게는 이 시리즈가 입덕을 부르는 하나의 독자적 브랜드가 되어 버렸다. 마마무의 '비글돌' 수식어는 마마무티비에서 기인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행사만 하루에 세 탕을 뛸 정도로 활동하다보니 직캠이 행사별로 하나씩만 올라와도 일주일이면 몇십 편을 거뜬히 넘겼고,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마마무티비로 제작하다보니 마마무티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그 와중에 안무영상도 여러 버전을 공개하고 V-live 방송도 틈틈이 진행해 실시간으로 팬덤을 만났다. 팬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떡밥의 홍수'였던 것이다. 볼거리 즐길거리 웃을거리가 쏟아지다보니 마마무에게 한 번 관심을 가지게 된 팬은 빠져 나갈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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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BW


놀라운 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8년, 마마무는 행사를 여러 개 뛰는 것을 넘어 앨범을 여러 장 내는 지경에 이른다.(...) 이름하여 '4시즌 4컬러 프로젝트'인데, 이들은 2018년 3월 <별이 빛나는 밤>을 시작으로 7월에 <너나 해>, 11월에 < Wind Flower >, 그리고 2019년 3월에 < gogobebe >를 발매했다. 그리고 2019년 11월에는 < HIP >으로 컴백했다. 그러니까 2018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적으로 4.8개월마다 앨범을 1개씩 발매한 셈이다.심지어 이 수치에 멤버 솔로 앨범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잊을 만하면 새 앨범을 대령하고, 잊을 만하면 새 직캠이 올라오며, 잊을 만하면 새 자체 콘텐츠가 올라오는 놀라운 신규 콘텐츠 공급 주기. 이것이 마마무의 제3성공요소다.

 

 

 

MAMAMOO Is Coming Back for You


 

하지만 2021년 10월, 현재의 마마무는 위기 상황에 놓인 것이 분명하다. 우선 멤버 휘인이 소속사에서 이탈했다. 나머지 세 멤버는 재계약을 체결해 휘인 측 소속사와만 합의를 하면 활동을 이어갈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제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휘인이 마마무 활동 지속에 동의한 것은 2023년 12월까지로 못박아져 있으므로, 2023년 이후 마마무의 향방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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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BW

 

 

그리고 전담 작곡가 김도훈이 마마무에게 '한 방'을 날릴 만한 곡을 주지 않고 있다. 마마무의 곡에는 그간 화려한 고음과 애드리브, 그리고 레트로풍의 신나는 비트가 빠지지 않고 등장해왔는데, 최근 들어 곡들이 발라드 노선을 타면서 음원 성적이 저조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 HIP > 이후 가장 마마무풍(?) 타이틀곡감으로 보였던 < Dinga Dinga >도 선공개 수록곡으로 밀리면서 그 중독성에 비해 제대로 된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는 사태가 일어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은 여전히 화음을 맞추며 자신들을 "MAMAMOO" 라고 소개한다. 덧붙여 문별과 솔라는 제3의 가족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사이가 좋고 휘인과 화사는 올해로 13년지기를 맞이한 동향 친구다. 그리고 소속사 RBW는 여전히 자신들을 "마마무 소속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아직 마마무를 대체할 만한 그룹을 발굴해내지 못했으므로 현재의 수익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마마무에게 계속 투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네 명중 한 명(25%)의 재계약이 불발된 것은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의 사이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멤버들도 소속사도 여전히 '마마무'를 사랑하고 있다는 점에서―나는 그들의 미래를 여전히 기대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 Youtube 솔라그리고벼리

 

 

"마마무는 ...계속된다."

 

 

이 글은 마마무에게,

그리고 그들을 열렬히 좋아했던 나에게

꼭 전해 주고 싶었던 필자의 마지막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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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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