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연의 공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 오브뮤트 '슬리핑 듀'

글 입력 2021.09.03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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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잠뿌’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여기서 ‘잠뿌’는 자기 전에 향수를 뿌리고 자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필자는 꽤 예전부터 자기 전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나와 향수를 뿌리는 것을 좋아했다. 간혹 ‘왜 잘 건데 굳이 향수를 뿌려?’라고 묻는 이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당당하게 얘기했다. ‘기분이 좋으니까!’

 

이렇게 자기 전에 향수를 사용하는 것에 호기심을 가졌던 것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보던 중 ‘마릴린 먼로가 입고 자는 향수’ 라는 내용을 본 후부터였던 것 같다. 자기 전 향수만 뿌리고 잔다며, 향수가 잠옷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 꽤나 신박하게 다가왔었다. 그 당시에는 신기하기만 했었지 크게 향에 관심이 없어서 따라해보지는 않았다. 이후 대학생이 되면서 조금씩 향수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그때 기억이 떠올라 따라해보았던 것이 시작이었다.

 

씻고 나왔을 때 깨끗하고 뽀송한 상태가 향을 만남으로 인해 개운한 느낌이 배가 되어 오랜 시간 지속되는 기분이었다. 특히 베개나 이불 등 침구류에 뿌렸을 때 은은하게 향이 계속 맡아지며 잠들기 직전까지도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기분 좋은 경험을 통해, 매일은 아니더라도 감정의 환기가 필요할 때나 기분 좋음을 유지하고 싶을 때 한 번씩 사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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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어느 순간부터 ‘향’을 좋아하게 되면서, 다양한 향을 맡아보는 것에 관심을 가졌고, 브랜드 ‘오브뮤트’의 첫 번째 작품인 ‘슬리핑 듀(Sleeping dew)’를 기대하며 받아보게 되었다. 브랜드 소개를 처음 듣고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흥미롭게 느껴져서 더더욱 기대감을 가졌다. “향기로 진행되는 무언극”. 말없이 몸짓으로만 스스로를 표현하는 무언극처럼, 향을 이용해 자신을 드러내는 ‘향기 무언극’을 지향한다고 한다. 즉, 향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향에는 많은 감정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브랜드가 가진 가치관이 필자가 가진 생각과 유사한 부분이다 보니 좀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이런 브랜드에서 처음 공개하는 제품은 무엇일지 설레는 마음으로 ‘슬리핑 듀’를 꺼내 봤다. 처음 패키지를 보고서 ‘깔끔하다’는 생각과 사진전에 같이 DP되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스토리가 담긴 사진을 설명하는 향의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서 제품을 열고 직접 사용을 해봤는데, 필자가 느낀 향을 설명하기 전 제품에 대해 한번 설명하고자 한다.


 

슬리핑 듀 [Sleeping dew]

 

영어로는 Lily of the valley 프랑스어로는 Muguet라고 불리는 은방울꽃은 이름 그대로 아주 작고 여린 방울 모양의 꽃 방울을 알알이 달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특히 연예인들의 부케에 자주 쓰이는 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와 어울리게 은방울꽃의 꽃말은 '순결, 반드시 행복해진다, 기쁜 소식, 희망'등이라고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은방울꽃은 태양의 신 아폴론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아폴론은 그의 아홉 님프들(그리스 신화 속 요정)이 부드럽고 향긋한 땅을 밟게 하기 위해 은방울꽃을 그녀들의 발 밑에 융단처럼 깔아주었다고 합니다.

 

이 낭만적이고 기분 좋은 이야기에 더해서 Ludwig von Hofmann의 그림 [The water nymph]의 푸르고 신선한 색감과 평온한 분위기에서 영감을 얻어 오브뮤트의 첫 번째 향 ‘Sleeping dew’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TOP: Mint, Pine tree, Herb 

향의 첫인상인 탑노트: 민트, 소나무, 각종 허브들

 

생명들이 깨어나는 아침의 숲 속에서 길을 잃어 정처 없이 헤매며 깊고 깊은 비밀의 숲으로 향합니다. 어느 순간 부는 선선한 바람결에는 시원한 민트 향과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들, 그리고 싱그럽고 향긋한 허브들의 묘한 향들이 뒤섞여 밀려옵니다. 깊고 고요한 밤을 보낸 후 이제 다시 생동하는 생명들 같은 산뜻함에 이끌려 바람 속 향기를 뒤쫓아 더욱 깊은 님프들의 숲 속으로 들어갑니다.

 

MIDDLE: Muguet, Morning dew

향의 주제인 미들노트: 은방울꽃, 아침 이슬

 

마침내 당도한 향기의 목적지에서 동화처럼 펼쳐진 은방울꽃들을 발견합니다. 잔잔한 음악소리처럼 흐르는 투명한 물과 그 옆의 청초한 은방울꽃, 그리고 잠든 님프들을 마주합니다. 숲의 향기와 아직 때 묻지 않은 깨끗한 아침 이슬이 화사하고 상큼한 은방울꽃의 향을 머금고 발을 디딜 때마다 온 몸을 휘감습니다. 차가운 이슬이 마치 은구슬처럼 발에서 톡하고 터질 때면 부드럽고 촉촉한 촉감이 코 끝에 맴도는 듯 합니다. 

 

LAST: Cedarwood, Skin musk

향의 마지막인 라스트노트: 시더우드, 살결같은 머스크


홀리듯이 곁으로 다가서니 님프들이 기척 소리에 잠이 깬 듯 부스스 일어납니다. 인간도, 그렇다고 신도 아닌 존재들, 그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으니 그럴 것 없다는 듯 웃으며 손을 뻗습니다. 살짝 닿은 손끝에서는 숲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옵니다. 민트, 은방울꽃, 그리고 촉촉한 이슬의 향이 온 몸에 배여 부드러운 살 내음과 뒤섞입니다.

 

 

브랜드 컨셉이 향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향기로 진행되는 무언극’인만큼, 제품이 가진 정보를 아예 모른 상태로 향을 맡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로지 제품 병에 쓰여진 Top, Middle, Last 노트만 본 채로 향을 맡아보았다.

 

향을 맡은 후 들었던 느낌을 이야기 적으로 풀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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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산이 함께 어우러지는 어느 자연 속, 우거진 숲길을 거닌다. 한쿰 비가 쏟아진 후 맑은 햇살이 내리쬐면서, 녹음이 짙은 젖은 습한 공간이 뽀송하게 말라갈 때. 습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싱그러운 냄새로 공간이 채워진다. 근처에 있는 호수의 시원한 향이 슬쩍 밀려오고, 숲의 상쾌한 향과 은은하게 어우러지며 개운한 느낌이 가득하다.

 

탑 노트에 민트가 있어서 그런지, 피톤치드와 같은 숲 특유의 개운한 향이 가장 먼저 느껴졌다. 물의 향이 바람에 실려와 시원함을 선사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비가 와서 꿉꿉한 날이나, 더운 여름 날에 상쾌한 기분으로 리프레시 하고 싶을 때 뿌려주면 좋을 것 같은 향이었다.

 

향을 맡은 후 들은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나서 제품의 상세 설명을 봤는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브랜드에서 의도한 스토리와 필자가 떠올린 내용이 비슷한 흐름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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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핑 듀는 잠자는 님프들의 몸에 배인 아침 이슬을 모은 물에서 날 법한 향을 포현하며,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싱그러움이 일상과 어우러지는 것을 의도했다. 각 노트마다 표현하고자 했던 스토리를 위에서 먼저 소개했는데, 필자가 느꼈다고 작성한 글을 보면 공통분모들이 많이 보여진다.

 

스토리에 끼워 맞춰서 향을 조향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영감을 토대로 스토리에 어울리는 향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향을 만들어서 그런지 의도하고자 하는 바를 함께 느낄 수 있었다. 향은 사람에 따라 주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지만, 자연과 싱그러운 숲 속, 아침 이슬 등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았던 것을 보니 굉장히 신경을 써서 조향을 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마 너무 쌀쌀해 지기 전까지 하루의 마무리는 ‘슬리핑 듀’와 함께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쌀쌀해질 떄쯤 어울리는 향이 두 번째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어떤 향으로 만날 수 있을지, 어떤 스토리를 담은 향이 나올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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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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