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 (1) 플로리다 여행기 [여행]

글 입력 2021.07.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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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머물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


영화가 시작한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내게 던져진 질문이었다. 영화는 분명 스크린 속 인물들에게 질문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동시에 관객에게 오롯이 던져진 질문이기도 했다. 영화와 현실 사이의 간격 차가 무색할 만큼 날아든 질문은 곧바로 스크린 너머를 통과해 나의 기억까지 함께 뒤적이고 있었다.

 

영화 <원더풀 라이프>는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이승과 저승의 중간역 림보에서 7일간 머무르며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기억을 단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사후 세계를 그리고 있다. 림보의 직원들은 이들이 선택한 1가지의 추억을 실제 현장 작업을 통해 짧은 영상물로 재현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림보에 머무르던 이들은 재현된 영상을 통해 행복한 기억만을 간직하며 영원으로 인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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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림보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1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층도 제각각이다.

 

앞선 질문을 받는 순간 어렵지 않게 하나의 기억을 골라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땅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 자신의 일생이 1년 단위로 담긴 비디오를 몇십 개씩 몰아보면서 차근차근 기억을 더듬어나가는 이도 있고, 이들과 달리 끝내 선택하지 못하거나 아예 선택하지 않기로 다짐한 이들 역시 있다.

 

이처럼 영화 <원더풀 라이프>는 다양한 인물의 삶을 조명하고 관찰하는 동시에 관객에게 삶을 돌아보는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영화가 재생되는 내내, 혹은 작품이 막을 내리고 나서도 <원더풀 라이프>는 줄곧 되살아난 관객의 기억과 나란히 함께한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단 하나의 기억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나는 과연 어떠한 결정을 내릴까? 아직 학생의 신분이긴 하지만, 되돌아보면 제법 즐거웠던 순간이 많았다. 이제는 내 생애 가장 소중했던 기억을 더듬어보며 당시의 행복을 조금이나마 추억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미국 플로리다 여행기


 

영화 <원더풀 라이프>의 림보 직원인 시오리는 이제껏 약 30여 명의 사람들이 ‘디즈니랜드’를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택했다고 전한다. 영화 속 디즈니랜드 언급은 내가 2017년 미국 플로리다 여행에서 방문한 디즈니월드의 추억을 자연스레 끄집어냈다.

 

참고로 ‘디즈니랜드’란 일본, 파리 등 세계 곳곳에 설립된 디즈니 부속 테마파크를 말하고, ‘디즈니월드’란 세계에서 가장 큰 테마파크로서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다. 쉽게 말해 디즈니월드를 본점, 디즈니랜드를 체인점이라고 보면 된다.


2017년 당시 미국에 머무르던 나는 한국으로 출국하기 전 마지막 추억여행으로 일주일간 플로리다 여행을 가게 되었다. 물론 여행의 주목적은 다른 플로리다 여행객들이 으레 그러듯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 방문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테마파크라니! 여행도 좋아할뿐더러 한국에서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를 방문할 때면 늘 마감 시간까지 롤러코스터만 몇 번이고 타는 놀이공원 애호가로서 당연히 기대감이 부풀 대로 부풀 수밖에 없었다.

 

여행을 가기 한 달 전부터 설레는 마음에 유튜브와 블로그를 뒤적거리며 ‘플로리다 vlog’는 물론 ‘디즈니월드에서 꼭 해보아야 할 것’ ‘유니버셜 스튜디오 필수 코스’ 등과 관련 정보를 매일같이 접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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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가장 동남쪽에 위치한 플로리다는 멕시코만 난류의 영향으로 1년 내내 아열대성 기후를 보이는 지역이다. 우리는 5월 말에서 6월 초로 여행 일정을 잡았기 때문에, 이제 막 여름의 선로에 접어드는 플로리다의 온난한 기후와 햇빛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자동차로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플로리다의 진입로에는 ‘Welcome to Florida’라는 문구가 한껏 설렌 여행객들을 반갑게 맞아주고 있었다. 야자수를 비롯해 진입로부터 드넓게 펼쳐진 온갖 열대 나무들은 이전까지 야자수조차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나를 단숨에 플로리다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도시 외곽뿐만 아니라 시내와 도로 곳곳을 감싸고 있는 열대 나무의 행렬은 지금 이곳이 바로 ‘플로리다’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듯했다.


미국 시골 지역에 살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하늘이 한 폭의 그림 같다는 것이었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뭉게뭉게 펼쳐진 하이얀 구름은 늘 보는 이의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플로리다의 쨍한 하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주일간 플로리다에 머무르면서 몇 번이나 하늘을 올려다봤는지 모른다.

 

광활한 하늘과 야자수의 환영을 듬뿍 받으며 그렇게 오후 늦게 도착한 플로리다에서 저녁으로 뷔페를 방문했는데, 아직도 당시에 먹은 망고의 맛을 잊지 못한다. 플로리다에 가면, 열대과일 특히 망고는 필수로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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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로의 여정은 이튿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는 남은 6일간의 여정 중 하루를 디즈니월드에서, 4일을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보내기로 했다.

 

디즈니월드를 하루만 방문하는 이유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는 놀이기구나 행사가 많기도 했고 따라서 이보다는 놀이기구나 테마파크를 한층 더 즐길 수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초점을 맞추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디즈니월드는 매직 킹덤(Magic Kingdom)과 애니멀 킹덤(Animal Kingdom)의 두 가지 테마파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일정이 촉박했던 우리는 이튿날 메인 테마파크인 매직 킹덤(Magic Kingdom)만을 방문하기로 했다. 매직 킹덤의 상징은 디즈니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매직 캐슬, 일명 신데렐라 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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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영화 오프닝에서만 보던 매직캐슬을 실제로 볼 수 있다니!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도착한 디즈니월드의 초입에서부터 저 멀리 쭉쭉 뻗은 성의 자태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매직캐슬은 그 엄청난 위엄과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디즈니 테마곡과 더불어 꿈에만 그리던 매직캐슬을 코앞에서 바라보고 서 있으니 이 순간만큼은 내가 제일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넘치는 행복감에 젖어 들며 매직캐슬 앞에서 미키마우스와 사진을 찍기도 하고, 얼린 초코 바나나를 사 먹으며 디즈니월드 곳곳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분명 햇볕이 쨍쨍한 더운 날씨였지만, 습하지 않았다. 그저 선선한 바람에 몸을 맡기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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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변수 없는 여행은 없다고 유일하게 행복의 변수에 고려하지 않은 것, 바로 엄청난 인파였다.

 

지금 생각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테마파크, 그것도 ‘디즈니월드’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는 환상의 놀이공원에 매일 대규모의 사람들이 몰리는 건 피차 당연한 현상이었지만, 당시의 내가 그런 현실적인 요소까지 하나하나 따져봤을 리는 만무하다. 우리는 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몇 시간을 서서 기다려야 했고, 심지어는 롤러코스터를 타기까지 무려 4시간의 기다림을 감내해야 했다.


그렇다면 4시간의 기다림을 상쇄할 만큼의 가치가 있었냐고? 물론 그것도 아니다. 이미 몇 년 전 한국 에버랜드에서 T-Express의 엄청난 스릴감과 짜릿함을 경험한 나로서는 디즈니월드의 롤러코스터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애초에 놀이기구를 목적으로 온 테마파크는 아니었던지라 그 끝없는 기다림 속에서도 디즈니월드만의 희망 가득한 분위기와 밝은 공기를 느낄 수 있어 더없이 행복했다.

 

만일 단시간 내에 디즈니월드를 진정으로 즐기고 싶다면, 롤러코스터 같은 일차원적인 놀이기구보다는 볼거리가 많고 서사가 있는(?) 놀이기구를 택하라. 더불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행사 체험장이 테마파크 곳곳에 마련되어있으므로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관심이 가는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퍼레이드를 관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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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디즈니월드에서 가장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뭐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매직캐슬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야밤의 불꽃놀이 쇼라고 말하고 싶다. 디즈니월드의 불꽃놀이 쇼는 이미 그 명성이 자자한지라 행사 시작 몇 시간 전부터 매직캐슬 앞 명당자리에서 기다리는 방문객들이 많다.

 

우리도 행사시간 1시간 전에 부랴부랴 도착해 운 좋게도 나름 좋은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도착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슬슬 몰리기 시작했고, 30분 뒤에는 그 끝이 어딘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관중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사실 처음에는 디즈니월드 불꽃놀이 행사에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전의 한국에서도 수차례 불꽃놀이를 접했거니와 중학생 당시 관람했던 여의도 불꽃놀이 축제 규모가 상당히 컸기 때문에 ‘불꽃놀이’ 쇼 자체에 큰 기대를 품고 있지 않았던 터였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을 뒤엎고 나는 이날의 불꽃놀이 쇼를 통해 행복의 최절정 순간을 경험하는 행운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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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월드 쇼의 하이라이트는 화려한 불꽃놀이와 더불어 매직캐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휘황찬란한 연출에 모든 것이 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장관을 바라보며 처음 매직캐슬을 마주했을 때보다도 엄청난 전율과 감동이 20여 분 간 끊임없이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이 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쉴새 없이 변주되는 디즈니 음악에 맞춰 매직캐슬에서 시시각각 등장하는 디즈니 캐릭터들을 바라보며 감동에 벅차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영화를 사랑하고, 디즈니를 애청하는 관람객으로서 지독하게 아름답고 또 행복한 경험이었다.

 

만일 인생에서 영원히 머물고픈 순간이 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아마도 디즈니월드의 불꽃놀이 쇼를 회고하며 대답할 지도 모르겠다.

 

 

 

 

[윤아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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