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미술]

발터 벤야민을 통해 들여다본 Jr의 예술관
글 입력 2021.07.0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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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 art change the world?



예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현대미술에 의문을 제기한다. 코로나라는 위기 상황 앞에서 예술은 쉽게 그 존재 의미가 흔들린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예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모두가 쉽게 답하지 못하는 이 질문을 프랑스의 거리 예술가 Jr은 세상에 건넨다. Jr은 사회적 문제가 있는 곳은 세계 어디이든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술’을 한다. 카메라와 종이, 풀만을 가지고. 그들에게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묻고 따지거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을 응시하고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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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은 카메라를 사용한다. 사람들의 얼굴을 찍고, 그 얼굴을 매우 크게 인쇄하여 거리에 붙인다. 때로는 집의 지붕, 컨테이너, 기차 등에도 붙인다.

 

그에게는 전 세계가 거대한 갤러리이다. 때로는 합법적이지 않을지라도, 그가 필요성을 느낀다면 어디든 이미지들을 붙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미디어가 생산해낸 인위적인 이미지를 제거하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한다.

 

Jr은 예술로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있을까.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에 대해 논한 벤야민의 미학 이론을 바탕으로, Jr이 이미지 전시를 통해 이루는 것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1] Face 2 Face 프로젝트



‘Face 2 Face’ 프로젝트는 2007년, 분쟁이 한창이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지역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이다.

 

Jr은 분쟁이 뜨겁던 지역을 찾아가 같은 직업을 지닌 팔레스타인 국적의 사람과 이스라엘 국적의 사람을 각각 촬영하여 그들을 옆에 나란히 붙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무엇을 하는 거냐고 물었고, 그는 ‘같은 직업을 가진 이스라엘 사람과 팔레스타인 사람을 붙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국적을 구분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했다. 물론, 사람들은 그에게 답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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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은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미디어에서 보여주던 잔혹한 싸움, 절대로 해결될 수 없을 것 같던 갈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정말로 그들은 너무나 다른 인간군인가. 서로 미워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사람들의 한가운데에 인물 사진을 복제해 붙임으로써 질문을 던진다.

 

미디어에서 생산한 인식 말고, 당신이 저 사람에게서 무엇을 보는가를 물어보는 것이다. 분쟁의 문제를 정치권이 아닌, 미디어가 아닌, 사람들이 돌려주고자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것이 Jr이 예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다.

 

 

 

[2] Women are heroes 프로젝트



2008년 6월, 브라질 최고의 빈민가에서는 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신분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세 명의 아이가 군에 수감되었고, 그들은 경찰이 아닌 그들을 적대하는 빈민가에 넘겨져 토막살인을 당했다.

 

Jr은 이 소식을 접하고 Providencia라는 그 빈민가에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찍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살해당했던 곳에서, 아이들을 찍어서 붙였다. 살해당한 아이의 할머니를 찍어서 붙였다. 그곳에서 고통받는 여성들을 찍어서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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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곳의 마약 두목이 Jr과 그 무리를 꺼렸으나, Jr은 미디어에서 이미 많이 보여주던 그들의 무기, 마약 등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미디어에서 보여주지 않던 것-그들의 삶-을 Jr은 조명하고자 했다. 그 마을에는 없던 것, 예술을 그가 만들어준 것이다.

 

 

 

Jr의 이미지와 아우라



Jr의 카메라는 언제나 약자들을 향한다. 고통받는 사람들,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 평범한 노동자 계층, 농민들, 아이들, 노인, 여성. 사진을 통해 그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한다. 아우라를 자신만의 시야로 활용함으로써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과 연결한다.

 

Jr의 예술 세계에서는 ‘아우라’에 대한 개념이 전복한다. 벤야민에 따르면 아우라는 과거에 예술에 제의적 가치를 부여했으며, 그래서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 힘들게 했다. 감상자가 대상의 이미지에 압도되기 때문이다. 카메라라는 매체의 발전은 예술을 복제할 수 있도록 했고, 따라서 아우라를 없애고 대상을 정확히 볼 수 있게 했다. Jr은 과거 기득권층의 권력을 강화하던 예술에서의 아우라를 카메라를 이용함으로써 전복한다.

 

벤야민에 따르면, Jr의 예술은 복제 가능하고 카메라를 이용하기 때문에 아우라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그의 작업을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아우라’라는 것이 존재한다. 보고 있으면 압도된다. 이미지가 크고, 그것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한 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장소, 그 시점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사진 속의 눈동자에 압도된다. 복제가능한 사진이지만, 그 장소에 존재함으로써 생명력을 가지게 된 사진들이다. 그래서 지배계급을 위한 것으로 존재하던 아우라는 Jr의 작업에서 약자를 위한 것으로 변한다.

 

동시에, 벤야민이 주장한 아우라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었으나, Jr이 부여하는 아우라는 오히려 대상을 직시하도록 만든다. 주체가 되지 못했던 대상에게 아우라를 부여해 있는 그대로 전시함으로써 우리는 처음으로 그들을 온전히 쳐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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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can change the world.



I wish for you to stand up for what you care about my participating in a global art project, and together we’ll turn the world…INSIDE OUT. - Jr, Ted 2011, A wish to change a world.


Jr은 세계를 향해 “Can art change the world?”라는 질문을 던졌다. 전 세계에 있는 누구든, 자신이 속한 사회에 질문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can art change the world 홈페이지에 제출할 수 있다. 그러면 Jr 측은 그 아이디어에 따른 인물 포스터들을 보내준다.

 

벤야민이 주장했듯, 예술생산의 권력을 대중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Jr은 사람들의 힘을 믿는다. 그들 안에 있는 선함을 믿는다. 그래서 그들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사진을 복제해 붙이며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누구나 주체가 되어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주고받으며 비판적으로 되고, 그렇게 해서 전세계에 전시된 사진들이 우리 모두의 지각을 바꾸는 것. 그것이 Jr이 예술을 통해 꿈꾸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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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의 세상 바꾸기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각자의 방법으로 함께 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보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을 보게 해 주는 것이 예술의 힘이 아닐까. Jr처럼 눈을 들어 세상을 바라보자. 예술을 통해 말을 걸자. 각자의 자리에서 그렇게 세상을 향해 손 내밀 때, 세상은 서로의 아우라를 알아보고 존중하며 풍요로운 곳이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 예술이 필요한 이유라고 믿는다.

 

 

[남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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