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원한 건 없다고 말하지만 - 여름날 우리 [영화]

서툴고 반짝이던 첫사랑의 순간
글 입력 2021.08.2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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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었다, 사랑이 싹트는 기분.

 

너에게 풍덩 빠져버렸던 17살의 여름. 너를 두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21살의 여름. 그리고 몇 번의 여름이 지나고 다시 만난 너, 이젠 놓치지 않을 거야.

 

널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어.

 


2018년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박보영, 김영광 주연의 청춘 멜로 <너의 결혼식>이 남주인공 허광한, 여주인공 장약남을 주연으로 올해 중국에서 재탄생했다. 리메이크 작 <여름날 우리>의 전개는 각 나라의 문화적 상황에 따른 몇 가지 수정사항들을 제외하면 원작과 거의 같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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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지는 보편성은 우리가 사랑을 소재로 하는 영화에 쉽게 몰입하게 한다. 그 중에서도 첫사랑은 스테디한 소재다. 첫사랑이라는 단어는 유독 우리를 들뜨게 한다. 아마 우리가 떠올리는 첫사랑의 기억들에 순수하고, 무모하고, 예뻤던 우리가 함께 담겨있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우리는 원래 ‘처음’이라는 것에 항상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가끔 첫사랑을 떠올리면 처음 경험한 감정에 휩쓸리고 들썩이고 시행착오를 겪던 그 때가 지금도 낯부끄러울만큼 생생하기도 하다. 어떤 감정을 처음 일깨워준 대상은 당연하게도 오랫동안 각인된다.

 

이런 보통의 첫사랑을 담은 영화들은 기억 속에 가만히 묻어두었던, 또는 여전히 진행 중일 지도 모르는 우리의 첫사랑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유명한 명제처럼, 현실적인 영화의 첫사랑 이야기에는 언제나 그 끝이 함께한다. 현실에서 첫사랑을 마지막 사랑으로 남겨두기에는 인생이 너무도 기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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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난 첫사랑 영화에 취약했다. 3년 전 여름, 연애 3년차였던 나는, ‘여름날 우리’의 원작 ‘너의 결혼식’을 보면서 거의 한 시간을 내리 울었다.

 

사실 그때의 나는 내가 왜 우는 지도 잘 몰랐다. 사랑이 식어가는 과정이 아픈 건 언제나 사실이지만, 나는 영화가 별로 슬프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으며, 내 눈물은 너무 일찍부터, 그러니까 영화가 그들의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학창시절을 보여줄 때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늘 첫사랑은 반짝이고, 서툴고 서툴러서, 무모하고, 또 얽히고, 그래서 툭하면 끊어진다. 아마 내 눈물의 이유는 그때도 내가 꽤 오랫동안 첫사랑과 연애 중이었기 때문일 거라고 짐작한다. 그들의 반짝이고 행복한 순간들이 놀랍게도 우리와 닮아서 헤어짐의 순간 까지도 닮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같은 거였던 것 같다.

 

사랑은 넘치게도 많았지만, 마음이 서툴고 불안한 우리의 끝을 영화가 정확히 예고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짐작한다. 언젠간 반짝이는 건 시들고, 영원한 건 절대 없는 것처럼.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꽤 충격적이었던 건, 우리에게 유일하고 특별한 사랑의 순간들이, 무엇보다 보편적이라는 강렬한 사실이었다. 영화의 클리셰적 장치들의 나열은 이를 더욱 분명하게 했다. 모든 일은 예상대로 흘러간다.

 

첫 눈에 반하는 순간, 서로에게 무모하게 감정을 쏟아내던 날들, 별거 아닌 일로 시작하는 오해의 서막, 엇갈리는 타이밍의 연속들. 보편적 사랑의 끝은 보편적인 이별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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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요소는 원작 ‘너의 결혼식’과, 리메이크 작 ‘여름날 우리’에 모두 있다. 영화는 첫사랑의 뻔하고 예측 가능한 요소들로 공감을 샀고, 그래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나머지를 몰입감 높은 대사로 채웠다.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는 각 문화권에 어울리는 상황 배치를 위함으로 보인다. 그래서 리메이크 작 ‘여름날 우리’에서는 중화권 첫사랑 영화의 특유의 분위기가 눈에 띈다.

 

또 원작에서는 한 때는 찌질했던 과거의 우리처럼 마냥 좋게만 보이지는 않았던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던) 남자 주인공의 대사와 태도가, ‘여름날 우리’에서 더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수정되었다. 이는 영화 ‘여름날 우리’가 원작보다 더 가볍고 예쁜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에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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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여름날 우리’를 보기 위해 다시 영화관을 찾았을 때, 나는 영화에 대한 기대와 함께 그 때처럼 울게 될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만큼의 감정의 동요는 없었다. 물론 영화의 배경이 이전과 달라 몰입이 덜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나, 그렇지 않았더라도 나는 아마 그때만큼 울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연애 중이고, 여전히 영화를 보면서 우리의 처음을 곱씹었고 끝을 미리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막연한 불안함보다는 나와 관계에 대한 확신이 있다. 그래서 영화는 그 완성도에 관계없이, 나의 작은 성장을 실감하게 했기에 꽤 중요한 의미가 있다.

 

여전히 영원한 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제는 우리의 여름을 떠올리면 마냥 행복만 할 수도 있으므로.

 

 

[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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