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름과 가을 사이, 팝재즈, 바우터 하멜 [음악]

계절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글 입력 2021.09.02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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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덥지근한 여름의 악몽에서 청량한 푸른색의 여름으로 기억이 미화될 수 있을 정도로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재즈 음악이 나뭇가지 여기저기 걸리기 시작한다. 아직 초록빛인 나뭇잎들이 불만이라면 재즈팝(Jazz pop)을 틀어보자. 이제 바다로 드라이브를 가고 싶은 마음은 사그라들고, 바람이 잔디를 어루만지는 공원에서 머리카락이 잔디라도 되는 냥 함께 흩날리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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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터 하멜, 릴리안 학

 

 

그럼 바우터 하멜(Wouter Hamel)을 꺼내 든다. 한 때 라디오 선곡표를 점령했던 첫 번째 앨범 을 잊어선 안된다는 걸 명심하면서. 첫 번째 앨범의 첫 번째 곡을 가을 앞자락에서 틀어본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최소한의 피아노 멜로디 라인이 함께 시작하는 곡 ‘Details’는 금세 무게감이 무색하게도 경쾌함을 뽐내는 첼로에게 주도권을 넘긴다. 그럼 하늘은 조금 옅어지고 동시에 높아지고 그 틈 사이를 가을바람이 채워 넣는다.

 

네 번째 트랙 ‘Fantastic’은 목 깊이 울리는 소리와 화려한 기교를 주로 보여주는 다른 재즈 가수들과는 다르게 담백한 창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들을 수 있는 곡이다. 리드미컬한 리듬을 가진 단조의 재즈곡이 이렇게 굴곡이 심하지 않은 창법과도 어우러지는 환상을 선사하는 것이 하멜의 목소리다.

 

이 완벽한 하모니는 더치 재즈 보컬 경연 대회 첫 남성 우승자인 하멜이 자작곡으로만 이 앨범을 직접 채웠기 때문이기도 한데, 모두들 한 번 쯤은 꼭 들어봤을 다섯 번째 트랙 ‘Breezy’를 플레이하면 더 확실해진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의미하는 제목의 이 곡은 그것만으로도 지금 꼭 들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앨범아트의 앳된 소년의 목소리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미성으로 노래하는 산들바람은 아주 적당한 변주가 가을 바람, 그것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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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터 하멜

 

 

특히 하멜의 음악이 재미있는 이유는 하멜 그 자신이 다른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다양하게 녹여내려고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꼭 하고 싶은 작업에 대한 질문에서 포르투갈어로 노래한 브라질 음악 앨범, 피아니스트와 보컬로만 이루어진 듀오 음반, 그리고 뮤지컬 음악까지 폭넓은 음악적 관심을 표현했다.

 

하멜을 더 가까이하고 싶은 이유는 한국 뮤지션에 관심이 많기로 유명하다는 점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유럽 재즈 가수라니,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는가?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와는 서로 콘서트에 초청할 정도로 연을 이어가고 있으며, 아이돌 그룹 B1A4 출신의 산들은 ‘작은 상자’라는 곡을 통해서 하멜과 같이 작업을 하기도 했다.

 

매년 5월 서울의 대형 재즈 페스티벌을 매개로 꾸준히 10년 이상 내한하며, 한국팬들과 소통하기로도 유명하다.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2009년에만 두 번 출연한 것은 국내 뮤지션으로서도 생소한 일이다. 한글 이모티콘까지 사용한다는 첨언까지 한다면 근래 많아진 한국을 좋아한다는 해외 연예인 중에서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

 

최근에는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리고 있지만, 꾸준한 음반으로 팬들과 대화 중이다. 2020년에 발매한 곡 중에서는 ‘Escapade’를, 2021년의 곡들 중에서는 ‘Lucky Streak’를 꼽을 수 있다. 시간을 머금은 하멜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백하지만 한층 인생을 즐기는 듯 하다.

 

특히 보사노바 리듬이 가미된 가장 최근 발표곡인’Lucky Streak’를 통해 앞서 말했던 브라질 음악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 보사노바는 해변의 밝은 모래와 그 모래 위를 넘나드는 가볍고 투명한 색이 떠오르지만, 곡 사이사이 간간히 들리는 마림바소리는 계절 사이에서 방황하는 나를 톡 치고 지나간다.

 

마이클 부블레(Michael Bublé)나 제이미 컬럼(Jamie Cullum)과 같은 기성 재즈가수들의 뒤를 이어 재즈라는 장르를 한 층 더 대중적으로 만든 바우터 하멜. 아직 가시지 않은 여름의 여운이 남은 녹색 나뭇잎의 가장 날이 서 있는 모서리부터, 조금씩 갈색으로 물들어 부드러워져 가는 그 짧은 시간을 풍미 있게 느끼고 싶다면 하멜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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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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