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당신의 별은 무엇입니까 - 별 만드는 사람들 [도서]

글 입력 2021.07.2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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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저 별도 나를 보고 있을까

아니 날 보고 있지 않을까

저 별도 나를 보고 있을까

아니 날

지금 날 찾고 있진 않을까

아니 날 피해 가고 있을까

아니 날


- 헤이즈, <저 별> 중에서

 

 

별은 어떻게 태어나는 걸까? 별에게 말하는 우리의 소원을 지켜주는 존재가 있을까?

 

 

 

글 없는 그림책, 사일런트 북


 

『별 만드는 사람들』은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내 콘테스트 Gianni De Conno Award의 2019년 대상 수상작이다. 본 콘테스트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위대한 삽화가 중 한 명인 지아니 드 코노(Gianni De Conno, 1957-2017)를 기리고 그의 발자취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세계 최초의 ‘사일런트 북’ 콘테스트다.


 

Given that the illustrated book and thevisual language of illustrations and pictures is in no way secondary to written language, with a universal power and potential that supersedes any barrier of language or genre, the Silent Book Contest competition invites authors and illustrators to think up and design a book conceived exclusively for the telling of a story through illustrated images, on any subject and intended for a wide and diverse section of the reading public, regardless of genre or age.

 

- Gianni De Conno Award 설립 말 중에서

 

 

사일런트 북(Silent Book)은 글 없이 그림으로만 읽는 그림책이다.

 

일러스트와 그림의 이미지를 통해서 이야기를 노래하는 사일런트 북은, 시각적 이미지의 힘과 잠재력을 부각해 구현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특히 많은 독자가 그림 언어를 그림책의 부차적인 요소로 소비하고 문자 언어를 중심으로 작품을 이해함을 생각했을 때, 사일런트 북이 말하는 ‘고요함’의 이미지가 보다 선명해진다.

 

이탈리아의 아동문학 비평가 월터 포체사토(Walter Pochesato)는 사일런트 북의 고요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동등한 고요함’. 어떤 목소리는 언어화되어 외부로 발화될 때보다 침묵으로 고요히 머무를 때 더 너른 목소리가 된다. 사일런트 북이 그러하다.

 

『별 만드는 사람들』의 고요함은 ‘나이, 성별, 언어의 제한 없이 모든 사람들’ 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나아간다. ‘모두가 자신만의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침묵 안에서 ‘우리만의 방식을 발견하고 선택할 수 있’ 다.

 

 

 

밤을 지키는 건축가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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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만드는 사람들』은 별을 만들고 또 관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상상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밤을 지키는 건축가들은 빛을 잃거나 수명을 다한 별들을 수거한다. 별을 싣고 도착한 곳의 내부는 일사불란하다. 복잡한 기호의 건축도면 앞 건축가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벽돌을 쌓고, 튼튼하게 쌓아올린 별에 페인트를 칠해 건조한다.

 

어떤 밤은 엎지른 페인트를 수습하느라 소란스럽고 어떤 밤은 풀벌레 소리와 한 대의 드라이기 소리만이 이곳의 유일한 소리다. 침묵을 지키는 그림 가운데 ‘독자 1’의 목소리를 한 줄 붙여놓는다.

 

‘어떤 밤은 가만히 앉아 별을 말립니다. 풀벌레 소리와 미약하게 돌아가는 드라이기 소리만이 이 밤을 채웁니다.’

 

완성된 별은 포장하여 다시 하늘로 올린다. 건축가들은 달을 타고 주렁주렁 달린 별들을 걸어둔다. 마지막으로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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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밤은 밝아진다.

 

 

 

당신의 밤과 별은 안녕한가요



 

이 그림들은 선하고 깊숙하고 진실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독자가 스스로 그 안에서 제대로 된 단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우면서요. 그리고 그 단서는 독자가 지닌 고유한 경험에서부터 시작하지요.

 

우리가 가진 경험들은 모두 다르지만 동시에 동일하기도 합니다. 그 경험들은 공통 어휘와 공통 규칙에 의해서 서로 연결되어있습니다. 비록 그 규칙들이 명시적이지 않기 때문에 찾아야 하지만요.

 

『별 만드는 사람들』은 기억을 토대로 이야기를 따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앞으로 있을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동등하게 고요한’ 작품입니다.

 

- Walter Pochesato (이탈리아 아동문학 비평가)

 

 

문자 언어의 부재에서 비롯된 고요함과 ‘별’이 함축한 여러 이미지는 이야기의 층위를 만든다. 꿈과 생명이기도 소망과 마음과 사랑이기도 한 별은, ‘모두 다르지만 동시에 동일하기도’ 한 독자 개개인의 경험에서 시작돼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다.

 

내게 ‘별 만드는 사람들’은 바깥이 아닌 나의 깊숙한 곳에 존재한다. 내게 밤은 어둠과 달과 별과 나, 네 가지에 그친다. 어둠이 주변을 서서히 덮고, 덮인 암흑 세상 가운데 빛나는 것들만이 힘을 갖는 시간. 세상은 잠들고 들리는 소리는 점차 줄어드는 공간. 그리하여 잠들지 않는 내가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는 시간이었다.

 

다채롭지만 소란한 낮의 세상에선 들을 수 없었던 내 안의 목소리가 들리는 시간이었고 빛 없이는 볼 수 없는 것이 많은 가운데 세상의 조명은 나만을 향해 있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그리하여 어둠은 내 마음에 쑥하고 손을 집어넣는다. 하루 종일 숨어있던, 하지만 밤을 지키는 건축가들은 부단히 지키고 보살피던 나의 별을 불쑥 꺼내놓는다.

 


별 만드는 사람들 앞표지.jpg

 

 

이 이야기는 ‘별은 어떻게 태어나는 걸까?’ ‘별에게 말하는 우리의 소원을 지켜주는 존재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대답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그 과정에서 ‘선하고 깊숙하고 진실된 감정’ 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독자의 고유한 경험과 기억을 토대로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건축가들을 따라 우리 각자가 지닌 밤과 별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또 머무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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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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