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구지윤 : 혀와 손톱 [미술/전시]

도시가 혀와 손톱 같다고?
글 입력 2021.08.2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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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라리오 갤러리)

 

 

구지윤(b.1982)

 

구지윤 작가는 200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조형예술, 예술사를 전공했다. 이후에 2007년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Fine Art를 전공해 BFA학위를 받았으며, 2010년에 New York University에서 Studio Art로 MFA를 받은 이력이 있다.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 과장을 역임하고 있다.


2010년 A.I.R. Gallery에서 개인전을 시작으로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63 예술미술관 등에서 6회의 개인전과 한국은행 한은 갤러리, 두산 갤러리, SEAM 창고 등에서 다수 단체전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전시기획, 비평 등 다양한 범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주로 추상회화작업을 한다. 공사장을 작품의 소재로 잡아 건축적 과정을 회화적으로 담아냈다. 그 방식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캔버스 위에 물감을 두텁게 칠하고 또 긁어내며 지속해서 이미지를 만들고 없앤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공사장을 연상케 한다.


2009년부터는 ‘얼굴-풍경’ 시리즈를 만들기도 했는데 작품 속에 얼굴을 연상시키는 선과 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시리즈 또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건축적인 면을 볼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구지윤 작가의 이번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에서 선보인 <혀와 손톱>전을 중심으로 글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당신은 ‘도시’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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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6년이라는 삶을 살며 다양한 도시를 경험했다. 그중 가장 도시라고 느낀 곳은 ‘서울’이다. 내가 본 서울은 건물들은 화려하고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함과 불안함을 느꼈다.


그러므로 필자는 도시하면 ‘현대인’이 떠오른다. 마치 도시는 ‘현대인’과 비슷한 것 같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겉으론 밝아 보이지만 내면에는 지치고, 공허하고, 외로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때문에 도시와 현대인의 모습은 많이 닮아 보인다.

 

도시의 높은 빌딩들이 있는 곳은 화려하고 밝지만 조금만 걸어서 뒷골목으로 들어가서 보이는 낡은 건물들의 어둡고 적막한 그 공간처럼 말이다.

 



왜 혀와 손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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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라리오 갤러리)

 

 

도시 속 건축물들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사라지기도 하고 때론 새롭게 생겨나며 많은 변화를 겪는다.

 

이러한 도시 속에서 다양한 층위의 불안, 공허, 응축된 감정들을 그만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주로 그의 작업은 현대 도시의 심리적 풍경을 추상회화로 나타낸다. 전면 추상회화와 다른 점은 그는 주로 도시와 건물 사이 시간에 속박된 생물학적 유기체와 동일시한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그렇다면 왜 이 전시의 제목은 혀와 손톱일까? 도시와 연관성은 무엇일까?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에 친구와 다양한 추측을 하며 들어섰다. 작가는 혀가 암시하는 부드럽고 미끌거리는 느낌과 딱딱하고 건조한 손톱의 대비되는 도시에 대한 작가의 심리를 작품을 통해 반영했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을 보고 혀와 손톱을 생각해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손톱을 보면 끊임없이 자라므로 우린 주기적으로 잘라줘야 한다. 손톱은 생과 사를 반복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지점이 작가는 도시 속 건물들과 매우 닮아있다고 보았다. 도시의 건물은 오래되면 재개발 되어 다시 지어진다. 그 건물이 시간이 지나면 리모델링 혹은 다시 사라져야 한다.


반면 혀와 도시를 연상해보면 혀는 부드럽고 미끌거리는 몸통을 이끈다. 작가는 도시 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어떤 대상들로서 작용한다고 한다. 혀와 손톱은 즉 도시의 욕망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작품 속 작가의 붓 터치들을 살펴보면 더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혀 같은 부드러운 선과 손톱 같은 거칠고 단단한 선들 사이에 우리는 작가가 말하는 도시의 욕망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도시에서 나아가 자신을 찾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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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바쁜 일상에서 아무 생각 없이 걸었던 그 길에 사라진 건물들이 마치 우리의 인생과 같다고 느껴졌다. 빠르게 성장하는 사회에서 그에 발맞추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수 있는 현대인들의 삶처럼 말이다.

 

작가가 혀와 손톱을 통해 말하려고 했던 도시의 욕망이 결국 우리의 욕망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구지윤 작가의 <혀와 손톱>전을 통해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더 나아가 자기 내면의 나를 발견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박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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