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메타버스 시대 + 아이돌 = 가상 아이돌? [문화 전반]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한다. 점차 메타버스에 편승하는 컨텐츠는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그 흐름은 아이돌 시장에게도 영향을 미칠테다.
글 입력 2021.08.2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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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on the Next Level Yeah

절대적 룰을 지켜

내 손을 놓지 말아

결속은 나의 무기


 

 

 

지난 5월 신곡을 들고나온 '8인조 걸그룹' 에스파(aespa)의 'Next Level' 가사 중 일부이다. 워낙 강렬한 도입부 탓인지 중독성 강한 멜로디 덕분인지는 모르겠다만 아이돌에 관심 없는 내 주변 친구들이 하도 "암온 더 넥~스트 레벨 예~"를 외치고 다니는 바람에 덩달아 나도 에스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처음 들었을 땐 아이돌 노래치고는 이질스런 느낌이 많이 나는 분위기와 요상한 가사들 탓에 적잖이 당황했었지만 계속 듣다보니 어느새 "암온 더 넥~스트-"를 외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나 또한 'Next Level'에 중독되어 다른 친구들에게 에스파를 전파하고 있었다.

 

'Next Level'을 들으며 에스파의 정보들을 조금씩 찾아보던 나는 조금 낯선 정보를 접할 수 있었는데, 그건 바로 가상 세계 멤버가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현실 세계 멤버의 아바타 형태로서 존재하는 가상 세계 멤버가 말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도전, 에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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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의 현실 멤버와 가상 세계 멤버)

 

 

에스파는 공식적으로 8인조 걸그룹이다. 현실 세계에서 활동을 하는 카리나, 지젤, 윈터, 닝닝을 포함해 현실 멤버의 이름 앞에 'ae(아이)'를 붙인 가상 세계 멤버, 아이 카리나, 아이 지젤, 아이 윈터, 아이 닝닝까지 총 8명이다.

 

에스파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가상세계 멤버들은 현실 세계 멤버들과 서로 다른 유기체로서 인공지능 브레인을 가지고 있어 서로 대화를 하고, 조력도 해주고, 친구가 되어주고, 각자의 세계를 오가기도 한다"라며 "전혀 새로운 개념의 스토리텔링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뒤이어 언급하길, "현실 세계 멤버들은 지금까지의 SM아티스트들처럼 오프라인에서 활동을 펼치게 될 것이고, 가상 세계의 아바타 멤버들 또한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모션을 선보이면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 이야기하며, 두 무대에서 에스파가 동시에 활동하게끔 전략을 짤 것임을 예고했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에스파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메타버스가 급부상하고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 에스파의 입지는 여러모로 유리한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대중화되고 혼합현실(MR)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면, 그러한 새로운 공간에는 여타 아이돌들보다 '가상 세계 아이돌'이라는 명칭을 지니고 있던 에스파가 손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며,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선점효과를 통한 고유 이미지 형성이 쉽다는 이야기다. 지금 '폴더블폰'하면 삼성의 Z플립과 Z폴더를 떠올리듯이 말이다.

 

지금이야 에스파의 아바타들이 조금 부자연스럽고 붕 뜬 것 같다며 대중들로부터 혹평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러한 문제는 후일 기술적 개선을 통해 해결하면 될 일이고, 지금 당장은 '가상 현실 아이돌'이라는, 현재로써는 유일무이한 타이틀을 획득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지금은 조금 낯설다고 느껴질 수 있는 SM의 이러한 시도는 충분히 혁신적이며 시대를 앞서가는 '퍼스트 무버'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가상 세계 멤버들이 과연 어떤 활동을 통해 현실 세계 멤버들과 교류를 하게 될지, 그리고 그런 활동들로 말미암아 아이돌계의 어떤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지, 몹시 기대되는 바이다.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가상 걸그룹, K/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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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K/DA)

 

 

에스파와 비슷한 컨셉을 가진 예로 K/DA라는 걸그룹 또한 존재한다.

 

K/DA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에 등장하는 4명의 챔피언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걸그룹이다. 사실 걸그룹이라는 컨셉을 채용한 '스킨(챔피언의 외형을 꾸며주는 유료 컨텐츠)'일 뿐이지만, 이들은 실제 앨범까지 냈고 이들의 대표곡인 'POP/STARS'는 음악 차트 실시간 인기곡 TOP10에 순위가 올랐을 정도로 대중들로부터 큰 인기를 누린 적이 있다.

 

다만 독특한 컨셉을 가진 K/DA의 노래가 단지 인기만 누렸을 뿐이라면 내가 이곳에 소개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K/DA는 그들의 노래로 '실제' 무대에 올라선 경험이 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아래 영상을 보자.

 

 

 

 

영상은 K/DA 멤버들이 증강현실(AR) 기술을 빌려 무대 앞으로 걸어나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뒷부분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여자)아이들 미연, 소연과 미국 가수 매디슨 비어, 자이라 번스가 함께 그룹을 결성한채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K/DA 멤버들의 실제 모델과 목소리를 맡았다. 더불어 K/DA 멤버들과 함께 공연을 한다.

 

영상에서는 K/DA 멤버들이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활보한다. 실제 걸그룹이 공연하는 것처럼 춤을 추고 마이크로 노래도 부르고(실제로 부르는 것은 아니지만) 퍼포먼스를 행하기도 하면서 무대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다.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효과들(이를테면 공중에서 뜬 채로 등장한다거나 폭죽처럼 보이는 미사일을 쏜다거나 관중들을 향해 거대 하트를 쏘는 모습 등)을 총동원해 AR 걸그룹만이 해낼 수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K/DA의 공연 모습을 필자는 거의 실시간으로 봤었는데, 처음엔 너무 낯선 모습에 손사래를 치며 '제작진들이 너무 오버했다'고 평가했었다. 뮤직 비디오까지는 괜찮았는데 증강 현실로 K/DA를 등장시키는 것은 아직 기술적으로 많이 부족하고 현실과의 연계도 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증강현실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필자의 욕심에서 비롯된 아쉬움이었을 뿐, 증강 현실로 아이돌 공연을 한 최초의 사례였기 때문에 그 점에 집중해서 본다면 충분히 박수 받아 마땅할 일이라 생각한다. 연예인 소속사나 공연 업계가 아닌, 게임 회사에서 이런 것을 기획하고 실제로 연출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도전적인 시도였으니까. 그것도 전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된 국제 경기 결승전에서.

 

K/DA의 공연 영상은 2018년 하반기에 처음 공개되었다. 에스파가 2020년에 데뷔한 것을 생각하면 그보다 2년 앞선 셈이다. 게임 회사가 보여준 이러한 대단한 시도는 어쩌면 에스파의 데뷔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본다.

 

게임 캐릭터들로만 구성된 K/DA와 가상-현실을 넘나들며 활동을 하는 에스파의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는 가상 캐릭터들로만 구성된 실제 아이돌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보다 기술이 발전하고 '가상세계'가 위화감이 없어질만큼 일상화 된다면, 그때는 온라인 공간에서만 활약하는 '가상 아이돌'이 등장해도 이상할게 전혀 없을 것이다. 되려 시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큰 이점 덕분에 지금의 아이돌들보다 더 큰 인기를 구가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가상 아이돌 오디션, 디멘션 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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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멘션 노바의 참가자들)

 

 

놀랍게도 중국판 넷플릭스라 불리는 '아이치이'에서는 가상 아이돌만을 대상으로 열리는 경연 프로그램인 '디멘션 노바'가 주최된 적이 있다. 

 

디멘션 노바는 150명이 넘는 가상 아이돌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해 제작 요건에 부합하는 후보 31명을 선발한 후 오디션에 출연시켰다. 디멘션 노바의 심사위원들은 모니터를 통해 참가자들을 볼 수 있었고, 오디션에 참가하는 아이돌들은 무대 뒤에 있던 사람들 움직임을 실시간 모션 캡쳐, 렌더링하여 심사위원들과 소통했다고 한다. 참가 아이돌들은 경연 당시 중국의 SNS인 웨이보를 활용해 실제 아이돌처럼 자신의 팬들과 소통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단순한 헤프닝으로 디멘션 노바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위와 같은 경연 대회가 열릴 정도로 중국 내에서 가상 아이돌의 입지는 꽤 크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시장조사 기관 신사계에 따르면 2018년 1억위안(약 167억원) 수준이었던 가상 아이돌 시장 규모는 2023년까지 15억위안(약 25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5년 사이 15배 성장이 예측될 정도로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가상 아이돌 시장. 중국 내의 가상 아이돌 인기는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로 보이며 그러한 인기의 연장선에 디멘션 노바가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디멘션 노바 1화)

 


 

가상 아이돌만이 가질 수 있는 최대 강점


 

그렇다면 이러한 가상 아이돌은 실제 아이돌과 비교해 어떤 점에서 이점을 가질까?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장점은 가상 아이돌은 시간의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공간적 제약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자세히 언급을 하자면, 가상 아이돌은 영원히 늙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부터 대척점인 우루과이까지 이동하는 데 단 1분도 걸리지 않는다. 가상 아이돌은 살아있는 생명이 아니기 인간과 달리 생애주기가 없다. 늙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으며 다칠 일도 없다. 더불어 그들은 지치지 않기 때문에 24시간 매일매일 일해도 항상 웃는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가상 아이돌은 여러 콘서트장을 시간 딜레이 없이 왕복할 수 있다. 서울에서 열리는 공연에 참여한 후, 바로 유럽에서 열리는 공연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원한다면 두 곳에서 동시에 콘서트를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번째 장점, 가상 아이돌은 사건 사고를 일으킬 염려가 없다. 우리는 잘 나가던 아이돌이 한순간의 실수, 혹은 좋지 못한 과거로 인해 힘들게 얻었던 인기를 허무하게 잃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학교 폭력 문제나 마약, 성범죄, 음주운전, 법 위반 등의 물의로 인해 대중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아이돌이 의외로 적지 않다. 소속사 입장에서나, 그들을 믿고 지지하던 팬덤 입장에서나, 그들의 치기 어린 일탈은 모두에게 상처만 줄 뿐이다. 이러한 문제에서 가상 아이돌은 원천적으로 자유롭다.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이 저지를 법한 모든 악행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세번째 장점, 팬 개개인과의 소통이 보다 자유로워진다. 실제 아이돌은 모든 팬을 일일이 다 만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팬들과의 실시간 소통 앱인 V앱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1:다수'의 소통이지 '1:1'의 소통이 아니다. 하지만 가상 아이돌은 그러한 문제에서 실제 아이돌보다 여유로울 수 있는데, 지금보다 가상 아이돌 기술이 많이 발전된다면(사람 한명이 가상 아이돌 한명을 담당하는 구조의 기술 이상으로 나아갈 경우) 팬 개개인과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방식에 있어서는 여러 방법이 있겠다만, 이전까지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던 '1:1' 소통이 충분히 가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VR, AR, MR 기술을 이용해 가상 아이돌을 눈 앞에서 볼 수 있을테고 그들과 원할때마다 소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상되는 가상 아이돌의 부작용과 그러한 가상 아이돌의 미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가상 아이돌 또한 항상 좋은 점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는대로 위와 같은 가상 아이돌은 음란물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K/DA는 사람들의 2차 창작물로 널리 소비된 선례가 있기 때문에 나중에 생길 가상 아이돌 또한 마찬가지의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미래에는 그에 맞는 법도 따로 제정되긴 하겠지만 지금도 막지 못하는 2차 창작물 생성을 그때라고 온전히 막을 수 있을까? 되려 실제하지 않는, 가상 아이돌이라는 이유만으로 지금보다 더한 악질적인 컨텐츠가 생성되진 않을까?

 

다음으로 가상 아이돌은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지금껏 위에서 쓴 가상 아이돌만의 장점은 '사람들로부터 큰 인기를 받을 경우'라는 가정이 필요하다. 만약 가상 아이돌이 필자의 예상과 달리 인기 자체를 얻지 못할 경우에는 위의 장점들이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되어버린다. 불쾌한 골짜기 이론처럼 인간의 형태만 띤 가상 아이돌의 존재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염려되는 사항은 가상 아이돌의 복제이다. 가상 아이돌은 완벽한 복제가 가능하다. 가상 아이돌 또한 디지털 생성물이기 때문이다. 만약, 악의적 목적을 가진 누군가가 가상 아이돌을 복제해 범죄에 이용한다거나 사람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는 말을 한다면, 우리는 누가 진짜 가상 아이돌인지 구분해낼 수 없을 것이다. 애초에 진짜, 가짜를 구분하는 것조차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이름 그대로 '가상'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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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아이돌이 미래에 어떤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우리에게 다가올지도 예측할 수 없고 그들이 예상만큼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 여러 소속사들의 필사적 노력이 물거품 될 수도 있다. 지금으로써는 모두 다 추측이고 '그렇게 되지 않을까?'하는 가정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와중에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을만한건, 메타버스의 세계는 지금보다 점진적으로 커질 것이 분명하고, 메타버스를 활용하게 될 컨텐츠는 점차 많아진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온라인으로 향하고 있고 온라인 내에서 창조되는 가상 세계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많은 분야가 가상 세계로 편입될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우리의 동반자인 아이돌도 함께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가상 아이돌의 활동 무대를 의미하는 메타버스만이 아니라, 현실 아이돌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메타버스로써 말이다.

 

가상 아이돌과 메타버스가 만들어낼 미래는 과연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여지껏 상상할 수 없었던 모양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지만, 부디 그 모양이 뒤틀려있지는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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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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