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화를 업(業)으로, 예술은 취미로(5)

#6 시즌1 에필로그와 시즌2 프롤로그
글 입력 2021.09.0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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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를 업(業)으로, 예술은 취미로 (5)

#6 시즌1 에필로그와 시즌2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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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업(業)으로, 예술은 취미로> 시즌 1 에필로그


 

오늘은 A의 이야기가 아니다. 시즌1이 끝나는 조금 아쉬운 마음에 쉬어가는 차원에서 돌아보는 겸, 시즌1의 에필로그 겸, 시즌2에는 무슨 이야기를 쓸까 고민도 해볼 겸, 오늘은 그간의 이야기에 정리를 해볼까 한다. 얼마나 연재할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던 <문화를 업(業)으로, 예술은 취미로>를 어느새 2달 동안 쓰다 보니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대략 6월부터 2달간 써온 시즌 1에는 문화예술 공공기관에 처음 발을 들이고자 결심한 1년 전의 순간부터 문을 열고 들어간 과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글을 쓰고자 한 이유에는 두 가지 정도가 있는데, 아트인사이트에 내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써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스스로도 내가 걸어온 과정을 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막상 몇 달 동안 내가 경험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글을 쓰다 보니, 남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 글을 쓰면서 정리하다 보니 실제로는 나에게 더 도움이 된 것 같다.

 

1년간의 과정을 돌아보다 보니,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에 어떠한 확신 비슷한 게 생기기도 했고, 내가 이 일을 꽤 좋아하는 구나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근 아트인사이트 공동저자 프로젝트 Vol.1 -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막연히 좋아하던 것들에 이어서 "좋아하는 방식"이 생기고, 점점 관심이 좁혀져 특정 분야에 몸담고 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 달에 두 번 좋아하는 것에 대해 글을 쓰는 작은 변화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고, 나와 비슷한 방식의 사람들에게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쭉 이어서 쓰게 된다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하고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주는 것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이어서 글을 쓰면 좋을 것 같다.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와 비슷하네?", "나도 공공기관에 취업하면 어떨까?"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감 가는 내용과 아주 약간의 정보를 담을 예정이다. 부정적이거나 힘들었던 이야기도 가감 없이 담아야겠다. 지난 글에서도 말했듯, 그 과정마저도 좋아할 수 있어야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즌1을 쓰면서 아쉬운 점을 뽑아보자면, 이 글을 쓰는 데에 있어서 어떤 명확한 목표나 대상을 정해두고 쓰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주로 써왔던 글들은 보통 짧게 1편으로 끝나기 때문에 장기적인 로드맵이 없어도 괜찮았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쓰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정해둔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간의 경험이 그렇게 길고 깊지는 못해서 1년 전에 겪었던 고민이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문득 글들을 다시 돌아보니, 자세한 묘사나 설명이 없었던 것도 아쉬웠다. 앞으로 쓸 글에서는 약간의 각주를 덧붙여 지금의 A가 바라보는 과거의 A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도 담기면, 그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복기해본다.


에필로그는 이 정도로 하고, 이어서 시즌2는 어떻게 쓸까에 대해 고민해본다. 하고 싶은 말들은 많지만 막상 정제된 글로 담으려 하니 소재를 고르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지금은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아, 이 기관은 이러한 일들을 하고 이런 사람들이 일하고 있구나."하고 담백하게 느낄 수 있도록 가깝지만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출퇴근과 같이 한순간에 직장인으로 코딩되어버린 삶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현업에서 일어나는 행정과 문화기획, 사람들과의 관계 등 실제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주로 들어갈 것 같다.

 

 

 

<문화를 업(業)으로, 예술은 취미로> 시즌 2 프롤로그



A는 아침 8시에 집을 나선다. 직선거리로는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출근길의 교통은 늘 예상하기 쉽지 않다. 이것저것 챙겼지만 무언가 놓친듯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A는 처음의 긴장감을 즐기지는 못하는 성격이라 오늘 하루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가득한 지하철은 너무 오래간만이라 적응이 안된다. 다들 핸드폰을 쳐다보며 이 긴 하루가 어서 끝나길 좋겠다고 생각하겠지, 짧은 상념을 마치고 A는 사회로의, 새 회사로의, 새로운 세상으로의 첫 발걸음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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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생> 중

 

  

어색한 인사를 마치고 안내받은 자리로 간 A는 책상에 놓인 수첩과 필기구, 그리고 컴퓨터를 바라본다. 이제 A는 분신과도 같은 이 장비들을 가지고 전장에 나서야 한다. 노련한 사수들은 벌써 각자의 자리에서 집중하고 있다. 새로운 세상이 A 앞에 펼쳐졌다. 아마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울리는 전화 벨소리 하나하나에 긴장하고 크고 작은 실수를 몇 번 하기도 할 것이다. 처음으로 받는 월급에 뛸 듯이 기쁠 것이고, 가끔은 세상의 쓴맛에 혼자서 고독을 씹기도 할 테다. 그렇게 난생처음 겪는 상황들을 마주하며 갓 태어난 아이처럼 A는 새로운 세계의 언어와 행동양식을 배워야 할 것이다. A의 좌충우돌한 이야기는 인기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이 겪는 것처럼 이 시기의 누구나가 겪는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A는 그렇게 하루아침에 문화예술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 되었다.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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