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물에 잠긴 맥도날드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 [미술/전시]

슈퍼플렉스의 <Flooded McDonald's>
글 입력 2021.07.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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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ill image from Flooded McDonald's, 2009. Photo: SUPERFLEX

이미지 출처-SUPERFLEX 홈페이지

 

 

아무도 없는 맥도날드 매장에 난데없이 물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한다. 바닥에서 한 뼘 높이로 찰랑대던 물은 점점 차올라 감자튀김부터 쟁반, 의자와 테이블까지 그 위로 둥둥 떠다니게 된다. 오래지 않아 가게는 물로 가득 차 버린다.

 

얼핏 수재 현장을 묘사한 것 같지만 덴마크의 3인조 시각예술가 그룹 ‘슈퍼플렉스(Superflex)’가 2008년에 발표한 영상 작품 < Flooded McDonald's >(2009)의 한 장면이다. 이들은 실물 크기로 맥도날드 매장을 똑같이 재현해 75,000여 리터에 달하는 양의 물로 그 안을 채웠다. 이 작품은 8월 6일까지 허시혼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과연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까?

 

영상의 장소가 되는 맥도날드 매장은 지극히 평범하다. 손님이나 직원이라곤 없고 출처 모를 물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물 위를 떠다니던 맥도날드의 마스코트 ‘로날드’ 조형물이 쓰러져 가라앉고, 갖가지 식기와 설비도 마찬가지가 될 때까지 물은 서서히 차오른다.

 

장면은 다양한 앵글로 촬영되었지만 별다른 음향 효과는 더해지지 않아 현장에서 녹음된 콸콸 쏟아지고 출렁대는 물소리만 들린다. 굳이 사람이 빠져 허우적대는 장면이 없더라도, 우리에게 친숙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현장감이 생생해 공포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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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ill image from Flooded McDonald's, 2009. Photo: SUPERFLEX

이미지 출처-SUPERFLEX 홈페이지

 

 

영상이 후반부에 접어들면 수심이 깊어져 물빛이 점점 탁해진다. 그 사이로 패스트푸드 매장 특유의 알록달록한 색감마저도 흐려진다. 결국엔 물속에 가라앉은 형상을 식별하기가 어려워질 정도가 된다. 자막도 설명도 없어 더 묘한 인상을 남기는 결말이다.

 

물은 인간의 힘으로는 제어할 수 없는 자연물이라는 점에서 영상 속 상업적인 사물들과 대조되어, 그들이 더욱 가볍게 느껴지도록 한다. 무게감 없이 수면 위를 떠다니는 모습이 특히 그렇다. 이들은 그 무게만큼이나 사용가치도 가벼운데, 종이 포장지와 일회용품 쓰레기 틈에서 다회용 식기는 쟁반을 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 작품의 메시지를 어느 정도 유추했을 듯하다. 바로 다국적 기업이 환경 오염과 이상기후에 미치는 영향이다. 영상 속 장면을 돌이켜보자. 점점 차오르는 물은 곧 해수면 상승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햄버거 패티를 생산하기 위해 소를 사육하는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하고, 그것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과도한 일회용품 사용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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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시혼 미술관의 현재 전시

이미지 출처-허시혼 미술관 홈페이지

 

 

하지만 환경 문제가 2021년 현재에 급부상한 이슈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허시혼 미술관은 왜 이 작품에 다시 주목하는 것일까? 작품의 제작연도는 2009년으로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이다. 2021년 이 시점,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미술계에서 이 작품이 다시금 알려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작품은 현재 펜데믹이 불러온 변화에 주목하며 기획된 허시혼 미술관의 《Lost In Place: Voyages In Video》의 한 작품이다. 코로나 19로 현재 휴관 중인 만큼 온라인 전시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펜데믹으로 많은 변화를 겪은 사람과 장소 사이의 관계를 다면적으로 살펴본다.

 

그러나 그에 따라 이 작품의 주제를 환경 변화의 심각성로만 한정 짓기에는 다소 단편적일지도 모르겠다. 슈퍼플렉스가 지금껏 집단의 힘으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실험해 왔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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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araná Power Corner, 2006. Photo: Anders Sune Berg

이미지 출처-SUPERFLEX 홈페이지

 

 

그 대표적인 예시가 < Guaraná Power >(2003)이다.


'과라나'란 아마존 일대에서 자라는 열매의 한 종류로 주로 고카페인 음료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 과일의 종자를 다국적 기업이 독점해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슈퍼플렉스는 과라나 농민 협동조합과 협업해 이들이 자체적으로 과라나 음료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 음료의 이름이 바로 '과라나 파워'다.

 

< Free Beer >(2005-) 역시 코펜하겐 IT 대학교 학생들과 개발한 맥주 레시피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프로젝트로, 누구든 이 레시피를 수정하거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판매도 가능하다. 실제로 로스엔젤레스나 뮌헨, 오클랜드, 타이베이, 상파울로 등 세계 각지에서 양조되기도 했다.

 

이로써 슈퍼플렉스는 저작권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공동 소유로 나아가고자 했다. 지난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된 《불온한 데이터》에서 전시된 바 있는 <모든 데이터를 사람들에게>에서도 유사한 주제의식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이들은 공존을 이뤄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예술로 시도한다. 그리고 이때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상대가 인간이든 자연이든, 그 목적에 나 자신의 행복이 포함되어 있음을 늘 자각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연환경은 그 존재 자체가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되려 우리의 일상으로부터 유리된 것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이 점에서 슈퍼플렉스의 < Flooded McDonald's >는 생태 질서가 파괴될 때 우리가 겪게 되는 비극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나 자신의 정상적인 삶을 위해서라도 자연환경과 공존해야 함을 드러낸다.

 

지금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펜데믹 사회에서 개개인의 삶이 정상궤도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눈앞의 욕구를 잠깐 제쳐두어야 한다. 순간의 이기심으로 화를 불러일으킨다면 그것은 더 이상 이기심이라고 볼 수 없다. '나를 포함한 우리'의 일상이 안전해지기 위한 선택이야말로 나를 위한 선택, 곧 진정한 이기심일 것이다.

 

*

 

펜데믹이 불러온 이점을 굳이 한 가지 찾는다면 다양한 국제 행사를 온라인으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허시혼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현재 피에르 위그, 카를로스 아모랄레스 등의 영상 작품 역시도 만나볼 수 있으니 슈퍼플렉스의 < Flooded McDonald's >와 함께 감상해도 좋겠다.

 

 

참고

슈퍼플렉스

허시혼 미술관

 

 

컬쳐리스트유수현.jpg

 


[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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