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돌아온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 [공연]

글 입력 2021.06.3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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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페스티벌의 귀환


 

 

우리 마음속에 설렘 가득한 오늘

따스한 바람에 실려온 노랫소리

우리 함께 부르는 멜로디

봄을 가득 채운 you're my everything


인생 봄날(2020) - 스텔라장&이민혁

 


코로나 시대가 열리고 모든 이들이 불편함을 안고 사는 상황에서, 간절한 바람을 담아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 세상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단어지만 그리 어색하지 않다. 코로나로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모든 것이 끝나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코로나 이전의 세상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떠한 준비도 없이 맞이한 급격한 변화이기 때문에 기존에 우리가 누리던 것들을 그리워하고 미련을 갖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전과 다른 상황에 산업들이 위기를 겪고 있고 그중에 페스티벌 산업이 있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는 2010년을 시작으로 민트페이퍼(Mintpaper)가 주최하고 퍼레이드(Paraid)가 제작하는, 겨울을 지나 다시 돌아온 봄을 알리는 페스티벌이다. 민트페이퍼는 위기 상황이던 작년 5월에 축제 개최를 위해 최종 라인업과 타임 테이블을 공개하고 코로나19 상황에 맞는 가이드라인까지 준비했지만, 결국 코로나로 인해 취소 공지를 했다. 그리고 올해 5월, 오랜만에 SNS 소식으로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페스티벌이 그리운 관객들의 마음을 두들기더니, 6월 개최 계획을 어떤 예고도 없이 알렸다. 그렇게 '봄날엔 뷰민라' 슬로건으로 홍보하던 페스티벌은 2021년 초여름에 우리의 새로운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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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개최/관람하기 위한 준비



위기의 상황 중심에 있던 민트페이퍼는 작년에 상황을 파악하고 신속하게 페스티벌을 안전하게 개최할 방안을 모색하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코로나 시대 시작이던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 전염병 확산 상황이 좋지 않았다. 처음엔 누구도 혼란의 상황이 이렇게 지속될 줄 몰랐다. 사람들은 겨울에 시작된 한국 내 확산이 하나의 계절을 넘기지 않을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미 우리가 지나온 사스, 메르스처럼 코로나19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이니까. 사람과 동물에게 흔히 나타나는 호흡기 바이러스 중에 하나니까. 잠시 위기의 상황에서 불편함을 견디면 원래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누구보다 작년 <뷰티풀 민트 라이프> 페스티벌이 오프라인으로 개최되기를 소원했다. 하지만 나조차도 마음속으로는 올해는 어렵다는 것을 어쩌면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조금만 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외출을 자제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런 상황에서 페스티벌을 연다는 것이 몹시 위험한 선택이라고 여겼을지 모른다. 페스티벌은 많은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는 행사이고, 사람들과 거리 두는 것을 몹시 중요하게 받아들이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페스티벌이 잠시 여유를 즐기기 위한 '유희'가 아닌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처음엔 쉽게 여겼죠 

금세 또 지나갈 거라고

봄이 오고 하늘 빛나고

꽃이 피고 바람 살랑이면은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당연한 것들(2020) - 이적

 


1년 전에 모두의 안전을 위해 페스티벌 개최 취소를 결정했던 <뷰티풀 민트 라이프>는, 코로나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열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다시 돌아왔다. 티켓은 1일권으로만 판매했고, 스테이지 3개가 동시에 운영되면서 관객이 넓은 현장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던 지난 페스티벌들과 달리, 오로지 하나의 스테이지만 지정 좌석으로 진행했다. 그뿐만 아니라 페스티벌 공간으로 입장하는 데 필요한 검역센터(신속항원자가진단 키트 마련)를 세워서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다루었다.


관객들도 코로나 이후로 오랜만에 대규모의 인원이 모이는 페스티벌을 기분 좋게 즐기고, 다음 만남을 기약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아직은 낯선 규칙들을 모두 지켜야 했다. 입장 전에 검역 센터에서 신속항원자가진단으로 음성 결과를 확인해야 했고, 엄격하게 본인 확인을 하기 위해 페스티벌의 관객이 무조건 티켓을 예매한 본인이 되어야 했고, 무대를 볼 수 있는 관람석에서는 음식물 섭취가 불가했다. 마스크는 당연히 페스티벌 현장의 모든 순간에 착용하고 있어야 했다.

 

 


여름의 초입에 만난 아름다운 주말 (타임라인)



(페스티벌 전날)

드디어 내일, 2년을 기다린 음악 페스티벌을 오프라인으로 즐길 수 있다. 작년 한 해를 건너뛰었을 뿐인데, 아티스트의 공연을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스테이지 오픈 시각은 기존보다 늦어졌지만, 올해 새로 시행되는 검역 절차가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친구와는 12시에 올림픽공원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페스티벌을 가기 전날 내가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하는 일은 주최사의 사전 공지를 다시 정독하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가져가면 안 되는 것(무대를 보면서 먹고 싶은 도시락 가방 속 간식)과 꼭 가져야 가야 하는 것(예매자와 동행자 신분증)이 있어서 더욱 주의해야 한다.


(검역 센터)

아침을 간단히 먹고 약속 시각에 맞춰서 나왔다. 검역 센터는 크게 네 가지 관문이 있었다. 첫 번째는 나와 친구가 티켓을 소지한 인물인지 확인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나의 체온이 37.5가 넘지 않는지 확인과 QR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남은 두 단계는 더 핵심적인 과정이었다. 내가 지정 좌석으로 구매한 구역의 예매자인지 모바일 티켓과 신분증과 대조하여 확인한 후, 해당 구역에 맞는 손목밴드를 수령하고 'PCL 자가진단키트'를 받았다. 들어보기만 했고 직접 경험하는 건 처음이었다. 타액으로 검사한다는 것이 신기했고 10분이면 결과가 나온다니 놀라웠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의자에 앉아서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정신없던 검역 절차의 마무리에 주변을 돌아보니 안전한 페스티벌을 위해 얼마나 많은 스태프가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지가 눈에 보였다. 또 귀찮게 느낄 수 있는 과정과 안내를 묵묵히 따르는 관객들을 보였다. 자신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졌다. 이번 오프라인 행사가 잘 마무리되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페스티벌의 초석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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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감상)

오래 기다리던 아티스트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무대 전환 시간에 미리 공연 준비를 위해 나온 그들을 보며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관객들이 생생한 아티스트의 무대를 기다린 만큼, 아티스트들도 이번 페스티벌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공연 시간이 소중한 것 같다. 떼창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관객의 마음을 아는 듯 노래에 맞춰서 박수를 유도하며 함께 무대를 만들어나갔다. 관객들은 함성을 지르고 싶은 만큼 박수 소리로 반응했다. 기분 좋게 손뼉을 치다 보니 어느새 빨갛게 변한 나의 손을 보고는 친구와 눈으로 웃었다.

 

집이 아닌 공연 현장에서 같은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다른 팬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즐겁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노래 가사에 맞춰 몸을 움직일 때는, 즐거움이란 감정은 공유할수록 커진다는 것을 배운다. 올해는 하나의 무대에서만 공연을 해서 낯선 아티스트의 음악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처음 듣는데도 내 귀에 들어온 노래들은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해둔다. 기분 좋은 공간에서 라이브로 듣는 음악의 소중함을 오래 기억할 나만의 자산을 만든다.

 

 

(푸드존)

현장에 500mL 이하 PET 및 개인 텀블러에 담긴 물과 무알코올 음료를 제외하고는 개인적으로 음식물을 들고 오는 게 불가능했다. 다행인 것은 이번 페스티벌에도 행사장 안 별도로 분리된 공간에 푸드존과 F&B 부스가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돗자리에서 음식물 섭취가 불가능한 규칙이 있기 때문에 고픈 배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뻤다. 하지만 푸드존 안에서는 공연을 볼 수 없게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어서, 지정된 좌석을 떠나 아티스트도 관객도 오래 기다린 무대를 보지 못하는 선택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고민 끝에 나와 친구는 오래 비워서 작게 소리 나기 시작한 배를 채우기 위해 아쉬운 무대를 뒤로하고 푸드존으로 향했다. 푸드존은 나무가 우거진 장소에 높은 철제 가림막으로 따로 분리되어 있었고, 부스에서 구매한 음식을 올릴 테이블은 투명 가림판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음식을 먹는 동안 마스크를 벗고 섭취할 수 있었다. 무대 소리가 가림막을 넘어서까지 잘 들리고 점프하면 잠시 밖의 상황을 볼 수 있었지만, 무대는 전혀 보이지 않는 공간이었다. 공연과 시각적으로 분리되었지만, 청각적으로는 여전히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는 재밌는 경험이었다. 푸드존에서의 식사는 배도 즐겁고 귀도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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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스티벌은 한순간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졌다. 그리워하는 사람은 많았지만(작년에 온라인 페스티벌이 유행한 이유이지 않을까), 기존의 모습을 띠는 온전한 오프라인 페스티벌을 개최하기 어려운 시간은 한 해를 지나 계속되었다. 그리고 2021년 드디어 관객과 아티스트가 한 공간에 있을 수 있는 음악 페스티벌이 열렸다. 내가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에 관객으로 참가해서 좋은 공연을 봤다는 기쁨도 있지만, 놀랍게도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다시 오프라인 축제로 관객을 부른, 21세기 페스티벌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현장에 존재했었다는 사실에 벅찬 감동을 느낀다.


티켓을 예매한 이후로 정해져 있는 약속을 모두 확인하고 놓치지 않고 지키려고 했다. 관객, 스태프, 아티스트 모두가 작년 한 해 동안 바라고 또 바랐던, 어렵게 돌아온 페스티벌을 다시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여름 날에 찾아온 선물 같은 축제는 각자 다른 일상을 살던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고 나는 이런 시간을 다시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번 글에서는 음악에 대한 내용을 담지 않았지만, 관객만큼이나 아티스트들도 이번 무대를 기다렸다는 생각이 드는 셋리스트였다. 당일에 공개된 신곡을 들려주던 설렘과 관객 한 명이라도 더 행복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 멘트 시간을 아껴서 노래 한 곡이라도 더 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생하게 음악으로 전해졌다. 두 눈으로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음악 공연을 보는 게 오랜만임에도 떼창과 함성, 기립이 모두 금지된 가혹한 현실에 반하지 않고, 규정을 수용하고 묵묵하게 따른 관객들이 고마웠다. 페스티벌을 찾은 관객들이 기존의 약속을 따라 이행해주었기 때문에 행사를 걱정과 두려움보다 기쁨과 즐거움으로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모든 상황을 철저하게 준비해서 관객과 아티스트를 페스티벌로 불러준 <뷰티풀 민트 라이프> 관계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검역 센터에서 오랜 시간 동안 마스크와 비말 차단 페이스 실드를 착용하고 관객을 맞이한, 초여름 뜨겁고 습한 날씨에 관객들 동선 안내와 거리두기 안전을 위해 계속 움직이며 일하던, 관객들이 더욱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게 힘쓴 모든 스태프에게 감사하다. 이번 페스티벌이 좋은 선례가 되어 앞으로 더 많은 아티스트를 만날 기회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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