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여름 바다의 아침부터 새벽까지, 프루던스 - While You Are Young [음반]

신스팝/락 밴드 프루던스의 첫 번째 EP [While You Are Young]
글 입력 2021.08.2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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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 부를 날들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올해의 여름을 되돌아보면 지난 여름들과는 달리 좋은 기억들이 앞장서있다. 뜨거운 햇볕을 받아 빛나는 생명에 대해 생각했던 날이 있었으며,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지독한 더위 속에서도 하늘과 구름을 카메라에 담았던 것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도쿄의 장마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는 동안엔 폭우에 잠기듯 살았고, 자전거를 타며 여름방학을 함께하는 세 청소년의 이야기를 읽고나서는 여름의 바람을 보다 생생하게 감각하기 시작했던 것처럼 문화예술을 통해 여름의 장점을 하나씩 알아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조금 더 좋아하게 됐다. 무더위와 장마 그리고 태풍까지 하나의 계절 속에서 극단적인 날씨들을 오가는 것이 이전에는 마냥 지치고 힘든 일이었다면, 올해 여름동안 나는 여름의 변덕과 깊고 넓은 감정의 폭을 이해하고 또 나를 기대며 지냈다.

 

가능하면 모든 날씨를 다 겪어보며 살고 싶다. 또 어떤 날씨에서든 그 하루를 부단히 살아내고, 나아가 빛나며 사는 자연처럼 잘 살아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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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엔, 여름을 닮은 음악이자 인디신의 성지 롤링홀의 기획사인 롤링컬쳐원 소속의 팝 밴드 프루던스의 [While You Are Young]을 만났다.

 

프루던스는 프로듀싱과 보컬을 맡은 ‘지영’과 작사와 보컬을 맡은 ‘지유’ 두 멤버로 구성된 혼성듀오다. 이들의 첫 번째 EP인 [While You Are Young]은 타이틀곡 <그대 이름은 Blue>의 색채인 ‘Blue’를 중심으로 곡마다 다양한 채도와 명도의 푸른 빛을 표현한다.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편안한 감상을 이끄는 신스 사운드의 멜로디를 구현하는 인디팝 장르의 음악을 통해 프루던스가 말하는 젊음과 여름 속으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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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 모양의 파동을 떠오르게 하는 아름다운 멜로디로 문을 여는 <그대 이름은 Blue>는, 맑은 신스 사운드와 시원하게 찢어지는 전자 기타를 조화롭게 융합한 곡이다. 프루던스의 정체성이라 볼 수 있는 신스팝과 록 두 장르가 곡 안에서 맞닿는 지점은 푸르고 청량한 색채다.

 

곡을 구성하는 여러 악기는 청량함의 끝으로 달려간다. 파도가 넘실대는 수면, 물 속에 담근 발목,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같은 여름의 다양한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는, 어느 것이든 장면은 화자가 말하듯 ‘흐려지지’‘어둡지도’  않게 파랗게 물들어 있다.

 

프루던스의 음악이 인디팝과 신스팝의 장르를 노래하는 만큼 이번 앨범에 수록된 다섯 곡에서도 공통적인 문법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중 듣기 편안한 사운드를 한 가지 특징으로 들 수 있다.

 

특히 후렴을 동일한 멜로디의 반복으로 구성함으로써 편안한 무드를 조성한 것이 인상적이다. 후렴은 ‘그대 이름은 Blue’ 라는 문장은 코러스 형식으로 반복되며 주제 의식을 전달하고, 문장의 반복적인 멜로디 라인이 곡의 시원한 색채를 명료히 굳힌다.


 

그대 이름은 Blue 항상 밀려오네요

그대 이름은 Blue 항상 높으니까요

그대 이름은 Blue 나는 차가워져요

그래 이제는 Blue 나와 함께해줘요

그대 이름은 Blue 항상 밀려오네요

그대 이름은 Blue 항상 높으니까요

그래 이제는 Blue 얼어붙지 말아요

우리 이제는 Blue 온 세상을 떠다녀요

 

- 프루던스, <그대 이름은 Blue> 중에서

 

 

그러나 푸르던스의 푸른 색채는 다양한 채도와 명도를 지니고 있다. 곡의 다채로움을 완성하는 요소는 가사다. 반복되는 ‘그대 이름은 Blue’ 에는 뒤이어 ‘그대’를 수식하는 문장들이 나열된다. 가령 ‘항상 밀려오’‘항상 높’ 은 그대가 있고, 그대를 바라보는 ‘나는 차가워’ 진다. 그리고 함축적이고 감각적인 가사 앞에서 우리는 파도나 하늘, 장마 같은 단어 없이도 ‘그대’의 이름이 ‘Blue’임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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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트랙인 < While You're Young >은 에너지 넘치는 드럼 라인이 반복적인 형태를 띠면서 절로 리듬 타게 되는 리드미컬한 곡으로, 전자 기타와 ‘따가운 햇살 여름 바다’ 를 닮은 다채로운 신스가 결합되어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 ‘청춘(靑春)’이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이 곡 또한 <그대 이름은 Blue>와 마찬가지로 후렴을 반복되는 멜로디로 구성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멤버 지유의 청량한 음색을 곁들인 후렴의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곡이 끝나갈 때쯤이면 ‘While You’re Young, You’re Young, You’re Young’ 을 흥얼거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어린 나에게 어린 당신은

참을 수 없는 기침이었고

젊은 그때엔 감추려 해도

하나같이 다 새어 나왔지

어린 나에게 어린 당신은

참을 수 없는 욕심이었고

젊은 그때엔 남은 상처도

하나같이 다 사랑이었지


어린 나에게 어린 당신은

믿을 수 없는 꿈속이었고

젊은 그때엔 눈을 떠봐도

매일 같이 나 거기 있었지

어린 나에게 어린 당신은

전설 속 있는 이야기였고

닮은 그와 나 춤을 추기를

매일 같이 나 기다렸었지

 

- 프루던스, < While You're Young >

 

 

반복되는 멜로디에는 역시 다채로운 가사로 이미지와 감정의 폭을 확장했다. 특히 이 곡은 언젠가 가을의 페스티벌에서 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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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두 곡이 한낮의 여름 바다라면 두 번째 트랙인 <초상화>와 네 번째 트랙인 <평행우주 (I'm never leaving you)>는 여름 밤바다를 닮은 곡이다.

 

<평행우주 (I’m never leaving you)>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인 곡이다. 공간감 있게 사용된 건반은 넓은 우주 공간을 떠오르게 하며, 전자 기타와 미약하고 섬세한 비트를 통해서는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동일하게 흐르는 시간 안에서 ‘함께’라는 단어 아래 놓일 수 있다고 말하는 두 화자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두 멤버 지유와 지영의 목소리로 구성된 코러스는 곡을 보다 풍성하게 만듦과 동시에 평행우주라는 소재의 다성성을 잘 표현한 요소다.

 

이 곡은 현실에서 이별한 연인이 꿈속에서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곡으로, 가사와 사운드를 음미하며 차분히 감정선을 따라 두 우주 사이의 거리감과 그러나 멀리에서도 닿아있는 마음의 따뜻한 공존을 경험해볼 수 있다. 특히 곡의 절반 지점부터 길이감 있게 곡을 구성하는 피아노의 맑은 선율과 작게 요동치는 드럼, 그리고 전자 기타까지의 악기 연주는 ‘I’m never leaving you’ 라는 반복되는 가사와 어우러져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몰입감을 높인다.

 

*

 

프루던스는 [While You Are Young]을 ‘젊은 날을 꼭 담은 사진첩’이라 소개했다. 또 ‘젊은 날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혹은 젊은 날을 마무리하는 이들 모두에게’ 편지처럼 부치는 음악이라 전했다. ‘While you are young’의 ‘young’을 ‘live’가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여름은 살아있는 동안 계속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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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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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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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랄랄라
    • 프루던스의 음악색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글이네요!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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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썸머
    • 이 앨범은 여름마다 찾아 듣게 될 것 같아요~ 프루던스 덕분에 여름이 한층 청량해지고 풍성해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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