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불량공주 모모코 - 위태로운 청춘 [영화]

글 입력 2021.09.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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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에 목숨 거는 모모코, 사기도? 도박도? 맞짱도? 불사한다!!

나만의 스타일, 나만의 드레스를 위해...”

 

 

모모코는 로코코 풍의 드레스만 입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친구 한 명 없는 모모코는 거짓말로 사연을 지어내 아버지에게 친구를 도와야 한다며 종종 돈을 얻어 그 돈으로 드레스를 사 입었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옷 구입비용을 마련하던 모모코에게 위기가 닥친다. 베르사체 모조품으로 생계를 이어오던 아버지가 본사에게 들켜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 드레스를 모모코는 아버지가 팔고 남은 베르사체 모조품을 인터넷 매매 사이트에 올린다.

 

그러자 광고를 보고 요란한 스쿠터를 탄 폭주족 이치코가 베르사체를 사기 위해 찾아온다. 이치코와의 만남 이후 홀로 드레스만을 상상하던 모모코의 일상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모모코의 삶


 

<불량공주 모모코>는 작품의 결말 격인 부분을 먼저 보여주고 시작한다. 영화 도입부에서 스쿠터를 타고 가던 모모코가 차에 치인다. 사고가 난 모모코를 비추는 장면은 슬로우 모션으로 극적으로 화면이 멈춰있다. 근처에 있던 부품이나 모모코 호주머니에 있던 빠칭코 구슬이 떨어진다. 이와 함께 처음에는 롱숏으로 모모코의 전신을 보여주다가 어느새 미디움 숏, 그리고 모모코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모모코의 독백이 시작된다.

 

 

사고.jpeg

 

 

“나는 로코코 시대의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싶었다……

이렇게 끝내는 건 말도 안되니까 시간을 조금만 되돌려 볼게요.” 

 

 

이 대사를 직후로 갑자기 화면이 역으로 재생하기 시작한다. 모모코는 자신이 로코코 시대를 동경한다고 고백한다. 18세기 프랑스 로코코 시대를 설명하면서 배경은 흑백으로 전환되며 인물들이 입고 있는 로코코 풍 의상만 컬러로 나타낸다. 이는 모모코가 로코코 시대의 드레스를 선망하는 것을 컬러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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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프랑스인들이 차례로 등장하던 중 갑자기 로코코 드레스를 입은 모모코가 프랑스인들의 사이를 가로질러 걷고 있다. 모모코는 21세기의 인물이지만, 이는 그의 마음이 18세기에 머무르고 있다는 내면을 나타낸다.

 

슬로우 모션은 이 장면 외에도 영화 속에서 여러 번 쓰인다. 모모코에게 베르사체 가품을 사러 온 이치코를 처음 보았을 때, 이치코가 모모코에게 다가가는 장면은 슬로우 모션과 함께, 바람효과와 빛나는 화면 효과를 보여주며 극대화된다. 이치코와 모모코가 교차하여 화면이 전환되는 슬로우 모션은 이들의 만남과 인연이 예사롭지 않음을 암시한다.

 

 

 

모모코의 방백과 인물의 관객화


 

영화에서 모모코는 처음부터 이치코가 등장할 때까지의 대사 전부가 방백으로 처리된다. 모모코는 도쿄에 로코코 시대의 드레스를 사기 위해 가려고 기다리는 중, “시간이 남았으니 자기소개를 하겠다.”라고 화면을 보며 말한다.

 

그러자 전차 대기실에 있던 화면에 포커스가 잡히면서 TV에 “류가사키 모모코 탄생 비화”라는 문장과 함께 화면으로 클로즈 업 된다. 그리고 지구를 인공위성 시점에서 바라보며 일본으로 다시 클로즈 업 된다. 그 후 화면을 확대하자 한 야쿠자 남성의 얼굴이 나오며 그가 주먹으로 화면을 부순 것처럼 연출한다.

 

 

유머.jpeg

 

 

모모코가 태어나기 전 일본의 한 거리를 재현한 모모코가 자신의 가정을 설명한다. 야쿠자였던 아버지와 술집 여성이었던 어머니는 밤거리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진 과정을 어머니의 몸에 전기 충격 효과와 심장 부근에 불 이미지를 삽입하여 보여주고, 아버지는 전기 충격 효과와 더불어 하체 중요 부위에 전기 충격이 함께 보여준다. 마치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법한 연출과 이미지의 삽입으로 우스꽝스럽게 연출하였다.

 

이 과거 영상이 끝나자 전차 대기실에서 대기하던 사람들이(화면으로 지켜본 사람들) 박장대소를 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이 작품에서 조연 인물은 마치 이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처럼 행동한다.

 

이를 여전히 방백으로 대사를 말하며 모모코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또한 모모코가 자신의 심리를 보여줄 때는 대부분 카메라와 눈을 마주치며 말을 건내는 방식이다. 이는 실제로 소통을 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로 하여금 마치 소통하고 있는 것 같은 감상을 느끼게 한다.

 

 

 

애니메이션적인 연출


 

<불량공주 모모코>는 애니메이션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애초에 영화 오프닝을 만화적 이미지로 보여주기도 하였다. 작품 내에서 모모코의 어머니가 남편과 이혼하고 모모코를 데려가고 싶은 것처럼 모모코를 설득하지만, 모모코는 어머니가 자신을 데려가고 싶어 하지 않은 속마음을 간파하고 어머니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리고 울고 있는 어머니에게 등을 돌리고 집에 가는 길에 갑자기 모모코의 몸이 공중에 떠오르면서 모모코의 눈으로 익스트림 클로즈업 된다.

 

그 후에도 모모코의 내적 변화가 생길 때마다 이 변화를 모모코가 하늘로 올라가는 연출로 보여준다. 점차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서 해방이 될 때마다 차례로 하늘로 올라가거나, 좋은 기회가 생겨 행복했을 때 흔히 사용하는 ‘날아갈 것 같아.’는 식의 비유를 실제처럼 보여준 것이다. 이와 비슷한 극단적 표현으로, 모모코가 로코코 시대의 드레스를 보고 반했다는 것을 실제 총에 쏘인 것으로 묘사하였다.

 

 

애니적연출.JPG

 

 

영화 중간 중간 애니메이션을 사용하였다. 이치코가 폭주족 특공복 뒤에 있는 글귀 자수를 모모코에게 부탁하면서 그에 얽힌 이야기를 말해주려고 한다. 이치코가 자신의 폭주족 리더에 관한 소개를 시작하자, 화면이 잠시 멈추고 모모코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방백을 시작한다.

 

“너무 길어 지루하니 제가 요약하겠습니다.”라는 대사를 한 후 화면이 전환되며 이치코가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한다. 경쾌한 피아노 소리와 함께 이치고의 부모님이 이치코의 삶을 노래가사로 만들어 노래를 부르며 이치고의 삶을 요약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삶을 요약할 때 화면은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해드릴 테니 모두 꾹 참고 들어 주세요.”라는 대사와 함께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설명한다.

 

또한 자신을 위기에서 도와준 한 남성 인물에 이치고가 도움을 받았을 때, 이치코는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 ‘오자키’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 후 이치코가 그에게 반하자 오자키의 노래가 나오고 빠칭코의 기계 화면에 ‘대승리’라는 문구가 뜬다. 혼란스러워 하는 이치코에게 모모코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화면이 전환되며 조연 인물들이 모두 ‘사랑이다’를 외치며 이들의 상황을 대신 보여준다.

 

 

 

흔들리는 청춘


 

<불량공주 모모코>는 영화는 이치코가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장면과 함께 시작된다. 위태로운 폭주족 이치코를 흔들리는 카메라 움직임과 초점으로 묘사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이치고를 전체 화면이나 거리를 멀게 해서 그녀의 전신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이치코가 스쿠터를 탄 뒷모습을 비추며 마치 관객으로 하여금 우리가 이치코를 따라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카메라의 초점은 나가있으며 카메라의 움직임도 제각각이다. 마치 이치코의 뒤에서 함께 스쿠터를 타며 그녀를 뒤쫓는 것 같은 시각을 준다. 또한 노란색이 많은 뿌연 색채에 담긴 인물과 함께 이어지는 격동적인 음악이 마치 이치코라는 인물의 캐릭터 성을 설명해주는 것 같다.

 

영화 내내 모모코와 이치코는 대비된다. 스쿠터를 타는 폭주족 이치코는 늘 다리를 벌리고 앉고 길에 침을 뱉는다. 반면 모모코는 로코코 풍 드레스를 입고 항상 얌전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모모코는 “사회적 여성성”을 추구하는 여성이다. 그녀는 독백으로 여성은 나약하고 힘이 없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18세기 로코코 시대를 선망해 결국 가치관까지 로코코 시대로 변한 것이다. 그러나 모모코의 독백 중 화면에서는 그와 반대되는, 수많은 여학생들이 체육관에서 핸드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모모코의 가치관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주변 인물들의 일상으로 대신 답을 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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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모모코의 방이라는 공간에서 더욱더 극대화된다. 분명 외관은 허름한 주택인 것에 비해 모모코의 방만은 핑크색 레이스 커튼, 티팟 세트, 귀여운 인형, 프랑스 미니어처 성, 꽃부늬 벽지로 가득 차있다. 영화 속 모모코의 집은 모모코의 정체성 전부이다.

 

모모코와 이치코의 관계도 모모코의 집에서 보여진다. 이치코가 모모코의 집 밖과 안을 자연스레 드나드는 것과는 달리 모모코는 이치코와 집에서 만날 때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모모코는 언제나 로로코 풍 드레스를 집고 집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을 뿐이다. 즉 이치코가 마음대로 모모코의 내면을 드나드는 일방적 관계를 공간으로 표현한 것이다.

 

 

인물대비.jpeg

 

 

반면에 모모코가 이치코에게 어울리기도 하는 것을 모모코의 단골 카페 <귀족의 숲>에서 보여준다. “귀족의 숲”이라는 이름만큼 카페 안은 마치 모모코의 공간처럼 화려하다. 그 속에 앉아있는, 다리를 벌리고 옷을 갖추어 입지 않은 이치코의 모습이 지독하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귀족의 숲에서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고, 이날 처음으로 모모코는 이치코의 내면을 알게 된다.

 

 

 

이제는 흔들리지 않기


 

이치코의 내면을 알게 된 모모코는 이치코를 도와주기 위해 함께 그녀가 찾는 사람을 수소문한다. 그러나 이를 찾지 못하고, 결국 모모코는 이치코가 허황된 꿈을 꾼다고 비난한다. 이치코가 이를 인정하고 슬퍼하자 하늘에서는 비가 내린다. 음악은 전혀 들리지 않고 오로지 빗소리만 들리면서 이치코와 모모코의 갈등이 비춘다.

 

게다가 이치코가 동료 폭주족에게 배신당하고 폭력에 당할 위기에 처해진다. 그때 이 소식을 들은 모모코가 이치코를 구하기 위해 급하게 스쿠터를 타고 이치코가 있는 곳으로 향하던 중, 영화 초반부에서의 교통사고가 등장한다.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슬로우 모션으로 다시 보여준다. 그리고 트럭 위로 쓰러진 모모코가 점차 클로즈업되며 마치 그녀가 최후를 마주한 것처럼의 나레이션이 일어난다. 그 장면에서 몇 초 동안의 정적 후 모모코의 눈으로 익스트림 클로즈 업 되더니 모모코가 눈을 번쩍 뜨고 다시 스쿠터를 탄다.

 

이치코가 폭주족과 싸우는 도중, 갑자기 우아한 클래식 곡이 울리며 모모코가 스쿠터를 타고 등장한다. 이치코와 폭주족 무리가 싸우면서 치가 모모코의 드레스에 튀어버린다. 그러자 드레스가 자신의 삶의 전부였던 그녀가 충격을 받고 모두가 정적인 상태에서 그녀 홀로 비명을 지른다. 혼란스럽고 분노하는 그녀의 내면에 따라 수많은 각도에서 그녀의 얼굴과 드레스를 비춘다. 그리고 나서 모모코가 갑자기 홀로 폭주족을 제압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잠시 멈추어져 있던 클래식 곡이 다시 시작되고, 모모코는 홀로 “로코코 시대의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싶었다.”라고 나레이션을 하며 폭주족을 제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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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코와 이치코는 함께 스쿠터를 타고 싸움터에서 벗어난다. 로코코 풍 드레스는 더럽혀지고 머리 위 리본 장식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홀로 불안정한 카메라 화면에 담겼던 영화의 도입부와 달리 이번에는 온전히 모모코와 이치코의 모습을 흔들림 없이 비춘다. 이들은 불안정한 청춘에서 벗어나 둘이서 앞으로도 우정을 쌓아갈 것을 암시하며 영화를 마친다.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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