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창원, 평행한 두 세계 Parallel Worlds [미술/전시]

우리의 눈을 함정에 빠지게 만드는 작가, 이창원
글 입력 2021.07.14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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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원(Changwon LEE)


 

그는 1990년대 후반 독일의 뮌스터 쿤스트 아카데미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10년간 작업 활동을 했다.

 

초기 작업은 점토나 화강석이나 오석과 같은 석재, 그리고 나무 재료, 철, 석고와 같은 재료를 가지고 작업했다. 주로 재료에 대한 탐구에서 작업이 시작했고 이로 인해 재료의 물성에 대한 연구와 형식주의적 실험 의식을 얻게 되었다.

 

이후 그는 1999년 독일 뮌스터에서 학업을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더 이상 형식주의와 물성에 대한 연구를 개진하지 않았다. 이러한 영향을 주었던 사람은 벨기에의 기욤 바일 영향이었다. 기욤 바일의 가르침으로 인해 인식의 대전환을 하게 되었다. 더불어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 관심을 두게 되며 인식과 지식의 확실성의 체계에 대해 회의적 질문을 하는 반성적 성찰에 영향을 받았다.

 

특히 독일 시절 ‘빛의 반사 Reflection'를 활용한 작업을 선보였다. 이러한 이창원의 예술은 평행한 두 세계의 상호 대립과 긴장으로 형성된다. 차, 커피, 그림자, 반사광, 빛은 그의 작업 소재들이다. 더불어 공공장소에서도 작업 활동을 했다. 대표적으로 백범 서거 69주기 프로젝트<새겨진 백범의 그림자>(2018) 작품과 대한민국 국회 의원 청사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왕관을 든 목자>(2014), 경기도 송암 우주센터 프로젝트 (2013) 등이 있다.

 

 

 

평행한 두 세계(Parallel Worlds)


 

이번 2021년 5월 7일부터 8월 8일까지 성곡 미술관 전관에서 진행된 《평행한 두 세계(Parallel Worlds)》전시에서 그의 전반적인 작업 세계관을 볼 수 있다.

 

200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를 아우르는 이창원 작가의 중간 회고전의 성격을 지닌다. 이번 전시는 중견작가 이창원이라는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해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크기변환]수도, 2013, 유리판에 채색된 네거티브 이미지, 조명, 대작, 가변크기.jpg

<수도>, 2013, 유리판에 채색된 네거티브 이미지 (출처: 이창원)

 

 

전시장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마주한 작품 <두 도시>는 서울과 평양의 대비되는 풍경 사진을 병치해 두었다.

 

한반도라는 지리적 한 공간에서 가까이 존재하지만, 남북이 분단되며 평행한 관계로 절대 만날 수 없는 공간이다. 아마 이 전시 제목인 평행한 두 세계와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번 전시 제목인 평행한 두 세계, 여기서 두 세계는 일차적 세계는 이미지가 파생되어 나오는 현실의 세계로서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보고 접할 수 있는 비 미술적 사물들이 속한 세계이다.

 

이차적 세계는 원본과 복사물 사이의 위계가 사라지고 원본으로부터 새로운 다른 실체가 파생되는 현대 사회의 현상이 이창원의 예술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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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Figure-Heinrich Heine Allee], 2001, 반전 필름에 다중 노출 (출처: 이창원)

 

 

첫 번째 섹션에서 <평행 세계 Parallel World>, <기여화광 氣如火光 Vapour like Fire Light>, <성스러운 빛 Holy Light> 등의 작품 시리즈가 전시되었다.

 

보도사진, 광고 전단지, 플라스틱 용기들이 현실로부터 탈피해 새로운 환경 속에서 이미지와 평행하게 대치되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작가 독일에서 반전 필름에 다중 노출해 만든 Light Figure 시리즈 작품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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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의 꿈>, 2019, 원두커피/나무패널 (출처: 이창원) 

 

 

두 번째 섹션은 첫 번째 관에서 보았던 작가의 전체적인 작업 흐름을 두 벽면 전체에 사진과 아이디어 스케치 작품들을 섞어 아카이빙 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이미지가 파생되어 나오는 현실의 세계로서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보고 접할 수 있는 비 미술적 사물들이 속한 세계를 볼 수 있다.

 

그 예로 ‹리플렉션 이미지 Image of Reflection› 작품 시리즈가 있다. 백색의 블라인드 구조물과 그 위에 얹어 놓은 커피 가루, 찻잎 등이 그 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대한 제국의 꿈>(2019) 작품은 미술관 한 벽면을 전체를 차지한 작품이다. 나무 판넬 위에 커피 가루로 이창원 작가가 직접 설치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가 대한 제국 말기에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함의가 녹아 있는 덕수궁 석조전을 나타낸 것이다.

 

덕수궁 석조전의 소재는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다. 단단한 이 건축물을 커피 가루라는 연약하고 가벼운 소재를 이용해 덕수궁 석조전의 반사된 실루엣을 희미하게 그려낸다. 이러한 역설적인 표현은 대한 제국의 꿈을 이루지 못한 고종의 허망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크기변환]KakaoTalk_20210714_095053757.jpg

 

 

이번 성곡미술관에서 이창원 작가의 중간회고전을 통해 그가 추구하려 했던 평행한 두 세계에 대해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문화예술계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방역 수칙을 잘 지켜서 이창원 작가가 보여주려 한 우리의 눈을 함정에 빠지게 만드는 작품세계를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박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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